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희망: 트랜스페미니스트 신학의 불/가능성

(Entangled Hope : Transfeminist Theological Im/possibility)

캐서린 켈러(Catherine Keller)

캐서린 켈러 교수가 지난 달 23일 감신대에서 강연했다.

감리교신학대학과 장로회신학대학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이 세미나를 통해 단순히 몇 가지 유용한 생각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과 현실과 세계 속에서 우리가 서로 얽혀있다는(entangled) 느낌 즉 의미를 떠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희망적인 느낌이길 희망한다.

이것은 약간 순환적이다, 그렇지 않은가?―희망을 희망하다니! 아마도 이 말은 현재 순간과 그것이 지구적으로 순환하며 얽혀있음에 대하여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오랫동안 희망을 말하는 습벽의 방식이 있다; 바울 이래로 우리는 우리의 신앙과 사랑을 희망으로부터 분리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에 매우 도전적인 순간이다. 그렇지 않은가

한 공상과학 작가는 뉴욕 타임스에 ‘허리케인, 홍수, 화재 이 모든 것을 종말의 때를 위한 총 리허설이라고 생각한 당신을 용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기고했다. 이것은 세속적 역설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종말(apocalypse)이 우익 근본주의 기독교인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기독교인도 지금의 극단적인 지구 상황을 간단히 무시할 수 없다. 핵, 생태, 정치 분야의 극단적 상황... 여기에서 우리, 특히 여러분이 핵무기에 의한 대량살상의 위협에 갑자기 다시 직면하게 된 상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기서 희망이 시험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구행성은 자명한 지구 온난화의 징후들로 고통받고 있다; 지구 경제가 탄소 연료 시스템에서 하차하든지 아니면 모든 미래 세대가 파멸되든지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파리기후 회담이 최선으로 구축한 현실적인 희망이 짓밟히고(trumped) 있다(여기에 사용된 동사 짓밟다[ trump]는 이제 종말론적 의미를 갖는다!)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 그리고 이성애주의의 해로운 결합을 여러분에게 굳이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럽 일부 지역을 위협하는 반이민 백인 국수주의는 국제적인 네오파시즘이 될 위험을 스스로 담지하고 있다. 종말을 위한 총 리허설에서 이민자반대를 천명한 백인 국수주의는 7개의 머리를 가진 짐승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위험한 결합을 구성한다―진정으로 우리의 희망은 취약한 세계 속에 복잡하게 엃혀 있다(entangled)!

따라서 아프리카비관론자들(Afropessimists)처럼 급진적인 사상가들조차도 희망을 포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불의를 폭로하는데 헌신한 미구엘 데 라 토레스(Miguel de la Toress)와 같은 신학자조차 이런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절망을 품기』(Embracing Hopelessness)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그는 희망이 그저 기분전환, 실망, 초자연주의자의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이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후에야 사람들은 폭발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잠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고자 할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전도서의 구절로 이 책을 시작한다.

나는 이 비판적 절망에 대한 급진적인 목소리들을 진지하게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그렇지 않으면 나의 희망 이야기는 진실처럼 들리지 않을 것이다. 희망은 쉽사리 단순한 낙관주의로 퇴행한다. 그저 우리 스스로 더 좋은 느낌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심하게 파괴된 동아프리카 출신의 신학자 에마뉘엘 카통굴레(Emmanuel Katongole)를 만난 것은 아주 의미심장했다. 나는 최근 그의 책을 가지고 수업을 했다―『저항으로서 탄식: 아프리카를 위한 희망의 신학』(Lament as Protest: a Theology of Hope for Africa). 그는 감당키 어려운 고통을 겪은 콩고와 우간다와 르완다의 공동체들에 왜 희망이 지속되는지 의아해 하면서, 그는 탄식의 시편들과 또한 불의한 고난 앞에서 엄청난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는 다른 성서 본문을 연구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앞에 두고 탄식하는 것이야말로 희망을 가능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탄식이야말로 참으로 희망의 씨앗인 것이다.

희망의 성서적 의미에 관해 생각하면서, 유대인 페미니스트 성서학자인 내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그녀는 지난 주 답장으로 이 욥기 구절을 보내주었다. 이 구절은 욥의 깊은 고난과 탄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평을 표현한다.

