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 결혼한 딸이 작년에 아이를 낳아 올 여름을 지나면서 첫 돌을 맞이했다. 외국에 살고 있는 터라 더운 여름 지나고 9월 초에 들어 한국에서 시댁이 주관하는 아이 돌잔치를 한다고 한다. 아이 돌이면 금반지 등을 선물한다. 한 돈(3.75g)짜리 금반지가 20만원이 넘더라. 금을 선물하면서 금처럼 변치 않고 빛나게 귀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아내와 돌잔치 생각을 하다가 문득 3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덩어리 사건이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다. 14년 8월 19일,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서초구 잠원동의 한 2층 주택에서 났다. 동료 두 명과 함께 불탄 방을 수리하던 당시 38세의 인테리어 작업공 조 씨는 안방에서 불에 탄 붙박이장을 뜯어내다 방바닥 밑에서 커다란 궤짝 하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궤짝 속에 1kg 무게의 금괴 130여 개가 신문지에 낱개로 싸여 있었던 거였다. 그 신문지는 80년대, 90년대 날짜였다. 1kg이면 300돈이 조금 못 되니까 대충 개당 5천만 원이 좀 더 되니, 그 궤짝 속에 시가 65억 원 상당의 금덩어리가 있었던 것이다.

조 씨와 인부 박모(29) 씨 등 6명의 동료들은 경찰에 신고할지를 놓고 고민하다 ‘너무 많아 한두 개쯤 없어져도 모르겠다.’ 싶어 각자 한 개씩 꺼내 가진 뒤 나머지는 제자리에 넣어두고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욕심이 생긴 조 씨는 그날 밤 동거녀 김모(40) 씨와 다시 그 집을 찾아 남은 금괴를 몽땅 들고 나와 김 씨 침대 밑에 숨겼다. 이것으로 벽장 속 금괴 사건은 완전범죄로 지나갈 뻔했다. 왜냐하면 집주인이었던 A(당시 84세) 할머니와 자식들은 금괴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A할머니의 남편 B씨는 숨지기 3년 전이던 2000년에 안방 왼쪽 붙박이장 밑에서 궤짝을 꺼내 금괴를 가족들에게 한 차례 나눠준 뒤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가족들은 나중에 발견된 오른쪽 붙박이장 밑에 또 금괴 궤짝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해 할머니와 자식들에게 아무 말도 못한 채 돌아가셨던 것이다. 이 가족은 강남에서 땅을 처분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벽장에 65억 원 상당의 금괴가 또 들어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지나갔더라면 가족들이 모르는 가운데 금괴 절도는 완전범죄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조 씨는 ‘여자 문제’ 때문에 경찰에 붙잡히게 되었다. 돈이 생긴 조 씨는 범행 뒤 4일 만에 동거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였다. 그들은 금을 처분에 돈을 마련해가지고 화려한 ‘애정도피’를 했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난 김 씨가 조 씨를 찾기 위해 심부를 센터에 의뢰를 했던 것. 범행 내용을 알게 된 심부름센터 직원이 경찰에 제보함으로 모든 게 드러나게 되었다.

몇 달 뒤 경찰은 모든 조사를 끝내고 조 씨와 나머지 인부들, 금괴를 매입한 금은방 업주 등 모두 7명을 검거하였고, 언론들은 10억 원 상당의 금괴 40개와 현금 2억 5000만원을 경찰이 압수했다고 보도하었다. 경찰조사에서 조 씨는 “훔친 금괴를 금은방에 처분해 생긴 현금을 지인에게 투자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한다. 정리해보니 흥미로운 통속 단편소설 같다. 도무지 현실 같지 않다. 그런데 3년 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있었다. 그는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회사의 돈으로 70억 원이 넘는 금액의 말과 장비를 사주어 대통령에게 소정의 목적을 이루려는 뇌물을 준 혐의를 주혐의로 하여 5년형을 선고받았다. 삼성가에서는 총수가 될 사람이 이런 선고를 받은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보도된 대로 변호사들은 며칠 후에 항소하였다. 검찰 쪽에서도 수백억 원의 재단기부금도 뇌물인데 그 점이 무죄로 판단된 것에 대해 항소할 뜻을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성가와 전 대통령의 뇌물논란은 더 현실 같지 않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국의 대통령 주변에서 정말 일어났을까? 한 어린 청년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덩어리 벼락’에 해당하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심각하게 논고와 변증을 계속하는 재판의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어느 날 우리에게 갑자기 금덩어리 수백 개가 생긴다면 어떨까? 진심으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틀림없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도 상식과 성실이 평화를 가져오는 일상적인 삶으로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것은 죄요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