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창포’라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때, 사진 속 첫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깔끔하고 맑아 보이는 하얀 꽃이 다른 들꽃과는 참 많이 달랐지요. 성글게 달려있는 꽃잎들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군더더기 없이 적당한 길이로 탄력 있게 쭉쭉 뻗은 잎들은 힘이 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넷상의 이미지였으나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앞뒤 가리지 않고 수소문해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한포기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잘못 찾은 것이겠구나, 생각했으나 나중에 듣고 보니 그 바위의 ‘꽃장포’를 누군가가 다 캐어가 버렸다고 하더군요. 유난히도 수난을 많이 당하는 꽃입니다.

사는 곳이 경기도 북부 일부와 강원도 이북이며 개체수도 작습니다. 작년에는 예전 있던 곳 이외에도 명승지 절벽에 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어렵게 알현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꼬박 하루를 들여 만나고 왔으나 그 어여쁘고 우아한 모습을 제대로 눈에 사진에 담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이틀 후 다시 달려가게 만들었던 대단한 꽃입니다.

찾아간 곳은 바위 위 습기가 많고 그늘진 곳이었습니다. 넉넉해진 돌단풍 잎사귀 밑에서 적당히 고개를 빼고 부는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흐르는 물을 한가로이 내려다보고 있더군요. 아래로부터 차곡차곡 꽃 피어가는 순서대로 열매를 맺은 모습은 곡식 이삭처럼 생겨 친근감마저 듭니다. ‘꽃창포’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꽃창포는 붓꽃과이고 ‘꽃장포’는 생긴 것과는 관계없이 백합과로 우리나라엔 꽃장포와 한라산 정상에 사는 한라꽃장포가 있습니다.

들꽃 중 희소성으로만 따지자면 한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입니다. 커다란 무리가 모여서 별처럼 피어있는 사진은 이제 전설이 되었습니다. 좋아해서 만나고 그 어여쁜 모습을 같이 나누려 담아오는 작업이 또 다른 전설을 만드는 일에 한몫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맘이 편치가 않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꽃장포의 하얀 꽃들이 소복소복 모여 반겨줄 그 날을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