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교회는 우리 교회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회가 농번기와 농한기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농한기에는 그래도 성도들의 예배 출석률이라든가, 기도하는 모습, 시간을 할애해 헌신하는 모습이 양호하다. 하지만 농번기가 되면 그 충성도는 확 떨어진다.

이는 농사를 짓는 성도가 많을수록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전임지보다 더 농사에 종사하는 성도들이 많은지라, 많다기보다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아예 교회 출입을 삼가는(?) 이들이 나타난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조금은 당황스럽다.

이렇게 되는 한결같은 이유는 한마디로 ‘바빠서’이다. 하지만 이 이유처럼 허망한 이유가 실은 없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바쁜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원리다. 농사일에 바쁘다는 것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일이 많다는 것은 일에 익숙하다는 말이다.

그 어떤 일이든 익숙한 사람이 더 능률적이다. 게으른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내기보다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 농사일에 열중일 수 있는 사람이 하나님의 일에도 열심이고, 결과 좋은 열매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수필가인 찰스 램(Charles Lamb)은 퇴직을 학수고대했다. 이유는 한가한 시간에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33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글을 썼기에 항상 피곤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낮 동안은 글을 쓸 수 없으니 밤에만 글을 썼다.

그가 평시 원한 것은 한가한 시간이 주어져서 마음대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중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니 정년퇴직을 기다릴 수밖에. 그에게 마침내 마지막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 당연히 찰스 램은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떠 있었다.

동료들도 그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밤에만 쓰시던 작품을 낮에도 쓰시게 되었으니 작품이 더욱 빛나겠군요.”

기분이 좋았던 찰스 램은 재치 있게 말했다.

“햇빛을 보고 쓰는 글이니 별빛만 보고 쓴 글보다 더 빛이 나는 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찰스 램이 옛 동료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하는 일 없이 한가하다는 것이 바쁜 것보다 훨씬 괴롭습니다. 매일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을 학대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도 일이 바쁜 가운데서 떠오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나의 이 말을 부디 가슴에 새겨 부디 바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기 바랍니다.”

그렇다. 일은 일해 본 사람이 안다. 바쁜 사람이 더욱 주의 일도 잘할 수 있다. 바쁘다고 핑계 댈 게 아니고 바쁜 중에 더욱 충성하는 성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구분되는 신앙생활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