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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의 순간[풀어쓴 성경 누가복음 15:20] 수없이 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돼지 우리 한 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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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8월 16일 (수) 00:00:00 [조회수 : 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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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확 쏟아질 것 같이 반짝이는 수없이 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돼지 우리 한 켠에서 잠을 청했다. 별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짝이건만 샘이 났다. '저 별처럼 내 인생도 빛났을 때가 있었는데...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걸...' 만감이 교차되었다.

   
어릴적 아버지와 양을 치며 들판에서 보냈던 일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별들을 가리키며, 저것은 아브라함의 별이고 이것은 요셉의 별이고 요것은 다윗의 별이고... 하며 조상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동화처럼 재미있게 이야기 해 주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는 모르는게 없는 완전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물어보면 뭐든지 대답해주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시는 아버지는 내게 신(神)과 같은 분이셨다. 아버지는 언제나 친절하셨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도, 말을 안들었을 때도... 아버지는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이해해 주셨다.

아버지는 나와 잘 놀아주셨다. 형도 있었지만 형은 아버지를 어려워했고 성격때문인지 아버지 가까이에 잘 오지 않았다. 반면 막내인 나는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며 아버지 곁에 있었다. 아버지를 어려워하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달라는걸 뭐든지 다해주고, 화도 안내는 아버지가 어디가 무섭다는 거지?' 내게 아버지는 친구이자 든든한 보호자였다.

어릴적 이런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있었기에 나는 돼지를 치는 가장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도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벼룩도 낯짝이 있는데 나라고 왜 낯짝이 없겠는가? 그러나 언제나 나를 용납해주셨던 어릴적 그 아버지가 내 마음 속 깊이 살아 있었기에 나는 돌아가야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이었다.

의기양양하게 나갔지만 돌아올 때는 거지 중의 상거지가 되어 돌아가는 내게도 체면이라는게 있었지만 그 부끄러움을 덮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어릴적 나의 친구가 되어주며 나를 지극히도 사랑하셨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흥청망청 아버지의 유산을 다 탕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마음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식으로든 나를 받아줄 것 같은 아버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저를 품꾼으로 삼아주십시오'라는 내용의 대본을 만들어 용서를 빌며 그렇게 살겠노라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내 입에서 말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나를 깊이 포옹하시며 기뻐하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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