내가 누울 때면 말하기를 언제나 일어날꼬

언제나 밤이 갈꼬 하며 새벽까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구나.

내 살에는 구더기와 흙 조각이 의복처럼 입혔고

내 가죽은 합창되었다가 터지는구나.

나의 날은 베틀의 북보다 빠르니 소망 없이 보내는구나.

불행 속에 있는 욥에게는 어떤 선한 일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 구절을 여러분과 나누는 이유는 이미 이 어두운 시편이 계시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베틀의 북보다 빠르니”는 희망을 뜻하는 히브리어 tiqva―끈이나 실과 같은 것을 이용해 무엇을 짜는 것을 의미한다―를 사용하고 있다. 희망한다는 것은 함께 모으거나 혹은 함께 엮는 것이다. 아마도 욥이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절망을 품었기 때문에, 마침내 창조세계의 야생적 아름다움에 대한 위대한 우주론적 계시를 소용돌이 바람 가운데 받는 은총을 누리는 지도 모른다. 그 불/가능성이 깨어져,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린다. 따라서 여호와(YHWH)를 희망하는 것은 함께 엮임을 느끼는 것—즉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엮임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은 얽힘과 거의 동의어다! 나는 2016년에 출간한 『불가능의 구름』(Cloud of the Impossible)에서 얽힘(entanglement)이라는 은유를 사용했는데, 이는 양자역학에서 빌려온 용어로서, 공간과 시간의 모든 간격을 넘어 전자가 동시적으로 얽혀있다(simultaneous entanglement)는 개념을 가리킨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유령 같은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불렀다―이는 얽혀있는 두 입지가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그것이 물리학을 신비하고 비이성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강력하게 입증한다. 즉 일단 연결되면, 두 개의 미세 우주입자는 영원히 연결 상태를 유지하며, 지구, 태양계 그리고 은하 어디에서도 서로 동시적으로 반응한다. 창조세계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하나로 거대하게 엮인 작품이다. 그러나 이 엮임에 어떤 희망적인 것이 있는가? 우리는 지구를 파멸시키는 백인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핵 무력과 얽혀있다. 단지 하나님 혹은 지역공동체와 얽혀 있는 것만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 간의 일을 잠시 약술함으로써, 우리의 대화를 다시금 새로운 틀에서 시작해 봅시다. 이를 통해 젠더(gender)에 대한 성찰에 이르고, 더 나아가 내가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이라 부르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트랜스페미니즘은 포스트페미니즘(postfeminism)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포스트페미니즘은 피상적인 낙관주의로서, 우리가 상당한 진보를 이루었으므로 더 이상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믿는다. 이것은 희망으로 간주될 수 없다. 이것은 우리 세계의 정직한 상호엮임(interweave)이 아니다.

나의 사유를 이끌어 온 것은 항상 상호엮임(interweaving), 꼬임(intertwining), 연결(connection),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얽힘(entanglement)의 은유들이었다. 이 관계성에 대한 직관이 어떻게 신학적으로 그리고 따라서 우주론적으로 되어갔는지, 그리고—과정신학적 발전을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그 과정 사상 속에서 어떻게 내가 페미니스트적 사고에 대한 근거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오늘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생각은 수 십 년전 떠오른 생각이지만, 이 조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오히려 더 깊고, 더 어둡고, 더 애매하고, 그리고 또한 보다 더 얽혀졌다.

페미니즘(혹은 여성주의)는 나로 하여금 기독교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젠더들 간의 정의로운 관계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었고, 따라서 젠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님이 남자라면, 남자가 하나님이다”라고 말한 메리 데일리(Mary Daly)는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비록 그녀는 교회를 포기했지만,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은 여전히 교회에 남아 있다. 1970년대 즈음 조만간 신학계에서도 여성 현자들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나의 바램을 지지하는 남성 현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가장 지혜로운 현자는 존 캅(John Cobb)이었다. (그는 94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더 현명해 졌다). 그가 쓴 책 『다원주의 시대의 그리스도』(Christ in a Pluralistic Age)를 읽으면서, 나도 기독교 신학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 책은 그리스도를 창조적인 변혁(creative transformation)으로서 읽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캅에게 불교와의 더 깊은 교류를 요청하는 우주적 로고스로서 그리스도, 그리고 기독교적 배타주의가 아니라 관계적 다원주의를 요청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 그리스도는 여성인 내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 되도록 불렀다. 그래서 나는 과정 신학을 배우러 갔고, 그 안에 포함된 화이트헤드의 1920년대 우주론을 철학적 배경으로 배웠다. 과정신학은 나의 페미니즘을 발전시키는 틀을 제공했다.

