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 생명의 망
"이타적 삶 안에 참사람됨의 길이 있다"친환경 농업의 개척자, 윤갑순 장로(제천동산교회)
김문선  |  moonsun1010@hot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7년 05월 17일 (수) 07:24:52
최종편집 : 2017년 05월 19일 (금) 23:56:51 [조회수 : 289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거친 땅을 일구어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드는 사람, 새로운 영역을 처음으로 열어가는 사람, 이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를 ‘개척자’라 부른다. 개척자의 영광은 다수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저 너머의 이상을 바라보고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살기에 청춘의 벅찬 가슴을 소유한다. 반면, 개척자의 삶은 고독하다.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쉽게 변화되지 않는 상황이 주는 피로와 물음을 친구 삼아야 한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수 없는 반복,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운명적 끌림을 따라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23년간 친환경 농업의 개척자로 살아온 농부가 있다. 충북 단양 동산무지개농장의 윤갑순 장로다. 윤 장로는 청년 시절 열심의 노동과 끝없는 성취 뒤에 찾아온 공허의 현실을 목격했다. 이것이 인생인가? 세상의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틈은 누구의 자리인가? 윤 장로는 물음의 끝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줄 책 한 권을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을 하면서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허무했습니다. 이런 허무함을 채울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후배가 책 한 권을 건넸습니다.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의 ‘가나안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책 속에 담긴 이상촌 건설의 메시지를 접한 후 가슴이 뛰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노동과 공동체 건설.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고난받는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타적 삶 안에 참사람 됨과 행복의 길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윤 장로가 출석하는 제천동산교회 © 생명의 망 잇기

 

하나님의 뜻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감히 말한다. ‘생명(生命)’에 있다. 자기 우상화에 빠진 인간의 욕망과 사탄의 구조에 억압 당하며 희생 당하는 이름 모를 생명을 살려내는 사건 안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 윤 장로가 만난 구원의 메시지와 하나님 나라도 동일했다. 땅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을 세상에 알리고 생명 먹거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삶. 이런 삶을 실천해가는 여정 그 자체가 기독교 신앙의 고백이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는 이상적 현실이다. 그 나라의 완성은 끝 모를 여정이다. 그럼에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사명은 마침이 아닌 여정으로의 순종이다. 다음 세대에게 조금 더 좋은 세상, 예수의 하나님 나라에 가까운 현실을 물려주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 여정엔 긴 안목과 호흡, 느린 보폭에도 조바심 내지 않을 수 있는 인내와 믿음이 필요하다.

 

   
매년 농사체험을 위해 농장에 방문하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윤 장로는 단양군 제1호 친환경 농업인이다. 23년 전 윤 장로가 친환경 농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관행농법이 일반화된 농촌 사회에서 친환경 농법은 다수의 농민들에게 외면당했다.
 
“지역사회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농법을 시행하고 이웃들에게 알렸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풀이 자라도 김을 매지 않고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저의 모습을 보며 동네 어르신들은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그 당시 정부도 관행농법을 장려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만류하는 공무원들의 권유도 많이 들었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비판, 지난한 노동의 수고를 감내하며 걸어온 지난 시간에 대한 하늘의 보답일까? 단양군에서만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가 400여 곳이 넘는다. 이젠 관공서에서도 친환경 농업을 장려한다.
 
이정표를 잃은 채 허허벌판에 놓인 삶에서 운명처럼 만난 책 한 권, 그리고 기독교 신앙. 윤 장로는 말한다. 40여 년 전, 가슴을 떨리게 했던 이상촌 건설에 대한 비전을 매일 같이 떠올리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윤 장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처럼 땅과 먹거리를 살리는 친환경 농업기술을 세상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가난한 자들이 우리 농장을 터전으로 농사를 짓고, 기술도 배우며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본격적으로 세워갈 예정입니다. 그동안 땅과 기술, 관계와 사람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꿈꾸고 준비해온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 길이 비록 어려울지라도, 혹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앞서 거쳐간 선배들처럼 동산 무지개가 떠오를 것 같아요. 끝이 안 보이는 풀밭에서 내가 든 건 고작 작은 낫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끝이 나는 것처럼 언젠가 뽕나무도, 저도 무럭무럭 자라겠죠" _ 농사체험을 마치고 돌아간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의 내용 中

 

우리네 삶은 누군가에게 빚진 인생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약함과 부족함은 서로가 채워줘야 할 이타적 공간이다. 부모의 헌신과 사랑으로 자녀가 자라난다. 그 자녀가 장성해 부모가 되고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자녀에게 자신의 삶과 생명을 내어준다. 땅과 먹거리,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생명의 길을 낸 개척자들, 그들의 헌신 때문에 꺼질 듯한 생명의 불빛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리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이들 덕에 오늘 하루도 넉넉히 살아간다.

<글/ 김문선 목사 _ 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땅과 먹을거리, 사람과 공동체를 살리는 생명의 망 잇기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블로그 blog.naver.com/goof_namu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lifenet01

김문선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5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