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10년 전이 될 것이다. 이른바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Again 1907’이라는 표어와 함께 다시금 이 땅에 그때의 부흥을 일으키자는 운동을 열광적으로 전개했다. 그런데 이 열광에 대하여 그 이후로도 내내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날카로운 비판이 하나 있었다. 그 비판은 바로 이것이었다. 부흥은 결과였지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 즉, 부흥은 당시 백성들의 회개에 대해 하나님이 반응하신 결과였지 인간이 부흥을 목표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과연 100여 년 전 평양의 부흥은 회개에 따른 결과였지 인간의 목표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다. 이 인상적인 비판은 그 이후로도 기독교의 부흥을 일으켜보겠다는 모든 인간적인 시도에 대해 이런 종류의 시도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바라보게 해주었다.

이번 주에는 개신교의 가장 큰 기념일인 10월 31일 종교개혁기념일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인 1517년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 출신의 신학교수 마틴 루터가 면죄부의 부당성과 그 외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논쟁을 하자고 비텐베르크의 성(城)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내다걸었다는 바로 그 날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루터는 반항하는 자들, 즉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들의 조상이 되었고 마침내 종교개혁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개신교회들은 이 뜻깊은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다시금 교회 안에 이 개혁을 이루어내자 다짐하고 뜨거운 열기로 이 날을 경축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평양대부흥운동과 닮은 데가 있었다. 루터가 이 신학적 반항을 시작했을 때 그 자신 역시 결코 종교개혁이라는 거창한 운동이나 새로운 교파로서의 개신교의 탄생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단지 신앙의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었다. 어찌 보면 이 역시 평양대부흥운동에서처럼 가톨릭교회 안의 회개운동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회개운동을 새로운 교회운동으로 이끈 것 역시 하나님의 역사였지 결코 인간의 의도나 계획이 아니었다.

비슷한 이야기는 18세기 영국에도 있었다. 감리교를 창설한 존 웨슬리 역시 개신교 내에 새로운 종파를 창설하려던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이 유별난 ‘규칙쟁이’(Methodist)의 부흥운동은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새로운 종파의 창설로 이어지고 말았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모든 개혁이나 부흥이 인간의 의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결과라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사실은 우리가 계획하는 부흥이라는 것이, 또는 개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릇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부흥을 말할 때, 개혁을 말할 때, 우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부흥과 개혁을 이루어낸 신앙의 모든 위인들은 아무도 부흥과 개혁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고, 심지어 그것을 의식하지조차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한국교회는 부흥과 개혁을 논하고 기획하기에 앞서 회개에 좀 더 전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흥이든 개혁이든 그것을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에 기대야 할 것으로 여긴다면 더욱 더. 회개는 모든 것에 앞서기 때문이다. 회개는 모든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