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은 승천주일이었습니다. ‘주의 승천일’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한 지 40일 후에 승천한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입이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요일이 일요일이므로 그로부터 40일 후의 ‘주의 승천일’은 항상 목요일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주일을 ‘승천 주일’로 기념하여 예배를 드립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대부분 승천주일에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5월이 가정의 달이기 때문입니다. 올 해는 부활절이 늦어서 5월 말이 되어서야 맞이하였지만 승천 주일은 보통 5월의 초반에 자리합니다.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을 한 주씩 지키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상황 속에서 승천주일의 그 중요한 교회력적 의미를 놓쳤던 것이지요.  ‘주님의 승천일’은 교회력 상으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독일에 있을 때 가뜩이나 아름다운 5월에 생각지도 못한 공휴일이 있어 고마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님의 승천일(Christi Himmelfahrt)’과 ‘성령강림월요일(Pfingstmontag)'이었습니다. 주현절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나 바이에른(Bayern)등 카톨릭 전통이 강한 남부지방에서만, 종교개혁기념일은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나 튀링겐(Thüringen)등의 동북부 지역에서만 공휴일로 지키는 것을 볼 때 ‘주님의 승천일’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승천주일을 소홀히 여기는 다른 이유는 승천의 참 의미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승천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성탄절이 우리 주님과의 만남이라면 승천일은 우리 주님과의 이별입니다. 승천하시는 주님의 영광을 떠올렸을 뿐 승천이 주님과의 이별이라고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것은 우리의 신앙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것이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바흐의 승천 오라토리오의 가사를 통해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종교개혁 시대의 신앙인들은 그만큼 주님과 가까운 관계 속에서 신앙의 삶을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바흐의 음악을 고리타분한 형식적 음악으로 오해하는 것이 저는 얼마나 억울한지 모릅니다.

아, 예수여 당신과의 이별이 이제 가까이 왔던가요?
아, 그 시간이 이렇게 벌써 임한건가요?
이제 정녕 우리가 당신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인가요?
아, 보소서,
우리의 창백한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보소서
당신을 향한 우리의 그리움을 보소서
모든 위로가 우리에게 끊어졌음을 보소서
아, 떠나지 마옵소서.

-BWV 11 Lobet Gott in seinen Reichen/온 나라여 하나님을 찬양하라 中 2번째 곡 가사

 또한 우리는 ‘주님의 승천’ 보다 그 후 열흘 후에 있을 ‘성령의 강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승천주일은 건너뛰어도 성령강림절은 대부분 지킵니다. 물론 ‘성령강림’은 온 교회가 기뻐해야 할 중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의 갈무리가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정돈되어야 새로움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법, 이별이 아쉬움만큼 새로운 만남의 무게도 달라지는 것이지요.  주님승천의 이별보다는 성령의 강림의 만남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언제나 하나님으로부터 받으려고만 하는 우리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바흐의 절기 칸타타를 듣는 것은 교회력을 생생하게 살아내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바흐의 승천 오라토리오는 우리 주님과의 영적 관계의 갈무리를 아름답게 맺게 해 줍니다. 그리고 성령님을 맘에 모실 준비를 하게끔 해 줍니다.  주님과의 이별을 아파하는 참 신앙인들의 노래, 그들을 위로하시고 다시 오심을 약속하시는 주님의 음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소망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모두의 노래까지... 승천의 참된 영적 묵상이 바흐의 승천 오라토리오 'BWV 11'에는 다 담겨있습니다. 부디, 주님을 떠나보내고 성령강림을 기다리는 이 한 주 동안이라도 만남보다 헤어짐에 더 정성을 두며, 신앙의 어떠한 유익보다 우리 주님과의 사랑의 관계 그 자체를 더 소중히 여기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