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이고서 나무꽃 이야기를 합니다. 보여드리고 싶은 꽃차례에는 들어있으나 올봄에는 제대로 함박꽃나무를 담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갑작스레 떠나게 된 제주도여행에서 만났습니다. 한라산 1600m 표지석을 지나 숲속을 들어서니 신나게 피어나고 있더군요. 다른 꽃들을 밀어내고 오늘의 주인공이 된 함박꽃나무입니다.

목련의 모습이 떠오르지요? 목련과, 목련속입니다. 목련종류 중에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는 목련, 자목련, 별목련 등이 있고 5~6월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와 일본목련이 있습니다. 함박꽃나무는 키가 커서 꽃을 담기가 만만치 않은데 고개가 뻣뻣한 일본목련과 달리 다행히도 고개를 숙이고 핍니다. 붉은 자주빛 꽃밥과 수술대가 하얀 꽃잎 속에서 두드러집니다. 눈을 감게 만드는 향기는 거리가 있어 은은한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코를 대도 그 은은함은 여전하더군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대기오염과 바닷바람에는 약하여 깊은 숲속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푸르른 잎과 어여쁜 꽃, 그리고 향기도 좋아 정원수로 적당하다는데 아직 사람들 가까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산에서 자라는 목련’ 이라 해서 산목련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북한의 국화(國花)인 ‘목란’이 바로 이 꽃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 댁 마당에 짙은 자주색 모란꽃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함박꽃이라 부르셨습니다. 나중에서야 꽃송이가 커서 함지박을 닮아 그리 부른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 하얗다 못해 빛을 받으면 투명하기까지한 꽃잎, 좋은 향기....곁에 가까이 놓고 싶은 나무이고 꽃이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함박꽃나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창조주께서 사람들과 멀어지라고 만드신 것은 아닌 듯 한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