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 주님의 이름 영화롭도다’로 시작하는 ‘영화롭도다’는 한국교회에 널리 알려진 합창곡입니다. 한국교회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작고 두꺼운 ‘명성가곡집’에 실려 있는 곡으로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헨델의 ‘할렐루야’보다 부르기 쉽지만 그 웅장함과 화려함과 영광스러움은 그에 못지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규모의 성가대에서는 1년에 한번쯤은 부르는 곡입니다.

 이 곡의 가사는 미사의 일부인 글로리아/Gloria의 절반입니다. 이 합창곡의 원곡에 쓰인 글로리아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
땅 위에는 그의 백성에게 평화.
주 하나님, 왕의 왕, 전능하신 아버지,
우리의 찬송과 감사 예배를 드리나이다.
주의 영광 높이 받들어 찬양을 드리나이다.
하나님의 외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

 그런데 이 곡을 우리말로 부르다 보면 어색한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번역의 잘못입니다. 노래 번역에는 어학적, 문학적, 음악적, 연주자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찬송가에도 이런 부분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참 많습니다. 추측컨대, 이곡은 라틴어 가사를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영어로 번역된 라틴어 원곡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다를 두 번이나 건너는 가운데 가사는 원곡과 한참 멀어지고 문학적 악센트와 음악적 악센트가 뒤죽박죽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 곡을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는 라틴어 글로리아의 가사에 맞게 다시 번역 하던가 더 좋은 것은, 원곡의  라틴어 가사로 부르고 한국어 자막을 띄우는 것입니다. 음악과 가사가 절묘하게 일치할 때 감동이 되는 것이지요. 라틴어는 읽기도 쉽고 발음상 노래하기도 편하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서 시도해 볼 만한 도전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국어로 부를 때 가장 어색한 부분은 곡의 초반에서 ‘모든 천사들 보좌 둘러섰도다’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좌’의 한 음절 한 음절을 피아니시모로 처리하는 이 부분은 참 어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음악에서 갑작스러운 포르테나 피아노로 강조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사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 곡에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원곡에는 나오지도 않는 ‘보좌’라는 단어의 ‘보’와 ‘좌’라는 두 음절이 이렇게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곡에서는 어떨까요? 원곡에서 그 부분의 전체 가사는 ‘땅 위에는 그의 백성에게 평화/et in terra pax hominibus’입니다. 그리고 피아니시모로 강조되는 그 부분에 오는 단어는 ‘평화’를 의미하는 ‘pax'입니다. ‘pax'는 한 음절이기 때문에 이 중요한 단어가 음악적으로도 두 번 반복될 수 있지요. 역시 가장 중요한 단어와 음악적으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클래식과 클래식이 아닌 음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어떤 권위자가 인정해 줘야 클래식이 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클래식은 스스로의 힘으로 시대를 뚫고 살아남은 것이며 그래서 클래식은 그것을 만든 사람을 늘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차르트를 떠올려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는 이곡을 너무 우렁차고 장엄하게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곡이 과연 모차르트의 곡인지 베토벤의 곡인지, 혹은 베르디의 오페라인지 새마을노래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자유(die Freiheit)입니다. 그렇다고 모차르트의 ‘자유’를 ‘철없는 발랄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제겐 너무 끔찍한 오해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주입시킨 잘못된 이미지입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날개가 꺾여 버린 상처 입은 천사의 여린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우리는 모차르트를 제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성당의 전속 작곡가로 답답한 삶을 살아오면서 늘 자유를 꿈꿨고 대주교 몰래 그 자유의 열망을 자신의 미사곡에 섞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삶의 안정을 담보하였던 성당 전속작곡가의 자리를 뿌리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여 여러 오페라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는데 ‘피가로의 결혼’, ‘후궁탈출’, ‘마술피리’등 그의 오페라는 ‘자유’와 매우 연관이 깊습니다. 그렇게 그는 진정한 자유를 노래하다가 그 짧은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곡이 끝난 뒤에 들려야 할 것은 우렁찬 마무리에 의한 에코도 아니고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도 아니며 다만, 전 존재적 자유로움 가운데 하나님을 찬양한 사람들이 그 찬양을 마치고 함께 미소 지으며 숨을 헐떡이는 소리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