그 틀구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인데, 난 여전히 이 구조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정 사상(process thought)은 우주를 깊은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것은 당신과 내가 단순히 외부적으로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이미 서로의 일부이다. 따라서 공기 분자와 빛의 광자는 우리의 일부가 된다. 모든 파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없는 창조 과정 속에 함께 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창조적 변혁으로 부름받는다. 여기서 ‘모두’란 인간―남성, 여성, 또는 제3의 성―뿐만 아니라 분자와 광자 또한 고양이와 개 등을 포함한다. 우리는 이 함께함을 짓밟을(trump) 수도 있고, 우리는 이 창조성에 저항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초월할 수는 없다. 이는 우리가 하나의 큰 우주적 스프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다르게 되어가고(becoming differently) 있다. 그러나 서로 분리되지는 않는다. 화이트헤드는 양자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을 숙고하면서 그 당시만 해도 아주 새로운 내용을 말했다: “특정한 의미에서, 모든 것은 항상 모든 곳에 존재한다.” 여기서 ‘특정한 의미에서’라는 말은 모든 것은 잠재적으로(in potentiality)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in actuality) 어떤 특정한 곳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어떤 특정한 곳은 되어감(becoming)의 순간이고 잠재성이 실현되는 순간이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우주는 멀리 떨어져 있거나 부적합한 상태로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안에 있다. 양자 얽힘은 당시에 알려진 개념이 아니었지만, (화이트헤드의 사유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공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정 사상 안에서 실존적, 사회적 함의를 입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우주의 사건들을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 속에서 보는 이 관점은 서구 근대가 주도해온 수세기 동안 서구의 표준적 상식과 완전히 정면으로 대립하기 때문이다: 독립된 개별 주체가 분리된 대상들의 환경을 관장한다는 관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근대의 상식은 뉴턴 물리학의 관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분리된 관찰자가 죽어있고 불투명한 물질의 분리된 원자 조각들로 구성된 우주를 관찰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는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할 때 가정되는 (‘아는’) 주체이다. 이것이 바로 서구의 표준적 자아(ego)로서, 그것이 함의한 주권 개념을 통해 강화되었고, 그럼으로써 이 자아는 신비(mystery)를 지배(mastery)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 자아상이 근대 서구의 식민지 투기사업들을 무장시켰고, 스스로를 기독교적 상상(imagery)으로 포장했으며, 또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라는 문구를 새긴 모자를 입고 등장했다. 물론 누구든지 이 모자를 쓸 수 있지만 오로지 하나의 성(性, sex), 하나의 젠더(gender)만이 이 주권적 에고, 분리된 자아를 올바로 대표할 수 있다(고 서구의 상식은 보았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항상 하나의 딜레마와 마주한다: 즉 보다 더 이상적 남성상과 같이 되어야 하는가, 즉 그와 동등하면서도 자유롭기 위해,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억압했던 가부장들과 같이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나의 첫 저서 『부서진 망으로부터』(From a Broken Web)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The Second Sex)과 함께 씨름했던 내용이었다. 보부아르의 책은 여성들에게 제1의 성(the first sex)의 형상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하도록 촉구하는 것 같았다. 유일한 다른 대안은 여성적이고 그래서 의존적인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 종의 모든 힘겨운 관계적인 일들을 감당하는 것. 그리하여 하나님의 형상 속에 담지된 우리의 창조성이 결코 피어나지 못하는 것―하나님의 형상 안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가 상상되었음을 상기하자. 이제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제의 형상 속에서 우리를 길들이지 않으면서, (우리의) 자유와 목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은 치열했고 아직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전일론적인 우주론의 도움을 받아 제3의 길을 선택했다: 여자로서 우리는 독립적(independent)이 됨으로서 의존성(dependence)을 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의존성을 탈피한다(in-dependence와 inter-dependence의 접두어 변환이 한국어로 잘 전달될런지는 모르겠다) 낡은 자아는 여전히 독립기념일을 축하한다: 이제는 상호의존성의 날을 축하할 때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의 생태학적 함의들은 끝이 없다; 이미 80년대 로즈마리 래드포드 류터(Rosemary Radford Ruether)와 더불어, 페미니스트 신학은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과 분리불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첫 번째 저서 『부서진 망으로부터』((From a Broken Web) ―엮음(weaving)에 관한 모든 심상들은 이미 여기에 다 있다―는 우리의 관계적 상호의존성이 거미줄처럼 섬세하게 엮인 망을 상호인격적으로,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으로 그리고 생태우주적으로 따라갔다. 이 책에서 나는 전형적으로 남성적인 것으로서 간주되는 분리된 자아와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것으로서 이해되는 융해가능한 자아―그렇게 융해되어 드러나는 자아의 결여―모두를 반박했다; 그리고 연결적 자아(connective self)를 제안했다. 이 연결적 자아는 바로 우리 모두가 다르게 펼쳐질 수 있기 위함이다. 우리 자신의 의미는 항상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젠더들 간의 단순한 경계는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성(sex)와 젠더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과정(the preocess)은 억압과 투쟁과 변혁의 장구한 역사들 속에 얽혀있다. 이 역사들은 우리 각자의 정체성의 일부이다. 역사는 우리 각자의 관점으로부터 다르게 얽혀 도래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 자신에게도 역사는 다르게 얽혀진다. 갈등하는 관계들의 뒤죽박죽으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 내느냐에 따라 말이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 나는 나의 과거 자아들과도 다르다. 그러나 이것들은 관계 속에 있는 차이들이다.

