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성지순례 갔을 때 베들레헴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성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교회를 본 적이 있다. 예수탄생교회가 바로 그 교회다.

이 교회는 베들레헴에서 남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예수께서 탄생하셨다고 알려진 동굴 위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326년 이곳을 방문했다 아도니스 신전을 허물고 그 터 위에 성전을 짓게 했다고 한다. 333년 화재로 손실된 것을 531년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재건한 것이 지금의 건물이다.

교회 건물 전체의 모습은 십자가 모양이다. 이 교회에서 단연 특이한 것은 출입문이다. 높이가 1.2m에 불과해 어린이를 제외하곤 모두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12세기 십자군 시대에 만들어진 문으로 무슬림들이 말을 타고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작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 문이 ‘좁은 문’ 혹은 ‘겸손의 문’으로 불리고 있다.

겸손, 그리스도인들이 자칫 잊기 쉬운 덕목이다. 예수께서 많이 강조한 진리가 바로 겸손이다. 겸손은 섬김에 이르기 위한 정신이다. ‘섬김’은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이다. 하지만 그 예수를 따르는 성도가 겸손한 섬김을 외면할 때가 너무 많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열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하여 문지방이 낮은 집에서 살았는데, 가끔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치곤 했다.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주의를 주었다. 평소 아버지에게 주의를 들었음에도 다른 생각을 하다 문지방에 머리를 크게 부딪쳤다. 아파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아들아, 머리가 아프겠지만 오늘의 아픔을 잊지 않고 항상 머리를 낮추고 허리를 굽히며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

이후 프랭클린은 아버지의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았다. 그가 훌륭한 인물로 인류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겸손 때문이다. 교만은 사람을 낮추지만 겸손은 반대로 사람을 높여준다.

위대하게 된 인물들을 보면 의외로 겸손한 사람들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라’는 예수의 교훈은 이 세상의 삶에서도 진리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꼿꼿하던 벼이삭이 모두 고개를 숙인 가을이다. 익은 낱알을 고개를 숙인다. 익은 신앙인은 겸손하다. 고개를 숙이는 데는 법칙이 있다. 내가 먼저 숙이는 것이다. 일단 상대가 숙이고 나서 숙이는 건 겸손이 아니다.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베들레헴에만 있고 프랭클린의 유년시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 있다. 이를 얼마나 잘 실현하느냐에 인간관계가 달려 있다.

앞으로의 삶에도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영생을 취할 자는 없다. 좁은 문이 영생의 문이기 때문이다.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낮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잊지 말 것은 내가 먼저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