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습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현충일에 한 추념사의 한 대목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나 수구정권이 한 말이라도 심한 거부감을 느꼈을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어리둥절했다.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의 말로 믿어지지 않았다.

'타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뛰어들어 번 돈으로 나라 경제가 부흥되었다. 그러니 그 참전은 애국한 일로서 자랑스럽다. 격려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천명한 이 역사인식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역사인식을 갖고 국제무대에 나아가, 돈벌이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국가들을 향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경제부흥을 위한 전쟁을 일으켜 우리 청년들은 총알받이로, 소녀들은 잡아다 자국 군대의 성노예로 삼은 일제의 만행을 비판할 수 있을까? 

베트남전쟁은 무슨 전쟁이었나? 어떤 성격을 띤 전쟁이었나?

그 전쟁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었다. 미국은 그 전쟁(1960-1975)을 일으키면서 '정의로운 전쟁' , '거룩한 전쟁', '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 전쟁'이라고 선전했다. 미국은 그 전쟁 기간 동안 베트남 땅 위에 무려 1천 2백만 톤이 넘는 폭탄을 퍼부었다. 하늘에서 퍼부은 폭탄이 5백만 톤이고 , 지상에서 터트린 폭탄이 7백만 톤이 넘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베트남전쟁은 불의한 전쟁, 더러운 전쟁, 내전에 개입한 전쟁, 베트남의 자결과 독립을 방해한 전쟁, 미국의 이익 특히 지배계층의 이익을 위한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이 점점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자 1965년 한 해에만도 미국 군인 4만 여명이 탈영을 했다. 그리고 전쟁 기간 중 군대 징집을 기피하거나 거부한 미국의 젊은이가 무려 57만 명이나 되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징집제도를 가진 미국이었지만, 그래도 미국엔 징집을 거부할 자유가 암암리에 있었던 거다. 틈새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은 형식은 자원이었으나 실제는 강제적인 징병에 의한 파병을 했다. 미국이 주도한 침략전쟁에 강제로 끌려간 성격이 짙다. 정보를 독점하고 일방적인 여론전을 핀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전쟁터로 내몰린 경향이 농후하다. 이 폭력의 배후엔 쿠데타로 집권한 ,정통성이 취약한 군사독재정권의 안보와 재벌의 이득이라는 두 가지 계산이 도사리고 있었다. 참전 군인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 할 수 있다.

베트남 곳곳엔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군이 어린이 ,여자, 노인 등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하고 성폭행한 만행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용병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참전한 한국군은 연인원 31만 명에 이른다. 그 전쟁을 주도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목숨을 잃은 한국군은 약 5천명이고, 부상자는 1만여 명이다. 한국이 적극 참전한 그 전쟁으로 사망한 베트남인은 190만이고, 부상자는 450만이다. 

'펜타곤 페이퍼'

소위 '펜타곤 페이퍼'는 1972년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된 비밀문서 모음집이다. 이는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추악하고 불의한 전쟁인가를 밝혔다. 그 전쟁이 비인간적이고 반문명적인 침략전쟁이었음을 온 인류 앞에 낱낱이 드러낸 결정적인 문서다. 이 페이퍼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미국 정책기관’의 최고 극비문서였다.

<과거를 돌아보며: 베트남 전쟁의 비극과 교훈>

이는 1995년에 로버트 맥나마라가 출간한 회고록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 기간에 미국의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베트남전쟁에서 패망한 지 20년만에 낸 그 책에서 그는 강대국 미국이 약소국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14가지로 정리했다. 그리고 늦게나마 반성했다. 그 중 몇 가지만 보자.

1.지나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한 정책적 오류.

2.미국이 지원한 사이공 정권 지도자들의 반민중성.

3.베트남 민중의 외세에 대한 반감과 해방 독립을 위한 강력한 의지에 대한 몰지각.

4. 미국식 자본주의와 정치제도를 유일무이한 인류적 생존 양식으로 착각한 미국의 오만과 무지.

5.현대식 무기와 군사력 등 물량적 전쟁 수단에 대한 과신.

6.자주독립한 민족의 미래에 대해 의식화된 베트남 민중의 원초적 역량을 과소평가한 것.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번 돈은 얼마나 되나?

양심적인 전문가들은 대략 ‘2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한다. 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참전 군인들의 월급, 전지수당, 전사자 보상비 등만이 아니라 한국군 현대화 등의 명목으로 받은 돈까지 포함한 거다. 그리고 한국 기업이나 상인들이 그 전쟁과 관련된 일로 벌은 돈까지 모두 합친 금액이다. 20억 달러는 일본이 한국전쟁을 통해 번 돈의 규모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대다수 한국교회는 베트남전쟁 참전을 지지했다. 적극적인 행동이나 침묵으로 지지했다.

오늘 국가가 돈벌이를 위한 애국적 참전을 또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일을 위해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은 어찌 해야 하는가?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