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2:24).

이 말씀은 모세 율법과 십계명이 주어지기 이전부터, 천지가 창조되는 ‘인간과 우주의 역사 맨처음’에 주어진 말씀입니다. 율법보다 앞서 주어진 주제들을 보면 노동과 안식(창1:31, 2:15~16), 성실성과 창의성(창2:19~20), 자연계와의 우정과 연대(창2:20), 아담의 하와 예찬(창2:23), 남녀 간의 사랑과 결합(창2:24~25) 등입니다. 지금 우리의 관심은 남녀 간의 결합 부분입니다. 오늘 말로는 결혼.

결혼의 대원칙 중 하나는, 결혼한 남녀는 양가 부모를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떠남을 위해서는 원활한 ‘보내줌’이 필요합니다. 어머님이시여,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들이 나보다 그애의 아내를 더욱 사랑하기를 원하셔야 합니다. 아버님이시여, 아내보다 더 사랑한다는 내 딸이 나보다 제 남편을 더 사랑하도록 밀어주어야 합니다. 결혼한 형매님들이여, 부모님보다 더 소중해야 할 사람은 이제 아내요 남편입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하겠습니다.

“어머니냐 아내냐 하는 상황이 오면 아내를 택하는 것이요, 아버지냐 남편이냐 하면 남편을 택해야 한다.”

십계명 중 인간 사이의 제1계명인 부모공경은 창세기 2장의 부부사랑보다 ‘아래에’ 놓입니다.

결혼한 자녀들은 이제 나의 아들딸이 아니지요. 그들은 ‘그 부부’입니다.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가정입니다.

“그럼 부모님들은 외로워서 어떻게 사십니까?”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어느 부모님이 결혼한 자식의 독립과 자립을 지지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보십시다. 이는 문화적 변화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한 부모님들은 뭔가 다릅니다. 아들에게 “너의 아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하신 것처럼 그 아버지는 이제 자기 아내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의무가 생기고, 딸에게 “너의 남편을 정성껏 받들라”고 하신 것처럼 그 어머니는 남편을 혼신을 다해 받들어야 할 목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모님들은 이전까지 한국의 일반적인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러나 태고부터 하나님의 마음에 담겨 있었던, ‘서로 아끼고 함께 있기를 즐거워하는 부부’로서 서로를 대하기 시작하겠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의존된 자기의 존재가치’가 아닌, ‘하나님 안에서 둘이 하나 되는 존재 가치’를 누리게 되지요.

이것이 더욱 참되고 좋은 가치 아닙니까? 성경말씀에 순종함이 자식들에게만 아니라 누구보다 부모님께 좋습니다. 유교적 의미에서의 배신입니까? 한국 전통에서의 이탈입니까? 아니요, 하늘적 의미에서의 길찾음이요, 더 행복한 전통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시지 않으면 아내는 자식에게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겠지요. 필사적으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자. 아내로서의 정체성을 남편이 채워주지 않으니까 결국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에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 이는 그녀의 생명줄입니다. 왜 그녀를 사지로 내몹니까? 남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내는 사지로 내몰려 나중에는 성난 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애착은 결국 아들과 며느리의 견고한 연합에 경쟁세력이 되어줍니다. 어머니는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과 정체성을 아들을 통해 얻고자 하고, 그러면 아들은 본디 하나님의 질서를 따라 아내와 한 몸을 이루는 정체성으로 평생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붙는 밀착력이 약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슬프다. 그럼 그의 아내는 자식을 낳아 거기에 몰두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30대는 ‘부부 사랑’의 사명에 순종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십시다. 부모님 세대는 가난으로 신음하는 나라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고귀한 땀과 피를 흘려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음하는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고귀한 땀과 피를 흘릴 때에 있습니다. 성경을 터로 삼고 사랑을 자재로 삼아 튼튼한 가정을 세움은 과도기를 지나는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는 후대를 위하여 줄 수 있는 최상의 봉사가 되리니, 그대, 가정의 건축가들이여! 시대의 건축가들이시여! ‘사랑이 다스리는 가정’이란 오늘이 요구하는 민족적 거사(巨事)였습니다.

부모님들은 여기서 약간 싫은 마음이 들지 모릅니다. 왜 꼭 부모에게서 ‘떠나’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 부모 ‘안에서’ 둘이 하나가 되면 안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로 대답을 삼을까 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질문한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독생자가 죄악의 땅에 와 십자가에서 죽도록 하셨던 것입니까? 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고통 가운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외치셔야 했습니까? 예수님은 어찌하여 그런 끊어짐의 아픔을 당하셔야 했습니까? 그것은 죄로 죽었던 우리를 살리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내 자식이 나보다 저애의 아내를 더 사랑하도록 나로부터 떼어내는 아픔과 상실감 이전에 먼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섭섭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한 자녀를 둔 부모님의 위치는 새롭게 되기 때문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있으니, 동역자와 친구입니다. 나이 들어 60이 넘고 70이 가까워올 때, 부모님은 자기가 세상에서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때 자식들이 하는 선한 일에 부모님께서 함께 쓰임 받게 해드린다면 이는 커다란 기쁨과 삶의 의미를 안겨드리는 효도가 됩니다.

또한 부모님은 점점 친구가 되어갑니다. 나의 실수와 약함과 어리석음을 보여주어도 떠나지 않는 것이 친구입니다. 사명의 길에서 부모님과 함께하면 부모님은 든든한 동역자요 길동무가 되어주십니다. 우리는 부모님께 그런 기회를 드림으로 높은 차원의 효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훗날 그러한 부모가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네 세상은 제법 살맛이 날 것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