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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줏길
올
겨울은 유난히 눈 비가 많은 것 같다. 12월에 두어 차례 웬만한 눈이 왔는데 요 몇년 사이에 드물게 많은 눈이었다. 온 산야가 흰 천을 둘러쓴
듯 아름답기는 해도 눈이 녹아 질척거리기 시작하면 주체하지 못할 만큼 귀찮아 지는 것이 눈이기도 하다. 하물며 겨울비에 이르러서는 그 누추함과
처량함이 사람의 마음조차 질퍽거리게 만들기 십상이다.
붉은
황토 그대로 다니다 보니 길이 되어버린 시골길은 수렁이 되기 일수여서 발걸음 하나에 짜증 한 마디가 붙어 다니게 된다. 새벽별 벗 삼아 나갔다가
종일 허리 펴지 못하고 땀흘리면서도 엉덩이 붙이고 쉴 짬이 없는 여름, 땡볕이 내리쬐이는 날이 계속되는 어떤 날에는 비라도 와서 어쩌지 못하고
쉬게 되기를 바라게도 된다.
일하는
길에 오는 비는 억지로라도 쉬게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어도, 잔치나 초상이다 해서 옷 차려입고 나서야 할 때에 오는 비는 정말······.
일주일에 몇번씩 돌아오는 교회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비온다는 핑계로 대충 차려 입고 가게는 되지만, 온전한 날에도 한 걸음 떼기 힘든
노인들에게는 비오는 주일, 더욱이 수요일 밤은 차라리 야속하기까지 하다.
우리
교회 올라오는 길이 그랬다. 많은 비가 오면 산에서 쏟아지는 물의 길이 되었고 웬만한 비에는 미끄러워서 차가 오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길을
포장해야 된다는 원망은 많았어도 어렵게 교회와 주택을 지은 끝이라 쉽게 결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
끝에 지적도에 나타나 있지 않든 사사로이 닦은 길이어서 관에서 포장하기는 어려워도, 그래도 동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길인 만큼
면장님의 포괄 사업빈가 하는 것으로 포장을 해달라고 청탁을 했었다.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 다시 고려해 보겠다는 말씀만으로도 고마와서 기다려
보기로 하고 의논을 마친 터였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내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근래에 드물게 많은 눈이 오는 날 나는 예년과는 달리 푸근한 마음으로 주일
아침을 맞았다. 완전히 썰매장이 되었어야 한 교회 길이 주변의 흰 색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검은 바닥을 드러낸 채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스팔트로 포장을 한데다 양지 바른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예배를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여선교회의 노고를 치하하기에 바빴다. 그길을 지난 겨울 내 애써 메주를 쑤어 판 돈으로 포장을 했다. 더욱이 목사가 교회를
비우고 있을 때였다. 나는 갑자기 달라진 길을 보고 놀라는 것으로 내 몫을 했을 따름이었다. 사연인즉 같은 동네에 사는 건축일 하시는 분이 어찌
어찌 쓰다가 남은(?) 아스팔트를 헐값으로 제공하시겠다는 바람에 나와 의논할 사이도 없이 장로님과 함께 교회 다니지 않는 여선교회 회원들의
아저씨들도 참여해서 하룻사이에 길을 놓았다는 거다. 허어 참··· 그런 일에 의논은 무슨···
우리는
그 길을 메줏길 이라고 부른다. 올해도 눈발을 맞으며 메주 쑤는 여선교회 회원들로 교회가 그득하다. 내년에는 무슨 깜짝 쇼를
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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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강화 도장교회 목사)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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