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이리 황당할 수가? 다짜고짜 이리 글을 시작하는 건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간다. 아직도 진행형이기도 하다. 뭔가 끝이 났다면 시원할 터인데 아직 진행 중이니 대략난감이기까지 하다.

뭔 얘긴데 이리 호들갑이냐고? 하하하. 자동차 얘기다. 지난 목요일, 팔이 아프다며 아내가 딸의 차를 타고 동네의원에 갔다. 잠시 후 딸이 돌아왔다. 자기 어머니를 병원에 떼어 놓은 채. 이유를 묻기도 전에 딸은 말한다.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 시간이 걸린대요. 한 시간 후에 가려고요.”

이후 아내를 데리러 가는 것은 내 몫이 되었다. 차를 몰고 병원 앞으로 가니 아내는 이미 길가에 나와 있었다. 나도 병원에 볼일이 있는지라, 아내를 태우고 다시 병원 앞으로 갔다. 마침 주차공간이 한 칸 있어 앞으로 주차를 하려다, 뒤로 주차하는 게 나올 때 편할 듯해 차를 다시 빼고 있는데, 그 사이 뒤쪽에서 나중 온 차가 날름 그 한 칸 남은 공간에 자신의 차를 들이밀고 들어 와 주차한다.

이럴 때 상대 차는 왜 고급 승용차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쯤해서 조금만 잘 못 말하면 온통 인터넷이 난리 통이 될 게 뻔한데... 어쩐다? 하지만, 하여튼, 여하간 내 경우는 어이없는 운전자를 만났을 때 고급 하고도 외제 승용차가 많았다는 거, 부인할 수가 없다. 독자들이여! 하지만 일반화는 금물이라는 거 잊지 마시길.

어허? 하는 순간이었다. 황당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차를 빼는데 온 신경은 그 얄미운 차에 있었던 것 같다. 순간, 쿡!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아뿔사! 이미 때는 늦었다. 내가 그 얄미운 차에 신경 쓰다 후방을 돌보지 않은 거다. 남의 차를 콕 건드리고 말았다.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고.

상가에서 한 여자가 잽싸게 나와 차 박았다고 소리친다. 그 여자는 내가 예전에 자신의 상가 앞에 주차했다고 뭐라던 이이다. 상가 앞이 버젓이 공용주차공간이건만 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고 손짓하고 차를 적당히 세우고 내려갔다. 내 차는 보지도 않고 남의 차를 살폈다. 그야말로 범퍼에 성한 곳이라곤 하나도 없는 차였다.

내가 낸 흔적이 어딘지도 모르겠다. 흔적이 있기는 한 건지도. 이 때 든 생각, 안,심.이.다. 그러나 아내는 핑계 김에 범퍼 갈아 달랄 수도 있단다. 이내 엄습하는 불안함은 또 무엇이냐. 순간 냉온찜질을 잘도 한다. 메모를 남기는데 아까 그 여자가 ‘별 거 아니네요. 그냥 가세요. 블랙박스도 없구먼...’ 하하, 이 뇨자 무슨 시추에이션이람?

그 고급 진 외제 승용차 운전자는 이리 밖이 자기 때문에 시끄러운 데도 쏜살같이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고 만다. 허. 럴 수 럴 수 이럴 수가? 지금은 집에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 30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찌 된 일일까?

진행형이라서 더 불안하다. 난 이 자그만 사고는 내가 평정심을 잃은 탓이라 생각한다. 겉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속에서 얄미운 운전자에 대한 감정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결국 그 화는 사고를 내고. 이것도 주님은 보실 텐데. 음... 우리 중심을 보시는 분이 하나님이시지 않는가 말이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