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휴일로 정해져 있거나 부모님을 모시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부부의 날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교독문에도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을 위한 것은 있는데, 부부 주일을 위한 교독문은 없다. 성경에서 부부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구절들을 발췌해서 교독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먼저 창세기 2:20b-24에는 아담에게 그를 도울 배필이 필요해서 아담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인간 창조의 내력과 관련된 부부 관계가 언급되어 있다. 고린도전서 7:3-5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의무를 다 하고 상대가 자기의 몸을 주장하게 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부부 관계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에베소서 5:22-33에서는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말한다. 이 성경구절들을 참고해서 부부 주일을 위한 교독문을 다음과 같이 작성할 수 있겠다.

남편은 그 아내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고전 7:3-4)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엡 5:22-25)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다같이)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이 교독문을 읽는 아내들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말에 크게 불만일 것이다. 자녀와 부모에 관한 풍습은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 주일을 위한 교독문 71이나 어버이 주일을 위한 교독문 72는 자녀들도 어버이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남녀에 관한 풍습은 성경이 기록될 당시의 남녀차별주의에서 남녀평등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 여성들은 남녀차별을 언급하는 성경구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부부의 평등한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 고린도전서 7:3-4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에베소서 5:22-25에서는 아내들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다. 여성해방 운동을 통해서 힘들여 남녀평등을 누리게 된 지금 여성들은 이 복종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창세기 2:22-24에 언급된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를 만들었다는 것 역시 가부장적인 사고의 반영이기 때문에 남녀평등을 내세우는 현대 여성들이 거부한다.

그런데 목사들이 결혼식 주례를 할 때 창세기 2장이나 에베소서 5장을 가지고 권면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목사들은 부부 주일에 에베소서 5장을 본문으로 삼아서 설교하기도 한다. 복종이라는 말을 여성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설교자는 복종을 순종이나 존경으로 바꾼다. 그러나 순종이나 존경은 복종의 사촌쯤 되기 때문에 현대 여성들은 그 완화된 표현조차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설교자들 중에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아내들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담대하게(?) 가르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지금 남녀평등의 시대에 어느 신부가 그런 주례사를 받아들이며, 어느 여 집사가 그 말에 아멘으로 화답하겠는가? 지금은 오히려 남편들이 아내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시대다.

전에는 목사가 축도할 때 너나없이 고린도후서 13장 13절의 권위적인 어투를 따라서 “... 있을지어다”로 축도를 마쳤다. 그러나 지금은 개역개정 성경을 사용하는 교회의 목사들도 그 어투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 축원합니다” 혹은 “... 기원합니다”로 바꾸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여기서 목사들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것을, 다시 말해서 우리 시대의 언어습관에 맞도록 바꾸는 것을 본다.

부부 관계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면 우리의 어투뿐 아니라 사고방식도 바뀐다. 남녀평등 사회에서 설교자는 교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가부장적 사회에서 기록된 성경 말씀을 남녀평등 사회에서 문자 그대로 가르치면 교인들이 그것을 거부한다. 특히 여 집사들이 ‘뭐야,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거야!’ 라고 불평할 때 목사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그런 것이 반복되면 교인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