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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흥 규
고통을
주는 선물
7년전의
일 입니다. 어느 교우님이 찾아와서 통장 하나를 주고 갔습니다. 사연을 들으니 모녀가 2년 동안 소외된 분들을 위해서 매월 적금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양계장에서 일하고 딸은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통장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의 병원비로 쓰여졌고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기다리며 사는 노인 부부의 생활비로 쓰여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병들어 있는 사람들, 절망적인 아픔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은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공동체란 이런 약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됩니다.
가난하고 나약함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소외당한 사람들의 아픔속에서 이 모녀는 하나님의 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응답은 나눔을
위해서 자기들의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소외 당하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뿌리가 됩니다. 지난해도 50여분이 푸른언덕
공동체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여기에는 해외에 사는 형제들도 있고 꾸준히 관심을 주신 한국 세계 연구소(소장 이요한), 선두
중앙교회(강화 박만준 목사)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회지를 만들고 사회 선교, 농촌 선교를 적게라도 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아픔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에 우리는 우리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고난과 아픔을 통해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아픔을
모르는 위기
쌀을
외국에서 사다 먹는 날이 현실로 닥쳐오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농민들은 쌀개방 저지를 위해 집회를 갖고 교회도 농촌의 현실을 위해서
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조상들이 지켜온 농촌이 이 못난 우리들의 죄로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기도 소리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이나 농촌교회가 위기를 위기로써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위기를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교단에 농촌선교 정책은 교회 하나 더 세우고 생활 보조금을 도와주는 일 외에 전체 교회의 1/3이나 되는 농촌교회가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위기에 대한 대책이나 준비가 없을 때 농촌교회는 이 나라 농촌의 현실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갈 것입니다.
농민의 현실과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농촌교회는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쌀 개방으로 오고 있는 농촌의 위기는 농촌교회로 하여금
농촌선교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는 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합니다. 교단은 농촌선교 정책으로 농촌 목회자와 공동으로 심의하고 책임을 함께
지는 일을 해야하며 농촌교회 스스로가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올해는
함께 푸른언덕을 만듭시다.
지난달
거리에서 농산물을 소개하는 전단지를 어깨에 메고 차를 기다리는 박성규 님을 만났습니다. 깨어진 생농회를 다시 정비하고 쌀, 계란 등을 팔기
위하여 다시 농촌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가 직거래로 만나는 일을 시작하는 박성규님의 의지를 느끼며 말을 일로 바꾸어가는 그의 농촌선교를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깨어있는 교회의 말(설교)을 일들로 바꾸는 일을 푸른언덕을 통해서 하려고 합니다. 푸른언덕이 전해지는 6개지역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주제를 가지고 회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번 56호(1월)는 호서지역이 “새로운 출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57호(3월)는 서울
식구들이 “교육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58호(5월)는 호남지역이 “치유”라는 주제로, 59호(7월)는 경기지역이 “생명 운동”이라는 주제로,
60호(9월)는 푸른언덕 식구들의 전체 모임으로서 “푸른언덕의 밤”을 서울에서 개최하려고 정명수님이 계획을 하고 계십니다. 61호(11월)는
95년도를 준비하는 뜻으로 미국의 푸른언덕 가족들 중심으로 “밑거름”이라는 주제로 만들어 질 것입니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회속에서 공동체 삶이란 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한계가 있는 것인가를 절실히 느껴도 봤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의 언어가 얼마나 나약하고
비현실적인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모없고 나약함을 느끼는 절망적인 여건속에서 공동체적인 삶이 필요를 느끼고 시작됩니다. 지난 6년
동안 푸른언덕은 평신도의 생각을 나누었고 농촌교회 선교에 참여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뜻을 함께 모아서 함께 하는 일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힘을 쓰겠습니다.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94년도 여러분 가정과 일터에 새로운 시작이 되시기를 바라며 신의 가호를 빕니다.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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