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유월이 오면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한국현대사에서 평화의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불행히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평화는 어느 사람, 어느 민족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온 인류가 누려야할 하나님의 선물이다.

  신학교를 졸업하던 해, 1985년 봄에 문수산성교회를 개척하였다. 김포에서 강화로 건너가는 입구에 위치한 마을로 휴전선에서 겨우 4킬로 남쪽 마을이었다. 한강 하구와 아주 가까웠다. 군사 접경지대인 까닭에 밤마다 통행금지로 불편하였고, 귀에 따갑도록 시끄러운 대남, 대북 방송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훗날 남과 북 사이에 중요한 평화의 진전이 있었다. 2004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4주년을 맞은 그날 0시를 시점으로 휴전선 155마일(약 250킬로미터, 625리) 전역에서 상호비방 방송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1962년에 시작하여 밤낮 계속된 ‘자유의 소리 방송’은 42년 만에 마지막 방송을 하고, 임무를 마쳤다. 이렇게 멋진 종료 멘트를 날렸다.

  “끝으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기원하며 그동안 우리 자유의 방송을 들어준 인민군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무궁한 행운을 빕니다.”
  자신의 적들을 축복하다니, 참으로 감동적인 평화의 소식이었다.

  평화는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일이다. 브로우더스는 “세상에서 화평케 하는 일보다 하나님을 닮은 일은 없다”고 하였다. 성경은 평화의 옷을 입고 있다. 평화라고 번역한 히브리어 ‘샬롬’은 파생어를 포함해 구약에서만 모두 482회 등장한다. 유대교 랍비들은 ‘샬롬’을 가리켜 하나님의 이름이라고 불렀다.

  평화라고 번역하는 샬롬의 뜻은 매우 포괄적이다. 평화는 물론 우정, 친밀감 등 좋은 인간관계를 나타내기도 하고, 행복, 번영, 만족, 건강, 문안 등 개인적인 차원과 평화조약, 화목제 등 공적인 영역을 두루 포함한다. 무엇보다 하나님과 온전한 언약관계를 의미하고 있다.

  평화는 매우 실천적인 생활개념이다. 말로만 해결되는 평화는 별로 없다.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 5:9)란 예수님의 말씀은 구체적으로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는 사람(마 5:41)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않는 사람(마 5:42)이 누릴 복이다.
 
  흔히 사용하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개념도 마찬가지다. 명분과 행동이 서로 다른 이중적인 경우에 쓰는 표현인데, 스스로 가사노동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정작 자신의 가정에서는 생각대로 실천하지 않을 때 적용한다. 사람에 따라 사회적 약자, 소수자, 타자에 대한 겉으로 드러난 진보적 태도와 속으로 생각하는 보수적 편견이 공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내 안에 마음의 평화를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유네스코(UNESCO) 헌장이 ‘평화의 옹호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먼저 건설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아기의 웃음에서 평화를 떠올리고, 올리브 가지를 물고 있는 비둘기에서 평화를 연상하듯, 평화는 매우 가까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피스 메이커’로 사는 일이다.

  나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은 ‘평화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평화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으뜸가는 슬로건이다. 한국정교회 본부 교육관 벽에 쓰여 있는 글이다. “평화를 찾아라. 그리하면 네 주위의 많은 사람이 구원을 얻을 것이다”(Find Peace! Thousends of around you will be saved).

  평화를 위해 힘쓰는 우리 자신을 보고 하나님의 샬롬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중요한 전도방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