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해 차에서 장화를 꺼내들고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꽃빛과 줄기를 감싸 안은 채 마주보고 있는 동그란 잎들의 실체를 확인하러 가는 길인데 말입니다. 살면서 무슨 일이 나를 이렇게 설레게 할 수 있을까요. 자리잡고 있는 그 계곡의 그윽함도 흐르는 물과 어울려 있는 모습도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위에 붙어서 살고 있으니 일단 가산점이 높습니다. 늘어져있는 자태가 어찌 그리 여유로운지 점수가 더 올라갔습니다. 거기에다 황홀하게 빛나는 진분홍빛 꽃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습니다. 생존방법까지 남달라 특별한 감동까지 줍니다. 첫번째 만남에서 둥.꿩에게 폭 빠졌습니다.

속한 무리로 따지자면 다육성질을 갖은 돌나물과입니다. 돌나물, 기린초, 땅채송화, 꿩의비름..익숙한 이름들이지요. 꿩의비름은 똑바로 자라는데 둥.꿩은 비스듬히 눕거나 아래쪽으로 늘어진 채 자랍니다. 둥근 잎은 험한 곳에서 살기위해 물기를 가득 머금어 통통합니다.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구요. 꽃은 줄기 끝에 빽빽하게 모여 우산모양으로 피어납니다.

숲속 계곡 나무 밑이니 태양빛이 직접 닿지 않는 반그늘이지요. 제가 들어갔을 때도 밖은 환했으나 꽃에 떨어지는 빛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담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늘에서 어찌 저리 선명한 빛깔의 꽃을 피울까요. 분홍빛은 본래 수줍은 색인데 터질 듯한 진분홍빛인걸 보니 감추고 있는 정열을 보탰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