3. 망자의 저택

사람이 죽으면 매장하기 전에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얼굴에 분을 바르고 정장을 입혀 관에 모셔

관 두껑을 열어 놓고 조문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처음엔 시신의 모습보기가 두려워 외면하곤 하였습니다.

장례 기일은 보통 7일 정도인데

멀리 외지에 나간 자녀나 형제가 있을 경우

그들이 올 때까지 관 두껑을 열어 놓고 기다립니다.

그동안 교인들과 마을 사람들은 매일 24시간동안 교대로

시신 앞에 모여 찬송과 기도를 끊지 않습니다.

장삿날이 되면 모든 교인과 마을사람들은 행렬을 이루어

장지까지 걸어가 모든 절차를 함께 하지요.

매장은 우리처럼 땅속에 묻는 게 아니고

겉으로 들어나게 시멘트 관을 만들어 놓습니다.

잘 사는 분들은 아예 건물을 지어 건물 속에 넣어 두고

관 옆에 분향소 응접실 주방 화장실을 만들어

예를 마친 후 응접실 소파에서 쉬며 식사와 교제도 합니다.

마치 산 사람의 별장 같습니다.

죽은 자이지만 산자처럼 대하여 틈만 나면 무덤을 찾아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지난 번 동해안 마우반지역 치유선교 가던 중

우리 일행은 2년 전에 사별한

한 젊은 여성선교팀원의 남편의 묘실에 들려

추도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간 적이 있습니다.

무덤을 가정집처럼 잘 꾸며 놨더군요.

필리핀 선교지에서

2017년 12월 14일

망자의 집에서 추도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