차이들은 다름 아닌 관계성이다. A와 B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면, 그들 사이에 차이도 없다.

10월 24일 장신대 강연

여기서 잠깐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교수시절 초창기에 몇 차례 어떤 한국학생의 이의제기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이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한국인들이 이미 지나치게 많은 관계, 지나치게 많은 공동체와 헌신과 연결 속에 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구로의 여행은 이런 모든 압박과 의무로부터의 구조, 즉 새로운 자신을 실험하고—진정으로 다르게—존재할 수 있는 일종의 숨쉴 공간을 그들에게 약속했다. 아마도 유교적인 의미에서 관계에 대한 압도적인 의무감이 기존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기독교의 강렬한 공동체적 헌신 개념과 혼합되어 나타났을 것이다. 나는 그런 우려를 존중한다―비록 내가 보기에 그것은 이를테면 너무 지나친 미국식 개인주의의 카우보이적 자본주의 문제보다는 나아 보인다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단절과 분리가 아니라 서로의 큰 차이를 존중하는 폭넓은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상당히 많은 한국 유학생들과 관계를 맺어왔고,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이러한 생태여성적 과정 신학의 관점들을 받아들였다. 그들 각자의 다른 관점들을 통해서 말이다.

나의 제자인 한국계 미국인 앤 조(Anne Joh, 한국명: 조원희)는 이 문제를 자신의 책 『십자가의 마음』(The Heart of the Cross)의 주제로 삼아 정(情)과 관련된 문제를 탐구했다. 그녀는 이 주제를 리타 나카시마 브룩(Lita Nakashima Brock)이 에르스적 힘을 페미니스트적 의미로 전개한 것과 비유했다―즉 관계들 위에 부여되는 힘이 아니라, 내적인 힘, 그러면서도 육체적이면서 동시에 성스러운 사랑의 힘—진정으로 성육신적인 힘으로 말이다. 조원희는 전반적으로, 특별히개인주의 문화들 속에서 어떻게 관계성의 정(情)이 일종의 끈끈함(stikiness)으로 나타나는지 그래서 분리된 자아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조원희는 한국적 정(情) 개념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인들의 생명력이었던 개념 그래서 모든 것에 편만해 있는 한 개념에 이르게 된다고 결론짓는데, 이는 수많은 한(恨)을 겪어왔던 한국인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정(情)의 기독론을 제안하는데, 이는 해방신학, 여성신학, 탈식민지신학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고, 또한 이 정(情)의 기독론은 “생명의 연결된 관계상으로부터 그리고 그 관계성 사이에서 일어난다. 정(情)의 기독론에서 십자가는 자유와 전일성을 향한 심층적 지향 가운데 한(恨)의 공포와 정(情)의 힘 모두를 의미한다”(128). 이러한 기독론은 창조적 변혁으로서의 그리스도라는 캅의 기독론과 의미 있는 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조원희는 페미니스트 입장에서 모든 것의 중심에서 끈질기지만 생명력 있는 사랑의 관계를 더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보다 최근에 지아 소피아 오(Jea Sopia Oh; 한국명: 오지아)가 자신의 『탈식민지 생명 신학』(Postcolonial Theology of Life)에서 살아있음 혹은 살림(salim) 개념을 탁월하게 발전시켰다. 이것은 김지하의 시와 철학에 대한 성찰로서, 김지하의 사상은 널리 알려졌듯 교도소 창에 피어난 들꽃을 명상하는 순간으로부터 피어나왔다. 살림은 더 이상 감옥에 갇힐 수 없으며, 또한 죽음에도 위협당할 수 없다. 오지아는 김지하가 1989년 생태운동의 일환으로서 창설한 놀라운 살림 운동을 토로한다. 그녀는 여성의 해방과 평등성과 재능에 대해 김지하가 보여준 열렬한 헌신을 논구한다. 이 모든 것은 우연한 연결이 아니다!

