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시댁 가족이 2박 3일, 남편의 후배인 목사님과 그 자녀들이 2박 3일, 수련회를 온 청년들이 1박 2일을 저희 교회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교회 주방 공사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21일 주간에는 수도권의 한 교회가 2박 3일 농촌봉사활동을 오십니다. 진부령으로 이사를 온 세 번째 여름은 이전 두 해보다 더 바쁘고 풍성합니다.

   그 와중에 저는 큰아이를 데리고 퇴근 후 ‘택시운전사’ 영화를 보았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모두 함께 하는 영화 관람이었는데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영화관에는 저희 부모님 연배의 분들도 꽤 있으시고 젊은 청년과 그 부모님이 함께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과거사를 이야기 하고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저희 교회 청소년이 먼저 관람하고 아이들 보기에도 무섭지 않다고 해서 함께 간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초등학생은 무리인지 무서워서 귀를 가리거나 눈을 가렸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화 속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큰아이의 폭풍 같은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금요일에 온 청년들은 주방 공사로 집 안에서 취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불편한 기색 없이 지내다가 갔습니다. 청년들은 오기로 되어 있는데 공사업체에서 그 날만 공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남편은 청년들이 취사를 할 수 있도록 야외에 식당용 주물 3구 버너를 주문해서 설치했고 설거지를 위해서 큰 대야를 두 개 사 두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야외에서 비를 피해 구운 바비큐로 저녁 식사를 한 후 설거지는 다음날로 미루고 야간 집회를 가졌습니다. 토요일 아침은 부엌 공사가 아침 일찍 시작된 관계로 다시 밖에서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마당에 있던 테이블을 옮겨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서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청년 수련회의 관건은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진부령과 고성일원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금요일 밤 상황으로는 바다에 들어가기 힘겨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은 비가 조금은 잦아드는 것 같아서 바다로 내려갔습니다. 잔비는 여전하고 날은 흐렸지만 청년들과 아이들은 공현진 바닷가에서 4시간 정도 즐겁게 놀았습니다. 청년들은 물놀이를 하다가 모여앉아 마피아 게임을 했고, 어린이들은 브라질까지 직행할 듯한 기세로 모래 구덩이를 팠습니다. 다행히 파도가 그리 세지 않았고 저희 외에도 서너 팀이 더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현진 마을 사람들은 해수욕장 폐장을 위해 설치된 평상을 걷느라 트랙터로 분주히 움직였지만 수련회를 온 청년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비가 오고 파도가 거세면 바다에도 갈 수 없고 계곡에도 갈 수 없으니 수련회를 주최하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금요일 밤을 꼬박 새며 보드게임을 한 청년들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딱 바다에 들어갈 만큼 비도 잦아들고 파도도 낮았습니다. 속초나 고성에 오면 꼭 먹고 간다는 닭강정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청년들이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간 저녁에 교회 주방 공사도 곧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배가 고픈 두 아이의 저녁을 챙긴 후 장로님과 권사님이 오셔서 함께 청소 및 부엌 정리를 하였습니다. 냄새가 나고 부식되었던 주방은 멋지게 새 단장이 되었습니다. 주일에 오신 할머니 성도님들께서 개수대 앞에 한번씩 서 보시고 칼질을 하는 동작도 하시면서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배 시간에 주방공사를 후원해 준 교회와 돌보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함께 감사했습니다.

   이제 진부령은 추워졌습니다. 저녁이면 보일러를 틀고 잡니다. 작은아이와 저는 추워서 긴팔과 긴바지를 입었습니다. 아이들의 방학도 끝이 났고 분주한 여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선선한 바람을 타고 하루하루 불어옵니다. 간혹 지나는 길에 진부령에 들러서 저희 교회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찾아주신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