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일과에 따른 지난 주 시편은 시편 8편이었습니다. 시편 8편은 성경 말씀 이전에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주일 설교에서 이 시편을 풀어 설명했더니 설교를 들은 한 권사님이 이 시편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고 하시며 외우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고 말씀 하십니다. 아름다운 시는 암송하여 마음으로 읽고 싶은 갈망을 자연스럽게 불러옵니다. 더 나아가 그 시가 너무나도 사무치게 좋아지면 그 시에 음악을 덧입히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노래가 생기게 되었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노래로 작곡된 시는 무엇일까요?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에 의한 노래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편 8편은 어떨까요? 시편 8편도 시편 23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시이지만 이 시편을 가사로 지어진 노래나 찬송은 매우 드믑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Josquin des Prez)와 바흐보다 한 세대 전 독일 작곡가인 하인리히 쉿츠(Heinrich Schütz)가 이 시편에 곡을 입히긴 하였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양식이 그러했듯 시를 음악으로 승화 시켰다기보다는 예전적인 의미 가운데 교회 내의 필요에 의해서 음악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시편8편에 의한 노래는 흔하지 않은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시편 8편의 시가 너무나도 영광스럽기 때문에 인간의 음악으로는 차마 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유의 코드 없이 하나님의 영광이 직접적으로 가사에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시편 23편에는 ‘목자’라는 매우 중요한 비유의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이 목자라는 인간의 이미지가 있기에 많은 작곡가들이 파스토랄레의 목가적이고 잔잔하며 평안의 확신이 있는 곡들로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편 8편은 사뭇 다릅니다. 시인은 ‘어찌 그리’라는 부사를 모세의 수건 삼아서 간신히 하나님의 영광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시를 통해 노래하는 것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언어로는 도무지 담지 못 할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시인의 크나큰 딜레마입니다. 이 딜레마가 음악에서도 계속 되고 있는 것이지요.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여기에서 ‘어찌 그리’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영화로우심과 우리 인간과 삶의 신비를 도무지 담을 수 없는 인간 언어와 생각의 한계를 절감한 시적 화자의 절규입니다.
 
 불현듯 아서 설리번(Arthur Sullivan)이 1877년에 작곡한 ‘잃어버린 화음(The Lost Chord)’이란 곡이 생각납니다.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이지요. 수많은 녹음이 있지만 엔리코 카루소의 역사적인 연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곡은 어느 날 천국의 한 조각 파편을 악상으로 스치듯 조우하였던 한 오르가니스트의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 천상의 화음을 듣긴 들었는데 마치 꿈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떠오를 듯 말 듯 다시 붙들 수 없어 아쉽기만 한 그 음악적 절정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단지 악상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나 시각적인 상상을 할 때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이상을 향해 허우적거린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본디 영원의 아버지 나라에 거했던 우리 기억들의 편린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현대음악을 그 자체로서 이해하지 못하곤 합니다. 도저히 들어 줄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기 때문이지요. 심지어는 딱 4분 33초 동안 무대에서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고 정적과 청중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소리를 음악이라고 내어 좋은 작곡가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현대음악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왜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인류 음악의 정점에 있는 곡과 닮은 곡들을 더 작곡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듣기 힘든 괴상한 음악들을 작곡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작곡가들은 자기만의 잃어버린 화음을 찾아 계속 꿈을 꾸고 이전 것과 지금의 시대를 초월해 나가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작곡가들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그 ‘잃어버린 화음’이 끝내 머무는 본향 혹은 종착지는 ‘하나님의 영광’ 혹은 ‘천국’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리고서는 결코 그 화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노래의 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흐의 기악곡이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등 가사가 없는 세속음악에서도 하나님의 영광과 천국의 섬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하나님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린 후에 맞이하는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나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시간은 저의 가장 행복하고 충만한 기도시간입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도처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에 압도된 ‘진공의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잃어버린 화음’을 찾아 몸부림치는 전 존재가 천국의 파편을 뒤쫓는 가운데 모든 감각의 촉수를 세우며 응시하는 소리, 그 ‘침묵의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