바로 이런 연결성이 여성운동을 젠더의 정체성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운동으로 만든다. 우리는 섬세한 관계들로 구성된 전체로서의 우주 속에서 사람으로서 서로 얽혀 있으며, 그 관계들의 불균형과 잠재성에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적 우주관에는 우리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창조적이고 변혁적인 살림으로 응답하라고 요청하는 신적인 지혜가 있다. 그러나 이때 여성으로서 우리의 이슈들은 다른 모든 긴급한 여러 이슈들—즉 경제학과 생태학, 민족, 계급, 종교적 차이, 인종, 평화 대 전쟁 등의 이슈들—에 열려져 연결을 맺어나가는데, 이 이슈들은 상황에 따라 비중과 의미가 다르지만, 그러나 여전히 상호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인 우머니스트(womanist) 사상가들이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이유이다: 그들은 자신의 현실이 사회운동의 틈바구니들 사이에 끼여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들은 젠더가 인종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거나; 혹은 인종이 젠더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거나; 혹은 계층보다 인종 또는 젠더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기를 거절했다. 그 대신 그들은 억압들의 복잡성을―따라서 문제와 해결책을 상호적으로 엮어야 할 필요성을―주장했다. 아시아 여성들 또한 교차성을 명확히 표현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만일 내가 트랜스페미니즘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다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어느 페미니즘이 실현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페미니즘이 항상 여성성(feminity)을 넘어, 여성들의 운동(women’s movement)을 넘어, 또한 어떤 단일한 이슈나 관점 혹은 상황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페미니즘은―트랜스(trans-)라는 의미에서―경계를 넘어가지만, 그의 페미니스트 역사와 단절되지 않는다. (사실 페미니즘은 때로 한 가지 이슈에 매우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트랜스페미니즘은 이동하는 페미니즘(feminism in transit)으로서, 자신의 한계들을 위반하여 넘어서는 페미니즘이지만, 그렇다고 위로 내려오는 힘에 의해 초월하거나 혹은 단절을 의미하는 초월이 아니다; 내가 초월을 말한다면, 그것은 관통해서 넘어간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본래의 뜻에서 초월이다―그러나 이 트랜스페미니즘은 앞선 단계의 페미니즘들을 넘어간다는 의미이지, 결코 페미니즘의 과제들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는 포스트페미니즘(posfeminism)이 아니다. 따라서 트랜스페미니즘은 필연적으로 교차성의 작업이다.

