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감싸주는 제일 튼튼한 중등산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여정이 험한 까닭입니다. 강원도 산골일 뿐 아니라 바위너덜지대를 누비며 다녀야하기 때문이지요. 처음 발견된 곳의 지명이 붙여진 정선바위솔은 제가 바위솔 중 비주얼 으뜸으로 치는데 사는 곳은 영 어울리지 않게 칙칙하고 어두운 바위입니다. 아~~ 미모를 뽐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곳을 택했을까요?

납작한 연꽃모양으로 바위에 엎드리어 겨울을 납니다. 그리고 어느해 가을, 잎은 분홍빛으로 변하고 밀어올린 꽃대에서는 빽빽하게 꽃이 핍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연녹색 꽃받침 속의 연노랑꽃, 수술 끝에 매달린 노란 꽃밥과 꽃보다 더 예쁘게 여물어가는 빨간 씨앗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라는 진리가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입니다. 여러해살이지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에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립니다.

정선바위솔의 수난은 그 미모가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거기에다 바위솔들이 특정 질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눈에 뜨게 개체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발길이 수월하게 닿는 곳의 자생지는 사라질 위기입니다. 올해는 보호하자고 만들어 세운 자생지간판이 있는 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점점 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집니다. 숨어드는 속도가 인간의 무분별해지는 속도보다 빠르기를 그저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