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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박평일  |  BPARK7@CO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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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2월 14일 (목) 05:42:55
최종편집 : 2017년 12월 14일 (목) 05:44:27 [조회수 :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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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오후에 매년 년말마다 갖는 동네 모임에 참석했다.

 

우리 동네는 모두 33 가구로 이루어져 있는 작은 동네다. 그 중에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들 가정이 30가구 이다. 18년 전 내가 이사올 때만 해도 동양인 가족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 후 10여년 전에 인도계 변호사 가정이 이사 왔고, 5년 전 쯤에 중국계 대학교수 부부가 이사왔다.

동네 거주 기간이나 미국 땅에서 산 경험, 나이로 보아서는 나는 고참 수준에 속한다. 하지만 백인 이웃들 눈에 비친 나는 항상 외국에서 굴러들어온 이민자다. 우연히 마주길 때면 습관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고 국적을 묻곤 한다.

바쁘다는 핑게로 몇년째 모임에 불참해 오다가 동네 모임 서기직를 맡고 있는 친구 Jon 의 수차례 요청으로 올해 모임에는 참석을 결정했다. Jon은 미 중북부 미네소타 주 태생으로 연방정부에서 평생 근무하다가 5년 전에 은퇴했다. 나이도 나보다 5살 위이고, 우리 동네에 산 기간도 5년 정도 고참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노후를 자연을 즐기며 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15년동안 집을 물색하다가 우리 농네에서 자기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런 탓으로 우리 동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 지난 여름 날 오후였다.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아붓을 듯한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나는 우산도 없이 평상시 산책차림으로 산책 길에 올랐다. 15분 쯤 동네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척을 분간키 어려운 장대비가 퍼붓어 내리기 시작했다. 곧 끝날 것 같지 않는 억센 기세였다.

길가 큰 느티나무 밑에 젖은 몸을 피했다. 마침 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던 Jon이 나의 처량한 모습을 발견하고 “지금 시장에 가고 있는 중인데 집까지 차로 대려다 줄께’ 하며 차에서 내려 차 뒷문을 열었다.

“고마워, 그런데 오늘은 어린 시절 추억을 되세기며 비를 실컷 맞아보고 싶어. 지나가는 폭우라서 잠시 후에 멎겠지.” 하고 정중히 사양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Good luck!”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기우뚱 거리며 차를 몰았다. 그래도 내 꼬락서니가 영 마음에 걸렸던지 몇 분 후에 다시 와서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우산 하나를 내손에 건내고 갔다. 차를 되돌려 자기 집에 들렸다가 온 듯했다.

우리 동네의 특이한 점은 젊은 층들보다 노년층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다. 그 이유들은 대충 이러하다.

동네가 위치한 Clifton City 지역에 Occoquan River가 흐르고 있다. 수만 에이커에 달하는 울창한 숲에 생수를 공급해 주는 생명의 젖줄기다. 그 강의 수질을 보호할 목적으로 우리 동네 주변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장되어 있다. 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면적이 최소 5 에이커로 제한되어 있고, 상수도와 하수도 연결도 불가능 하다. 그런 탓으로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는 대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까다로운 건축허가 조건 때문에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 숲으로 뒤덮혀 있어서 길이 좁고 직장인들에게는 출퇴근 하기가 여간 불편하다. 크리프톤 다운타운의 경우 대부분 건물들이 미국 남북전쟁을 전후로 해서 지어진 건물들이어서 역사적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새로운 건물은 물론 증개축마져도 극히 제한 되어있다. 버지니아 지역의 최초 실내 화장실 건물과 최초의 노예들 전용 교회도 우리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자연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면 우리 동네를 주거지로 선뜩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이사를 오면 질병나거나 늙어서 거동이 아주 불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죽을 때까지 주져 앉아 사는 경우가 많다.

회의 시작 시간인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하니 이미 13명 정도가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의 참석을 예상치 못한 듯, 약간 놀란 눈으로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눈에 익은 몇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분위기가 약간 어색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때마침 앞에서 회의 진행을 서두르고 있던 Jon 이 하던 말을 멈추고 “Bill, 참석해 주어서 고마워! 오늘 네가 좋아하는 자연에 대한 특별강연이 있어. 너도 좋아할꺼야” 하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냈다. 나는 참석자들 자리를 일일히 돌아가며 악수를 청하면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다. 굳이 장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신이고, 세상이고, 이웃이고 내가 다가는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법이다.’

특별 연사로 Ms. Margaret Fisher 가 초청되었다. 주제는 ‘ Invasive Plants with us’ 였다. 그녀는 Occoquan River 주위의 생태계를 보호, 보존하기 위한 자원 봉사할동을 하고 있는 ‘자연 애호가’ 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 Occoquan River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수십만년 동안 살아온 식물들이 외국에서 침략해 온 식물들에 의해서 정복되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역 식물들 중에서 원래부터 이곳에 살아온 토종들은 25 %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75 % 정도 식물들은 유럽이나 아시아,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외국에서 온 침략한 식물들입니다.” 하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자 80세가 넘어 보이는 한 늙은이가 “식물뿐만이 아니라 인구분포도 그와 마찬가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며 맞장구를 쳤다. ‘사둔네 남말을 하고 있군. 미국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송두리채 빼앗아먹은 놈들이 얼굴 낯짝도 없이...!’ 나를 의식하고 한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고, 가슴 속에서는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고 조용히 넘어가기로 하자….

