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담은 노래

요일 5:10-12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3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이상한 안경”이라는 동화가 실려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바느질 하시는 어머니의 무릎위에 앉아서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이 소년은 어느 노인으로부터 이상한 안경을 선물받습니다. 그 안경을 쓰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보게 됩니다. 이를테면 숲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세계,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는 내용입니다.

이 동화는 저의 어린 시절을 아름다운 꿈을 꾸며 살게 했습니다.

저편 어느 곳에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있으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또하나 안경에 대한 이야기는 루마니아 소설가 콘스탄트 게오르규씨가 쓴 “25시”라는 소설입니다.

“25시”의 주인공 요한 모리츠와 소설지망생 트라이얀 코르가가 항가리의 올드루프 수용소안에서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한밤 중에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트라이얀 코르가가 요한 모리츠에게 말을 건넵니다.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내 안경을 맡아주겠는가”

“당신은 안경이 없으면 전혀 보질 못하는데 왜 내게 안경을 맡아달라고 하느냐?”고 요한 모리츠가 묻습니다.

그러자 트라이얀 코르가는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자신은 지금 이 시간까지 그 안경으로 보아야 할 것은 모두 보아왔는 데,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보기가 싫어졌다”는 것입니다.

“밀폐된 곳(수용소안이라든가, 야만적인 규율을 지키는 사회의 기계법칙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풍자하여), 이를테면 자유가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경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고 반문을 합니다.

“앞으로 안경을 쓴다해도 절망밖에는 볼 수가 없음으로 더 이상 안경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가 있고난 그 다음날 트라이얀 코르가는 장열한 죽음을 맞습니다.

제가 이렇게 안경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무궁무진한 꿈을 꿀 수도 있고, 또는 어둡고 암울한 시대를 바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무궁무진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볼 수도 없고, 상삳할 수도 없는 세계를 봅니다.

시인 서정주씨는 한송이의 “국화”속에서 봄과 여름과 가을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한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고 노래했습니다.

시인 김영랑씨는 모란 꽃속에서 슬픈 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

모란 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라고 노래했습니다.

시인 노천명씨는 한송이 장미꽃속에서 애절한 사랑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노래하기를

“맘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근 꺽어 보내놓고

....................................................................

나 한점 티되어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버리련다

하늘 보며 나무 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

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꽃 한송이 속에서도 왜 사람들의 시각은 이렇게 다른지 의문을 가져봅니다.

어느 시인은 희망을 보고, 어느 시인은 절망을 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정학진 시인은 갈대 속에서 봄을 보고,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이란 꺽일 수도 있다고 노래합니다.

그래서 정학진 시인은 “갈대와 별빛”이란 시에서

“한 소년이 있었네

꿈 많던 까까 머리 소년은

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

들판에 나섯네

그러나 문득

봄은 갈대를 타고 온다는 것을 알았지

..................................................

비바람 극성 떨던 밤

별을 찾아 집을 나선 소년은

어느 바람 계곡에 쓰러져

꽃이 되었을까?

어느 강가

빈 배 곁에

갈대 되었을까?

.............................................“

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시인 신경림은 “갈대”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언제 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석류”란 시에서 정학진 시인은 자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쪼개는 아픔을 석류알 속에서 봅니다.

진실을 진실되게 하는 것은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석류알 속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하기를

“너를 향하여

내 가슴을 쪼갠다.

.......................................

얼마큼 드러내야

내 진실 알아줄거나

.....................................

오늘도 등돌린 당신을 향해

가슴을 쪼갠다.

쪼개는 아픔만이

나를 나되게 한다“

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신석정 시인은 “추과삼제”란 시에서 석류알을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으로 봅니다.

그래서 그는 노래하기를

“추원에 따뜻한 햇빛 굽어보면

장광에 맨드라미 고움게 빛나고

마슬간 집 양지 끝에 고양이 졸음 졸때

울밑에 석류알이 소리없이 벌어졌다.

투명한 석류알은 가을을 장식하는 홍보석이어니

누구와 저 것을 쪼개어 먹으며

시월의 상달의 이야기를 남기리“

라고 노래했습니다.

또한 “용서”라는 시에서 도종환 시인은

“..........................................................

사악하고 거짓되며 저밖에 모르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

그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 그들을 마음속으로 용서하기로 하지만

마음은 정녕 가볍지가 않습니다.

.......................................................

우리들의 싸움이 서로 사랑하기 위해 싸우는 싸움이기에

그들이 지금 뉘우치지 않는다 해도 사랑에서 비롯된

싸움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두 손을 모두어 잡고 용서하기로 합니다.“

라고 노래합니다.

그러나 정학진 시인은 “용서”라는 시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복수가 정의인 세상에서 세 번 이상 용서하는 것도 큰 사랑이지만 숫자를 계산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노래하기를

“...............................................

진정한 용서는

숫자를 뛰어넘는 법

사랑은 쓰지 않은 무한대이다.

일곱 번 용서한다며

숫자를 헤아리는 사랑은

당장의 복수를 뒤로 미루는 것일뿐이다.

지금의 응징을

차후로 유예시키는 것일 뿐

참된 용서는 아니다“

라고 비판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석류알 속에서 무엇을 보시겠습니까?

갈대속에서 무엇을 보시겠습니까?

국화꽃속에서 무엇을 보며, 모란속에서는 무엇을 읽겠습니까?

용서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일까요?

사물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것은 저와 여러분이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느냐에 달라집니다.

이것을 “직관“이라고도 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인생을 보는 눈, ”인생관“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믿음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가 버리운 자니라.”

