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은 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전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구속되어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번의 진보진영 집권, 두 번의 보수진영 집권을 이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진영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상대 진영이 대권을 잡으면 상대 진영은 다 죽일 것(죽을 것) 같은 분위기가 속출하고 있다. 어떤 후보는 자신의 앞 뒤 번호의 후보에게는 인공기를 달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

우리의 정치는 항상 북한이라고 하는 변수를 요리저리 활용하며 여기까지 왔다. 북한이 없으면 정치를 못하는 나라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다.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단어나 ‘사대주의’의 논리가 아직 유효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진영의 논리도 절대 진리는 아니다. 신의 것이 아닌 이상, 시대 변화와 사상 변화의 물결에서 이탈한 고정된 논리란 있을 수 없다. 생각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닌데 자꾸 상대를 틀리다고 하니까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나그네가 길을 물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대답한다.

"저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포장마차가 보여요. 거기서 300ｍ 직진하면 됩니다."

이번엔 목사가 대답한다.

"거기 지붕이 파란 교회를 지나서 100ｍ 가면 2층에 교회가 또 하나 보이고요. 그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똑 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습이 다르게 창조되었듯 생각 또한 다르게 만들어졌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를 보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하고, 의사는 '배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사나 신부는 '십자가'라 할 수 있고,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마다 처한 위치와 상황, 직분에 따라 관점이 다르다. 이런 현상을 ‘틀림’이라고 하는 것 정말 틀린 생각이다. 이건 ‘다름’이다. ‘다름’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그럴 수가 있어?’가 아니고,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말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은 항상 옳다는 함정에 빠져있다. 그래서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할 때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다.

어떤 후보는 절대로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어떤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이런 극단적 논리로 자신을 옭아 맬 필요가 없다. 어떤 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하여 우리가 요구하는 우선순위의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을 선정하면 된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다름’을 ‘틀림’과 혼동하는 무지에서 벗어날 때 민주주의는 아름답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