그녀의 강의 내용은 내충 이러했다.

“이지역 토종 식물들은 이지역 토양과 기후와 궁합이 맞아서 잘 자라나고 성장하기 때문에 따로 물이나 비료를 줄 필요가 없고 병해충에 강해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 자태가 다른 식물들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룹니다. 아울러 천연 물과 토양을 보호, 유지해 주며 곤충들이나, 벌, 나비, 벌래, 새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 역할을 해줍니다. 외국에서 침략한 식물들 때문에 토종 식물들뿐 아니라 그 식물들을 의존하고 살아가는 토종 새들, 곤충들, 개구리, 벌레들의 숫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침략한 식물들을 뿌리채 뽑아 제거하고 그자리를 토종식물들로 대체해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Japanese barberry가지들을 들고 나와 그 침략자 식물의 예로 들었다. 다소 이해가 가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나의 평소 견해와는 사뭇 달랐다. 나는 그녀에게 이런 나의 견해를 밝혔다.

“ 나는 토종 식물들을 보호하는 운동에 일부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상태계 파괴 문제는 지구 전체의 생태계 변화와 파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한 지역적인 문제을 들어 단편적으로 접근해서는 그 해결이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지구 생태계 파괴의 근본적인 원인은 급속한 산업화와 소비위주의 자본주의 경제 문명에서 비롯된 공해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지난 수년 동안 Occoquan River 강변 숲길을 산책하면서 매년 눈에 띄게 숲의 생태계가 변하고 달라지는 모습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래해 오고 있습니다. 미 대륙의 기후변화, 온난화 현상 때문에 이 지역 토종식물들은 점점 죽어가고 North Carolina , South Carolina, 심지어는 Georgia 주 식물들까지 북상해 오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달에 테네시 주에 위치한 The Smokey Mountain 을 일주일 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도 이 지역과 유사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스모키 마운틴에는 대충100 여 종류의 토종 나무들, 150 여 종류의 꽃들, 240여 종류의 새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온난화 현상으로 남부주들 식물들이 북상해서 토종들의 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자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폴라 곰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 마찬가지 겠지요.”

그녀는 “남부 주들 식물들은 이 지역 식물들과 유사한 종류의 미국식물들입니다.” 하며 서둘러 대답을 마쳤다. 맞는 주장이다. 그들도 미국 식물들임을 부인할 미국인들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외국에서 침략해온 식물들이 아니다. ‘Maid in America’, 미국산 식물들이다.

 

2

 

자연계는 인간사회들 처럼 국경 개념이 없다. ‘이민’ 이라는 개념도 없다. 다만 창조주 신이 부여한 자유 지와 생존의지를 따라 자기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이동할 뿐이다. 이는 준엄한 창조섭리이고 자연질서일 뿐, 동식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고, 금하고, 제거할 권리가 인간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빼낸다.” 는 옛 우리 속담이 있다. 굴러온 돌들은 벽을 좋아하는 탐욕적인 인간 세계에서는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만큼은 결코 통용될 수 없는 윤리다.

새로운 지역으로 삶의 터를 옮기는 동식물들은 생존적 분능 때문에 토종 동식물들에 비해 수 십배, 수 백배 더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는 인간들이 이해하고 있는 탐욕에서 비롯된 침략행위가 아니라 니체가 주장했던 생명의 본질인 생존을 위한 ‘권력의지’ 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 진화를 즐기고, 싱싱한 새것을 좋아하는 신의 독특한 기호 탓인지도 모른다. .

밤과 낮을 두어서 낯이 늙어 저물어 가면 싱싱한 밤으로 대체시키고, 밤이 늙어 깊어가면 새로운 낮으로 대체시키며, 또, 사계절을 두고 봄에 탄생한 생명들이 늙어가면 겨울에 거두어들여 다가오는 봄의 싱싱함을 즐기시는……

 

깊게 생각해 보면 인류의 지난 역사도 그 예외는 아니다. 20세기 세계 최고의 지성인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중국의 5천년 역사를 연구하던 중에 ‘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다는 놀라운 역사의 법칙을 발견해 냈다. 중국의 중심 문화가 시들고 별들어 갈 때 마다 변방 오랑케 문화가 구세주로 나타나 중심문화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중심문화로 자리메김 했었다.

테네시주 군인 출신 미국 7대 대통령 Andrew Jackson 은 1930년 5월 28일 The Indian Removal Act 에 서명을 했다. 테네시주를 비롯한 남부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원주민 인드안들을 미시시피강 서부로 추방시기키기 위한 범안이었다. 15,000여명은 인디안들 중에 4,000 천명 이상의 인디안들이 굶주림과, 추위, 질병, 갈증으로 죽어간 그 유명한 Trail of Tear의 처참한 고난의 행렬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백인들의 눈에는 인디언들이 Relocation 이라는 단어 대신 Removal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동식물들 같이 하찮은 존재들로 보였을 것이다.

Invasive plants 들을 Removal 하고 미국 토종식물들을 심으라는 강의를 듣고, 왜 갑자기 The Indian Removal Act가 내 머릿속을 스쳐가고 가슴 속에 이유없는 서글픔이 파도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평일

 

   
▲ The Indian Removal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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