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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배치하자? 그러다간 둘 다 망한다[책 뒤안길] <위험도시를 살다>가 짚어주는 핵발전의 위험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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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10월 03일 (화) 11:25:26
최종편집 : 2017년 10월 06일 (금) 00:22:06 [조회수 :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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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을 비롯하여 북한과 중·러까지, 더 나아가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달 21일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압박’과 ‘화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언급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세계가 이토록 한반도에 초미의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긴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세계가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느낌이어서 괴롭다.

북한은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는 북한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북한의 핵폭탄 과시 수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보수 진영에서 우리나라도 전술핵을 재배치하자거나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애국적 발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도 없다. 핵개발이 아니라 핵발전소까지 없애야 한다. 핵과 핵이 대결하여 핵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비핵과 비핵이 만나야 핵문제가 해결된다.

북한은 핵무장한 미국과 상대하려면 핵개발밖엔 없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핵을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을 가지자, 얼마나 닮아 있는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 생각이 옳은 것 같지만 그르다. 둘 다 망하는 길이다.

 

   
▲ <위험도시를 살다> (이상헌 외 3인 지음 / 알트 펴냄 / 2017. 6 / 326쪽 / 2만2000 원)

 

핵의 평화적 이용? 글쎄

우리에게 핵발전소는 무엇일까. 발전을 위한 평화적 사용이라는 공식적 목적만이 전부일까. 지난 6월18일, 40년간 운영되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가동을 영구히 중단했다. 신규 건설 중이던 5,6호기도 중단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나는 모든 핵발전소가 점차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두 가지 핵심을 짚어주며 힘을 실어주는 책을 읽었다. <위험도시를 살다>가 그것이다. 동아시아의 발전주의를 중심으로 핵 위험경관을 다룬 이상헌 외 3인의 논문을 묶은 것으로 핵발전소를 왜 중단해야 할지 가르쳐 준다.

핵은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그처럼 유용한 게 없다는 게 핵발전 찬성파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그 ‘평화적 이용’이라는 문제가 바로 문제다. 역대 정권들, 특히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은 핵의 평화적 이용이 아니라 전술적 이용을 하려고 부단히 시도했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의 국가정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원전산업은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다. 책은 “원전산업 육성계획이 산업육성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 안에 ‘신속핵선택전략’이 숨어 있다. ‘신속핵선택전략’은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핵연료 국산화는 명시적으로 핵연료 주기기술의 자립과 천연우라늄 연료의 자급자족을 장기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었다. 혼합핵연료 가공시설, 조사후 시험시설 등 재처리기술로 전환될 수 있는 사업도 추진되었다. 원전산업 육성계획 곳곳에 민감한 핵기술 개발이 포함되어 있었다.” - 24쪽

핵무기는 재처리기술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언제든지 재처리기술로 전환할 수 있다. 심지어는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핵연료개발공단을 설립하여 핵연료 관련 연구를 원자력 연구소로부터 분리시키기”까지 했다.

그뿐이 아니다. 핵연료개발공단 설립 이후 핵연구개발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당연히 정부 관료 중에는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나 주저하는 이들이 등장했고, 이들을 적으로 보기까지 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오원철 수석, 경제기획원, 한전, 외무부 등 핵무기 개발과 핵연료주기 연구에 소극적인 정부 관료를 적으로 돌릴 만큼 강경한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CIA, 1978).” - 26쪽

전두환 정권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전두환 정권이 미국으로부터 처음부터 인정받는 정권이었다면 핵무기 개발은 순조롭게 지속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에게 정권을 인정받았다.

“군사 쿠데타 이후 전두환 정권은 미국으로부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은밀히 추진해 온 핵무기 개발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Kim, 2001). 그 여파로 과기처는 원자력연구소 해체를 지시하기도 했다(과학기술처, 2007, 12-16, 차종희, 1994: 215-216, 한필순, 2014a)” - 30쪽

지금 NPT를 탈퇴하자, 핵무기를 만들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 등의 말이 등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책을 근거로 말하자면, 물밑에서 이뤄지던 은밀한 핵개발을 이제는 드러내고 하자는 주장이다. 북한이 드러내고 하니 우리도 드러내고 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이래서 핵발전소는 안 된다. 핵발전소는 핵무기로 가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원전산업은 태동부터 핵무기 개발과 중화학공업화, 석유위기와 안보위기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드러난 발전적 정책의 이면에 숨은 핵폭탄 개발이라는 비밀을 제대로 들여다보며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해야 할 것이다.

 

핵마피아의 이권, 극복할 수 있을까

 

핵발전을 찬성하는 이들에게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이권이다. ‘핵마피아’(중앙정부)라고 하든 성장연합(지방)이라고 하든, 그들이 추구하는 게 있다. ‘성장연합’은 하비 몰로치가 ‘어떠한 비용이 들더라도 성장을 추구하려는 영향력 있는 행위자들’이란 뜻으로 사용한 개념이다. 그들은 핵발전소로 인해 자신에게 떨어지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 책은 단적인 예를 이렇게 말한다.

“신규로 핵발전소 1기를 증설할 때마다 수조원의 이권의 대부분이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재벌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셈이니, 이 부문의 기업들이 핵발전에 가장 큰 이권을 지니는 셈이다(강언주, 이강준, 2015, pp.11-3)” - 50,51쪽

핵발전 산업은 규모가 크긴 하지만 별다른 경쟁이 필요 없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인 셈’이다. 거기다 핵발전과 관계되는 회사의 고위 임원이나 사외이사 등은 한수원과 특수관계인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이러고 보면 중앙의 핵마피아와 지역의 성장연합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고 해도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책은 핵마피아는 ▲국가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미래보다 자신의 이익을 좇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책 결정에 개입, 예산을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부당하게 쓰도록 실력을 행사하여 ▲직접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핵발전소를 감시하라고 만든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조차 유명무실하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한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의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3년 동안 원안위 심의에서 안건이 한 번도 부결된 적이 없습니다. 이러려면 뭐 하러 심의를 하나 싶어요. 원안위를 해체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인터뷰 M) - 116쪽

이게 핵발전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핵마피아와 지역성장연합의 이권을 위해 질주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핵발전을 경제발전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로 묶어 생존권 운운하는 이들의 속내가 순수한지 따져야 한다. 백보 양보하여 찬성 담론이 타당하고 당연하다고 해도 핵발전소 뒤에 숨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숨은 비밀은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세계 관심사가 존재하는 한 더욱 그렇다.

<위험도시를 살다> (이상헌 외 3인 지음 / 알트 펴냄 / 2017. 6 / 326쪽 / 2만2000 원)※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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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110.70.52.187)
2017-10-05 12:40:48
그럼 대한민국만 망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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