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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책 뒤안길] 성경을 새롭게 디자인한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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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9월 25일 (월) 15:25:55
최종편집 : 2017년 09월 25일 (월) 15:28:40 [조회수 : 8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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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딸은 아시리아 사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아시리아 억양의 사내라면 가리지 않고 잠자리를 했다. 다른 딸은 '성기가 당나귀 같고 정액이 말처럼 쏟아지는' 바빌로니아 사내라면 홀딱 반했다. 결국 아버지가 두 딸의 불륜을 알게 되었고, 딸들을 집에서 쫓아내고는 그녀들과 성교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허락했다.

'창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물론 아버지는 하나님을 상징하고, 발정 난 두 딸은 이스라엘 왕국과 유대 왕국을 상징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관심한 청중들에게 아무런 깨우침을 주지 못했다." - 167쪽

이런 내용이 성경에 있다고? 그렇다. 마크 러셀이 새롭게 풀어 쓴 현대 젊은이들을 위한 성경인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에 나오는 에스겔서의 내용이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의 우상숭배와 벌, 회개할 줄 모름을 빗댄 표현이다.

저자는 친절하게 '성기가 당나귀 같고 정액이 말처럼 쏟아지는'이란 표현은 에스겔 23장 20절의 번역이라며 각주를 달아 천주교와 개신교의 번역문도 대조해 준다. 천주교 공동번역(실은 개신교와 함께 한 번역인데 책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 기자 말)은 "그러면서 몸이 나귀와 같고 정액을 말처럼 쏟는 그것의 샛서방들을 갈망하였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개신교 개역성경은 "그 하체는 나귀 같고 그 정수는 말 같은 음란한 간부를 연애하였도다"로 번역하고 있다.

성경이 버겁다면 이 책으로 성경 읽기에 도전하라
 

   
▲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마크 러셀 지음 /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펴냄 / 2017. 8 / 351쪽 / 1만3800 원)

 

참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성경번역이 정통기독교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차치하고 신선하게 젊은이들 속에 파고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성경은 어려운 책, 성경은 기독교 교리만을 딱딱하게 늘어놓은 책, 지루한 책, 두꺼워 대하기 힘든 책, 단어나 문장이 옛것이라 다가가기 힘든 책 등으로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경의 정신과 의미를 훼손하지 않은 채 랩과 록에 취한 젊은이들을 넉넉히 상대해 줄만하다. 책은 표지에서 '유머와 독설의 카타르시스, 유쾌 상쾌 통쾌한 성경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의 내용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성경을 흔쾌하게 헤집어 놓는데 그게 현직 목사인 내 눈에도 그리 밉지가 않다. 아니 차라리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성경은 성경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성경이면서 성경이 아니다. 성경이 아니면서 성경의 내용을 섭렵하고 있다.

그러니 세계의 베스트셀러, 시대 불문 베스트셀러를 읽고는 싶은데 버겁다면 당연히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하리라. 강력 추천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농축시킨 진액일지언정 이 책에 성경 전체를 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독자인 나도 저자의 이 말을 200% 인정하는 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맨 먼저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한마디로 대답해, '그렇다.' 물론 대화와 표현은 내 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을 통해 성경을 조롱하거나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기 쉽게 그것 나름의 방식으로 소개하여, 내가 처음으로 성경을 발견한 순간에 느낀 황홀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 10,11쪽

그렇다면 그는 성공했다. 그의 의도는 책 전체에서 성공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자리할 게 분명하다. '세계 최초의 선원이자 세계 최초의 애니멀 호더'가 누구일까? 독자들도 한 번 알아 맞춰 보라. 여기서 '애니멀 호더'는 '반려동물 대량 사육자'을 뜻한다. 그렇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노아라는 사내'다.

저자는 소돔과 고모라성의 멸망에 대하여 이렇게 쓴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를 몹시 싫어하셨다. 그곳 사람들은 대상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섹스하기를 좋아했다. 심지어 하나님이 롯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알리기 위해 보낸 두 천사와도 섹스를 하려고 했다. 천사 강간은 하나님께 밉보이기에 딱 좋은 짓이다. (중략) 오직 롯의 가족만 탈출을 허락하셨다. 그들이 도시를 탈출하는 동안 롯의 아내가 불타는 고향을 돌아보는 잘못을 저질렀고, 향수죄에 대한 벌로 하나님께서 그녀를 소금 기둥으로 만드셨다." - 21쪽

소돔과 고모라성의 멸망 이야기를 이리 쉽고 실감나게 기록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을 표현할 때는 "도보여행자 군대"라고 표현한다. 그들의 광야생활이 오늘날 성지순례는 아니었음이 이 표현으로 분명해진다. 여호수아가 보낸 정탐꾼들이 여리고성을 정탐하는 이야기도 실감난다.

옛글을 재밌는 현대적 표현으로 바꾸다

"여리고성에 당도한 첩자들은 아파트와 월마트를 지나 곧장 사창굴로 가서 라합이라는 매춘부의 집에 숨어들었는데, 그녀는 첩자를 숨겨주는 대가로 이스라엘 민족이 성읍을 점령했을 때 자신을 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 47쪽

이런 사건으로 인해 라합의 가족은 여리고성이 점령당했음에도 목숨을 부지했다. 여기까지는 성경의 맥락과 같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더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훗날 다윗 왕, 솔로몬 왕, 예수 그리스도가 도움을 마다하지 않은 창녀, 라합의 자손이 될 것이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실상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성경은 어렵다. 그래서 접근불가의 신성불가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성경을 신전에서 꺼내 먼지를 털고 길거리에 전시함으로 누구나 시시덕거리며 읽도록 만든다.

저자의 표현은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삼손이 '새우 칵테일과 버섯 에피타이저 가운데 있다'는 표현이나, 룻이 '올해의 비트 줍기 우승자가 되려는 게 아니다'라는 표현, '다윗이 매치박스 자동차 수집가라도 되는 양 처첩을 수집했다'는 표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뜻이 정확하다.

그 외에도, '하나님은 스스로 유대인과 결혼했다', '하나님이 스크랩북 작업도 안 하시고', '(시편은) 다윗의 최고 희트곡들'이라든가, '마음에 불을 지피면 가슴을 데는 법'이란 표현, 아가에서 '임금님은 섹시해요, 임금님은 정말 달콤해요' 등의 표현은 흥미를 유발하게 만드는 저자만의 독특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신약에서도 예수께서 병자들을 고치시는 일을 '무료의료 서비스'라고 표현하고, 도마를 '회의주의자'로 표현한다. '의심 많은 도마'보다 진일보한 느낌이다. 바울에 대하여도 "바울은 자신의 버전을 글로 기록할 만큼 지적이었다"(268쪽)라고 말한다. 바울의 기독교 사상 정립을 이리 표현한 것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유머감각이 풍부하다. 성경 지식이 풍부하다. 본문의 해석과 전달력도 뛰어나다. 성경을 읽고 싶은데 어렵다면, 또 고리타분한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대의 선입견을 확 깨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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