고후 13:5절의 말씀입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읽어드린 요일 5:12절에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많은 문학 작품과 음악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이나, ”실락원“, ”헴릿“이나 ”파우스트“, ”레미제라블“과 같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바하나 베토벤, 하이든이나 쇼팽과 같은 작곡가들도 만나보기 힘이듭니다.

왜 지금은 이런 작품과 이런 곡들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세익스피어라든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헤르만 헷세와 같은 작가가 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가 간단하다고 봅니다.

그들 속에는 그리스도가 있고, 지금의 현대 내노라 하는 작가들 속에는 그리스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직전에 구출받은 사람입니다.

그로부터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앙인이 됩니다.

그가 변화한 후 그의 작품속에는 신앙적인 문제가 바탕을 이룹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이란 책을 봅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반 카라마죠프를 통해 당시 러시아 사람들에게 팽배했던 무신론 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반 카라마죠프는 신의 존재에 대해 절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하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님이 없다면 인간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것임으로 무엇이나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끔찍한 근친 살해 사건으로 나타납니다.

그의 추종자이며 배다른 형제인 “스메르쟈프”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입니다.

“죄와 벌”애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 역시 하나님이 없다면 인간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할 것이라고 말 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범인과 비범인으로 나누며, 범인은 기성도덕과 법률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비범인은 기성도덕과 법률을 초월할 수 있는 권리도 있고, 파괴할수 있는 특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같은 주장은 결국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그 당시 팽배한 무신론 사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부패한 러시아를 회복하는 길은 그래도 기독교 밖에는 없다는 주장을 폅니다.

성서속에서만 부패하고 타락해 가는 러시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보며, 기독교 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제시합니다.

그것이 바로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알료샤“ 라든가, 죠시마 장로, ”죄와 벌“의 ”쏘냐”라든가, 8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출감한 라스콜리니코프가 신약성서에서 내부의 빛을 찾는다는 이야기 설정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톨스토이 역시 부활이란 작품속에서 네플류도프 공작이 걸어가야 할 길은 성서의 세계라고 소개합니다.

카츄사가 혁명가 시몬스와 함께 떠나버리자, 네플류도프가 신약성서를 읽으며 새로운 결심을 갖는 장면 설정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제가 강경에 있을 때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음악인이 있었습니다.

떠나든 마지막 날 밤 제게 찾아와서 “도움이 되는 말씀 한마디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당신이 위대한 음악가가 되려고 한다면 당신의 가슴에 하나님이 계시게 하십시오. 하나님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의 소리만 듣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음악이 별 것입니까?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천상의 소리를 악보에 베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명곡이 될 것입니다”라고 권유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존재와 존재자, 피조물과 창조자에 대한 규명입니다.

근본을 떠나서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습니다.

허무할 뿐입니다.

1963년 미국 정부는 종교의 자유에 위배된다 하여 모든 공립학교에서 감사기도를 드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떤 종교의식도 갖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미국은 풍요로운 사회에서 범죄의 천국으로 변모하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습니다만 금년 4월에도 콜로라도주 칼럼바인 고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이유없이 총기를 난사 하여 수십명이 죽었습니다.

목적이 없는 살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지난 99. 6. 17일 미국 하원에서는 중요한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각급 학교를 비롯한 모든 공공 시설에서, 모세의 10계명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건이였습니다.

이 안을 제안한 공화당의 로버트 애더홀트 의원은 “10계명을 공공장소에 전시할 경우 청소년들의 도덕성을 고양시켜 폭력사태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반대론자들은 “이 법안이 정교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며, 종교적인 갈등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갑론을박 끝에, 민주당의 리처드 게파트 총무(미주리)가 “해마다 청소년 폭력으로 매일 13명의 청소년이 희생됐다. 이것은 코소보와 보스니아에서 희생된 전체 미국인 수보다도 더 많은 숫자”라고 찬성발언을 함으로서, 248대 180으로 가결됩니다.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어떤 안경이 있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안경은 어떤 안경입니까?

게오르규가 쓴 25시에 나오는 트라이얀의 안경처럼 “이제 모든 것을 보았으니 벗어놓고 돌아가야 할 안경”입니까?

아니면 이 땅에서 구만리 창천을 바라볼 수 있는 영생을 직시할 수 있는 믿음의 안경입니까?

저는 80년대 초까지 친미주의자 였습니다.

미국을 반대한다는 것은 국기를 흔드는 적색주의자들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만이 아니란 것을 알게 한 것은 “조정래”씨가 쓴 “태백산맥”이란 소설이였습니다.

이 소설이 저의 역사관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국애 대한 우호적인 생각을 바꾸었고, 저로하여금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민주화의 투사가 되게 했습니다.

소설 하나가 이처럼 저의 행동을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문학이란 무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문학은 하나님을 가슴에 소유한 사람이 쓸 때 생명을 구원하지만 하나님이 떠난 사람이 사용할 때 사단의 무기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가슴에 불타는 정열과,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품고 있는 정학진 목사가, 문학인으로 등단한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정학진 목사를 통해 또 다른 일을 계획하고 계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학진 목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겸손하십시오”라는 것입니다

더욱 낮아지십시오.

“주여 말씀하시옵소서. 이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무릎꿇은 사무엘과 같이, 하나님께 무릎꿇고 항상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원할 때, 하나님은 신비한 음성을 들려 주실 것이고, 그것이 아름다운 문학으로 표현된다면 불후의 명작을 남길 것입니다.

진실로 하나님을 찬미하고, 생명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시인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문학을 통해 다른 이들을 주께로 인도한다면 이 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 정학진목사 출판기념예배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