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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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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8월 07일 (월) 23:46:15 [조회수 : 5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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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이들이 방학을 했고 휴가시즌이어서 저희 집은 손님이 많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에는 군인들과 남편이 함께 군부대 교회를 청소하고 바비큐 파티를 했습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복귀할 수 있도록 허락은 받은 장병들은 저희 교회 앞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고기를 구워서 먹었습니다. 바비큐 파티의 마무리는 항상 끓인 라면입니다. 부대 안에서는 컵라면이나 봉지라면만 먹을 수 있기에 솥에 끓여낸 라면은 언제 내놔도 인기를 얻습니다. 한 해에 한두 번 있는 즐거운 식사, 긴 삶을 두고 볼 때 진부령에서의 몇 개월은 스치듯 지나간 한 시기가 되겠지만 이런 소소한 시간들이 길게만 느껴지는 군대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도 알아서 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군인들이 있어서 더욱 감사합니다.

   두 주 전 방학식날  두 아이는 각자 방학생활 시간표를 그리고 자신이 하겠다고 다짐한 방학숙제 기록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큰아이는 아무래도 3학년이다 보니 일기와 독서, EBS교육방송 청취 및 기록, 포트폴리오 만들기, 예체능 활동 등 숙제가 많습니다. 날마다 자신의 기록지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을 하고 있는데, 여름이면 교회와 저희 집에 손님이 와서 하루 종일 놀아야 하는 날이 많은 아이에게는 다소 숙제량이 많아 보였습니다.  방학 첫 주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했고 둘째 주는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은 두 주 동안 밀린 숙제를 다 하는 것이 벅찹니다. 숙제 이야기만 하면 침울해 합니다.

   작은 아이도 독서기록과 일기쓰기, EBS 방학생활 청취, 효도하기, 운동하기가 숙제입니다. 매일 자신이 한 일에 잘한 것은 두 줄 동그라미, 노력이 필요하면 동그라미, 못 한 것은 세모표시를 합니다. 작은 아이가 자신이 한 것을 표시하고 나면 제가 마지막에 확인 서명을 해 주는데 항상 ‘효도하기’ 대목에서 저를 쳐다보고는 잘 했는지 물어봅니다. 어떤 날은 일찍 잤기 때문에 동그라미, 어떤 날은 빨래 바구니를 옮기고 세탁기 조작을 했기 때문에 동그라미, 어떤 날은 그릇을 치웠기 때문에 동그라미, 아무것도 표시 할 것이 없는 날은 저녁에 잠들기 전에 저나 남편에게 안마를 해 준 후 동그라미 표시를 해달라고 합니다. 사실 다른 숙제에는 별로 개의치 않고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한데 효도하기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시절에 방학 전날 학교에서 방학생활 시간표를 그리던 기억이 납니다. 방학을 시작할 때 마음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놀고 먹고 놀기를 반복하고 싶지만 일단 계획이기 때문에 오전, 오후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에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통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고 썼었습니다. 시간표를 방에 붙여놓고는 하루 이틀은 시간표대로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작심삼일이라 어느새 하루 종일 언니들과 혹은 친구들과 놀고 있는 행복한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개학 일주일 전쯤부터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느라 며칟날 뭘 했었는지 언니들과 의논하고 하루에 그림을 세장씩 그렸으며 풀어야 할 문제집을 속성으로 풀어내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방학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저희 아이들도 30년 전의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갈 때는 문제집 두 장 푸는 것과 일주일에 3번 일기쓰기가 전부였는데 방학이 되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있어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동시에 깨달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방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생활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약속한 숙제를 가까스로 다 해 낸 후 학교에 등교할 때 하게 되는 새로운 다짐(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해야지’ ), 숙제를 마쳤기에 당당하게 선생님을 마주하고 반가워 할 수 있다는 안도감(‘선생님은 내가 일기를 삼일 만에 다 쓴 걸 절대 모르실 거야’) 등 방학은 끝나는 시점에 더 짙은 인상을 남깁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해 오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 뒤에는 항상 누군가의 눈감아줌과 위로와 안도가 있어왔습니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실패를 위로하고 다음 기회를 주십니다. 삶이 방학생활 시간표처럼 계획한대로 되지 않고 뭔가 정체된 듯 하며 미래가 어두워 보이더라도 낙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시간표는 수정할 수 있고 다시 써도 됩니다. 계획내용의 다양함 보다는 무엇이 핵심적으로 해야 할 일인지를 아는 것이 시간 사용에 있어서는 더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 인생의 시간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부디 땅의 모든 방학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저희 집 두 아이의 방학숙제가 순탄하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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