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년 08월 25일 (금) 00:33:19 최종편집 : 2017년 08월 25일 (금) 00:35:24 [조회수 : 6295]
평신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미안해 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 때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으로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인들은 오히려 목회자와 교회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참 착한 사람들입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아직 교회 안에는 착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점점 거룩함과 신앙을 우습게 알며 교회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 세상 속에서 신앙을 지켜 가며 예배에 나오는 사람들, 예수님을 닮아 조금이라도 더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 저는 이런 성도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존경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 비하면 정글과도 같아 보입니다. 절대 손해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 사람을 외모와 조건과 이용가치에 따라 호불호하며 인맥과 패거리로 무리 짓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 양심을 팔고 사는 사람들 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착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착하면 손해 보는 것 같고 바보 같아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신앙을 지키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회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힘을 줘야 합니다.
교회는 착한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사람을 더 착하게 만들고, 못된 사람을 용서하여 착하게 하고, 착한 사람들이 함께 착한 일을 하고, 착한사람이 진정한 행복과 참된 승리를 얻음을 서로 확인하며 위로하는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우리는 때로 믿음을 강조하느라, 사람을 교회에 붙들어 놓으려 애쓰느라, 그리고 교회를 키우느라 이 점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교회에 못된 사람들이 발붙이게 되고 못된 일을 일삼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요셉의 삶은 그 사실을 우리에게 잘 보여 줍니다. 흔히 우리는 요셉을 꿈꾸는 사람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요셉은 꿈꾸는 사람이기 전에 ‘착한 사람’입니다. 성경 가운데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착한 사람입니다. 꿈과 관련된 선입견 없이 그의 삶을 보시기 바랍니다. 요셉은 미련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요셉의 형들은 악당이라기보다 질투하고 잔머리 쓰며 때로 성공하고 때로 실수하는 세상에 널린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형들은 상황과 현실에 맞추어 머리를 잘도 씁니다. 한데 모여 못된 일을 잘도 꾸며댑니다. 그러나 요셉은 홀로 여전히 착합니다. 끝까지 착합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하나 더, 착함은 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요셉이 꿈을 꾸고, 기억하고, 붙들 수 있었던 것은 착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꿈을 꿉니다. 착한 사람은 꿈을 꾸고 끝까지 꿈을 현실로 믿으며 결국 그의 꿈이 현실이 됩니다. 하지만 못된 사람의 꿈은 현실과 타협하고 꿈이 야망으로 변질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꿈꾸는 것 마저 잃어버립니다. 요셉의 착함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진짜 믿는 사람은 대단한 일을 벌이는 사람이기 전에 끝까지 착한 사람입니다. 끝까지 꿈꾸는 사람입니다. 착함을 외면한 채 꿈만 강조하면 교회는 야망을 품은 못된 사람들의 못된 일만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착하다는 것은 연약하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위대한 믿음의 증거입니다. 선물과 같은 믿음입니다.
제 자랑 같아 민망하지만 제가 평생 들은 가장 마음에 드는 칭찬은 ‘목사님과 함께 있다 보면 제가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이요’라는 동료 목사님의 한 마디였습니다. 물론 저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착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그 말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런 칭찬과 착함에 대한 존경이 우리 교회 안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착한사람 요셉, 착한 예수, 바보 예수....하나님은 착한 사람들을 통해 결국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나가십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사람들을 원하시고 귀히 여기시고 사랑하십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그 구원의 역사를 펼쳐 내십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뮤치컬 중에 ‘요셉 어메이징(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유명하지 않지만 착한 사람 요셉의 이야기를 매우 재미있게 풀어낸 또 하나의 명작입니다. 극중에서 요셉이 부른 노래 ‘모든 꿈은 이루어질거야’를 세상의 모든 착한 사람들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