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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빚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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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8월 19일 (토) 00:17:32 [조회수 : 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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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내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상영 중인 영화 <Maudie>는 캐나다의 화가 모드 루이스에 관한 영화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특정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 일군의 화가들을 가리키는 나이브 아트(naive art) 화가들은 그 작품의 경향상 소박파(素朴派)로 불리기도 하는데 모드 루이스는 바로 이 나이브 아트 화가다. 심한 관절염으로 신체적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던 모드는 식구들의 거의 강제적인 간섭으로 집안에만 틀어 박혀 지내다가 집을 탈출하겠다는 마음으로 홀로 사는 한 남자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모드는 결국 대인관계 능력이 거의 전무한데다 무식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 남자와 결혼하여 그 집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남자는 그녀로 인해 변해간다.

남편 에버렛은 식구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았던 모드의 예술을 유일하게 인정하고 지원한다. 비록 이해하지는 못할지언정 에버렛은 그녀의 작품과 화가로서의 그녀를 존중한다. 그리고 동시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러다 모드의 유명세로 인해 부부는 크게 다투게 되고 모드는 집을 나와 잠시 친구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때 모드를 찾아온 에버렛은 아내에게 두려웠던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한다. 이 투박한 남편은 아내에게 자기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왜 그런 생각을 하냐는 아내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잘하니까.”(Because you can do much better than me.)

그 순간, 영화는 사랑이라는 것의 정체를, 사랑이라는 마음의 본질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인공 모드는 거의 장애에 가까운 질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여자다. 어쩌면 남편은 실제로도 그런 것처럼 자신이 그녀를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그는 내가 당신에게 뭔가를 주고 있으니까 나도 호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을 법했다. 그런데,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남자는 오직 그녀로부터 받는 것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잘한다는 말은, 내가 없어도 당신은 잘해 나갈 것이고, 아니 어쩌면 나 없이 더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이 사랑의 두려움은 오직 받은 사랑만을 생각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다. 사랑은 결국 내가 준 것이나 주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가 받은 것, 받고 있는 것만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인간관계에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남자는 이렇게 사랑의 가장 고결한 정점을 보여준다.

바울은 이 사랑의 정체를 ‘사랑의 빚’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받은 사랑은 늘 빚이고 이 빚은 유감스럽게도 결코 갚아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을 받고 다시 내가 사랑을 준다고 해서 서로에게서 사랑의 채무가 탕감되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나는 너의 사랑을 빚졌고 너 역시 나의 사랑을 빚진 것이다. 사랑은 갚아질 수 없기에 계속 주고받는다면 빚은 계속 쌓여만 간다. 이처럼 주고받는 사랑은 서로의 사랑을 갚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의 빚만 늘려갈 뿐이다. 갚을 길 없이 쌓여만 가는 사랑이 빚, 이것이 사랑의 정체이고 사랑의 성질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준 사랑에만 더 눈이 가지 않던가? 대체 진정한 사랑함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그것을 영화 속 투박한 남자는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오직 받는 사랑만을 바라보는 길뿐이라고.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다 이룬 것입니다.” (롬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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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221.167.226.172)
2017-08-19 19:36:25
십자가.

대속.

보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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