이 교차성 속에 모든 것이 상호엮여져 있다(interwoven). 그 엮임이 선하든 악한든 간에 말이다. 억압은 우리 영혼 깊은 곳으로 파 들어가, 백인 이성애자 남성의 규범적 이미지들이나 식민지적 우월성 혹은 신식민지적 우월성의 규범들로 우리 자신을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이 거짓된 규범들로부터 자유를 얻어야만 한다. 푸코가 분명히 밝혀주고 있듯이, 권력은 근원적으로 외부에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내재화된 훈육하는 힘으로 행사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요점은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엮는(reweave) 것이다—마음으로 온전히 말이다(mindfully). 즉 의식적으로 말이다. 관계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중립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은 ‘해방하는 선’(a liberating good)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약함을 강함으로 만들 수 있다―예수님이 마태복음 25장에서 언급한 “지극히 작은 자”라고 부른 사람은 상호관계성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러 많은 가지들은 하나의 거대한 포도나무에서 힘의 근원을 찾는다. 우리 실존의 타래들은 상호적 엮임(interweaving)의 우주적 과정 속에 현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이 어디로 가는지 안다! 교차성은 희망이라는 엮음의 과정을 이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희망은 우리의 철저한 상호의존성을 확증한다; 그래서 희망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가능성들을 열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국의 촛불 운동이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치는 운동’(Black Lives Matter movement)이 고립으로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고난을 나눈다; 그러면 새로운 희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행복한 결말에 대한 보증은 전혀 없다; 그러나 창조적 변혁의 가능성이 있다. 혐오, 총기, 폭탄, 장벽들에 대한 지역적 대안을 주장하는 지구적 운동의 가능성, 지구적 평화의 가능성, 지구적 생태회복의 가능성 말이다. 이것은 나의 오랜 친구 위르겐 몰트만이 “희망의 연대”라고 부른 것이다.

기독교인과 우리의 하나님은 어떻게 되는가? 이 모든 것에서 하나님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편 기자는 “주는 나의 소망이시오/tikva.”(71:5)라고 쓴다. 이것은 어떤 완벽한 미래나 초자연적 보상에 대한 추상이 아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태초에서 종말로 나아가는 직선적 시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지금 우리 손 위에 올려진 희망이다―하나님은 씨줄이요, 날줄이며, 직조하는 베틀이다. 그러나 우리가 거기에서 발견하는 것은 ‘서로’이며, 그래서 우리는 아뭏튼 함께 엮여있다. 우리는 하나님 안으로 모인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망은 주께 있다.” 하나님은 위대한 베짜는 이(weaver)이다. 희망의 연대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발견한다—그리고 모든 피조세계를 발견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이것은 과정 신학이 말하는 범재신론(pan-en-theism)의 의미다. 이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라는 뜻의 범신론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님 안에 있다. 우리 모두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 지구인들은 아마도 하나님에게 큰 사랑과 기쁨과 고난의 원천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고전적인 의미에서 이 세계와 분리된, 그리하여 초월적으로 위에 계신 주님이 아니다. 이 하나님은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선다는 역동적인 의미에서 초월적이다. 이를 신적 트랜스페미니즘(divine transfeminism)이라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초월하는 신비 속에서 우리 역시 초월하도록 부름받은 존재, 즉 현 상태(status quo)를 돌파하여 넘어서도록 부름 받은 존재이다. 이것은 내재하는 초월(a transcending within)이다―초월하는 만큼 내재한다. 따라서 하나님은 서구의 남성적 자아(ego)의 이미지―즉 분리되고 멀리 동떨어져 있고, 위에 있고, 지배적인 어떤 존재로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독재자처럼 창조세계를 통제하지 않는다—그러나 각 피조물에게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하나님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유혹하고, 부르신다―우리는 그것을 얻지 못할 수도 혹은 실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한다는 점에서, 불가능성은 (이미) 깨어지기 시작한다—불/가능성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가능성 속에(in possibility) 이르게 된다. 우리는 가능성 안에 있게 된다. 15세기 쿠자의 니콜라스(Cusa)는 하나님을 가능성 자체(posse ipsum)라고 불렀다―이 가능성은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이 가능성들을 우리를 위해 실현해 주시지 않는다. 하나님에게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약속을 받는다—이는 보장이 아니다. 겸손함과 용기를 가지고, 희망의 살림 속에서—우리는 그와 같은 일을 함께, 얽혀, 엮어간다, 바로 지금 말이다.

감신대 강연

▲ 감신대 강연

장신대 강연

▲ 장신대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