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교육이 있어서 큰아이를 태우고 고성에서 삼척으로 가야했습니다. 아침에 바퀴에 바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출발을 했는데 동해휴게소 주유소에 들러보니 바퀴에 큰 못이 박혀서 펑크가 나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바람만 채우고 삼척까지 간 후에 보험을 불러서 타이어를 수리했습니다. 출동서비스를 오신 기사님은 고성에서 삼척까지 멀리도 왔다며 무료로 수리를 해 주셨습니다. 차에 대해서는 무지한지라 위험한지도 모르고 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무 사고 없이 다녀올 수 있도록 지켜주심에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주 소식은 단연 부천의 A교회 마을선교입니다. 내내 비가 내려 걱정하던 날씨는 선교 팀이 오자 거짓말처럼 맑아졌습니다. 밤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다가도 아침이 되면 비가 그쳤습니다. 첫날 부천에서 고성까지 오랜 시간 달려온 선교 팀은 쉬는 시간 없이 50호 가정을 집집마다 돌면서 교회를 알리고 다음날 있을 점심 잔치에 주민들을 초대했습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도배 팀은 이틀에 걸쳐 올해 천국으로 가신 권사님의 가정과 어린자녀가 있는 다문화 가정의 도배와 집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둘째 날은 마을회관에서 점심 잔치 준비를 했습니다. 주방 팀은 준비해 온 각종 재료들로 주민들에게 내놓을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12시부터 2시까지 식사와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한 주민들은 80분정도 되었습니다. 농번기라 다들 바쁘고 교회에서 주관하는 식사에 참여하면 교회에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전에는 식사를 대접한다 해도 손사래를 치며 오지 않으시던 마을 주민들이 이번 점심 잔치에는 마음을 열고 오셨습니다. 장로님도 깜짝 놀라시며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주방 팀은 당초 예상한 인원보다 주민들이 많이 오신 덕에 계속해서 새 밥을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둘째 날 새벽 4시에 부천에서 출발해 7시에 진부령에 도착하신 두 분 성도님은 농번기에 바빠서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주민들의 커트와 염색, 파마를 맡아서 해 주셨습니다. 흘리에서 하루 5번 있는 마을버스를 타고 미용실에 다녀오려면 하루 종일이 걸립니다. 농한기에는 여유가 있지만 농번기에는 미용에는 신경 쓸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성 주민들도 많이들 오셔서 참여하셨습니다. 흘리에서는 보기 드문 세련된 파마와 머리스타일이 주일에 제 눈에 보였습니다.

   둘째 날 하루 종일 하우스에서 피망농사를 도운 농사일 돕기 팀은 오랜만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 더워진 하우스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셨습니다. 해가 나고 더운 날에는 하우스 온도가 50도를 웃돌기 때문에 찜질방 안에서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피망을 딴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어려운 농사일에도 “우리가 오늘 한 것은 일 축에도 못 낀다.”고 말씀들을 하시면서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의 수고를 치하하셨습니다. 농사는 지어본 사람만 압니다. 그러니 저도 농사를 짓는 교인들의 수고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A교회의 선교 팀은 모두 성인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선교를 오기 위해서 귀한 시간을 들이는 결단이 필요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교를 위한 물질도 각자 헌신해서 오신 것입니다. 탑차에 많은 주방 짐과 도배 도구들, 전도를 위한 물품들을 실어서 일면식 없는 진부령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교회에서 준비한 잔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전도해주셨습니다. 장년의 든든함과 진심이 느껴져 마을 주민들도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나 봅니다.

   10년이 넘도록 목회를 한 아랫마을 목사님이 들려준 일화가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랫마을 전도를 하며 다니는 것을 보고 교회에 나오시지 않는 주민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당신은 상도(商道)도 없소. 우리 마을에 교회가 저렇게 있는데 왜 여기 와서 전도를 하시오.” 비록 자신은 교회에 다니지 않고 예수를 믿지 않지만 마을 안에 함께 살고 있는 교회를 옹호하는 것이 주민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기에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저희도 교회에 나오시지 않지만 야채를 챙겨주시거나 아이들의 소소한 먹을거리를 챙겨주시는 마을 주민이 계십니다. 자신들이 아는 방법으로 사랑을 전하려고 하는 것, 귀한 일입니다.

   교회가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골교회에서 담임목회자가 여러 번 바뀌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시골의 마을 주민들은 평생을 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에는 길다고 생각되는 10년이 누군가에는 ‘이제 좀 정들만한’ 시간일 것입니다. 주민들은 주민들의 시간개념이 있고 그에 맞게 교회와 목회자 가정을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줄 것입니다. 이번 A교회 선교 팀이 따듯하고 친절하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갔기에 그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우리의 시간 기준은 금세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열매가 맺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시간도 저희와 다릅니다. 남편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때가 있음을 믿는 것이고 마을 사람들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함께 씨를 뿌려 준 A교회의 선교 팀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 제 시간에 맞추어 다른 사람을 재촉하지 말고 하나님의 시간을 바라보며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