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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기억장치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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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1월 05일 (일) 00:04:43
최종편집 : 2017년 11월 11일 (토) 20:51:34 [조회수 : 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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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50대 중반의 후배 목사님이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아서 운전 면허 취소를 받았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제일 두려운 것은 치매에 걸리는 일이다. 몸의 한 부분을 못쓰는 것은 불편한 대로 살 수 있지만 치매에 걸리면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욕 중에 최상급의 대접이 “부디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오래 오래 사시라.”라는 말이다.

어제 저녁 아내가 갑자기 “내가 좀 이상하다. 사람들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나에게 좀 물어봐라.”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로부터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이름들을 물었더니 대답을 잘했다. 마지막으로 “최순실 주변 사람들 이름을 말해봐?”고 했더니 ‘정유라, 장시호 등등’을 줄줄이 이야기 했다. 그래서 일단 '정상!'으로 자가진단을 내렸다.

나와 같은 인생대학 부모박복과 출신인 제자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무엇을 해주어도 불평불만이고 자식들 사이를 갈라놓기 일쑤인 어머니, 도저히 처치 곤란한 사람이었다.

어느 해 한국에 나가서 제자를 만났을 때 그 어머니가 치매까지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부 인사로 “어머님 때문에 고생이 많지?” 하니까 “아니요. 요즘은 어머니 때문에 살 맛이 납니다.”라는 전혀 뜻밖의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제자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후 180도로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술스럽고 매사에 불평이 많던 어머니가 신기하게도 무엇을 해주어도 “고맙다”, “괜찮다”는 말로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한 평생을 성자로 알려진 한경직 목사님이 말년에 남한 산성 근처에 조용한 집에 사셨는데 치매에 걸려서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욕을 하고 마지막 가실 때에는 한 평생 믿고 섬기던 예수한테 마저도 욕을 푸짐하게 하셔서 많은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시험에 들 일이 하나도 없는 일이다. 복잡한 기계에 불과한 인간의 육체의 한 부분이 고장이 난 것을 어찌하랴?

 

   
 

뇌 과학은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뇌 과학이 급격히 발전하게 된 것에는 뇌를 스캔하는 장비(주로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장치: fMRI)와 기술이 밑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생각을 하거나 활동을 할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하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활성화의 자세한 메커니즘이나 구조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뇌의 활동 방식이나 기능, 예컨대 기억 메커니즘 등에 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사실 밖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뇌의 활성 부위를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여러 종류의 실험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괄목할 만하게 달라졌다.

 사실 뇌가 의식 및 생각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안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도 보통 마음이란 왠지 심장 쪽에 있는 것 같고, 복통은 배에서 느껴지는 것 같이 생각한다. 하지만 뇌를 제거하면 이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린단다. 축구공 보다는 작고 야구공 보다 큰 뇌 속에서 지금 현재도 엄청난 수의 세포들이 엄청난 속도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다행히도 뇌 속에 기억장치가 아직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해주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그 유명한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읽으면서 어거스틴이 어렸을 적에 지은 시시콜콜한 죄를 노년까지 모두 기억했다가 참회록으로 쓴 것을 보고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어거스틴은 기독교사상사에서 기억이 갖고 있는 위대한 신학적 의미의 깊이를 탐구한 첫 신학자였다.

 ‘그러므로 당신을 알게 된 후, 당신은 나의 기억 속에 머무르시며, 당신을 상기하고 당신을 기뻐할 때 당신을 거기에서 발견합니다.’

그의 참회록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예수도 ‘먹는 게 남는 것’이 아니고 ‘기억만이 남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잘 아셨기 때문에 아무리 머리 나쁜 인간이라도 확실히 당신을 기억하도록 ‘성찬식’이라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가셨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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