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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그쳤다.
푸른 하늘이 간간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면
부드러워진 바람이 살짝 내 볼을 스치고
그럴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여간 정다운 게 아니다.
연잎이 춤을 추면, 연꽃도 살레살레 몸짓을 하고
잠자리떼 무리지어 하늘에 원을
그으면
몇 송이 되지 않는 연꽃은 한여름을 노래한다.
나는 보았다.
긴 장마에 꽃피우지 못한
꽃봉오리가
안으로 삭였던 꿈을 밖으로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몇 송이 되지 않은 연꽃은
연못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래도 꽃이 진 자리엔 연밥이 가녀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요즘은 연꽃으로 유명한 곳이 많아
무안의 백련이나 청운사의
연꽃
전주 덕진공원의 연못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너무
멀어서 가까운 평택의 들꽃산장에 가기로 했다.
목화님과
함께
그곳에는 넉넉한 품을 가진 느티나무가 있어
보폭으로 느티나무의 크기를 쟤보니
동서 남북으로 각각
60步씩..그러니까 60feet가 되는 셈인가.
하늘에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땅에는 시원한 그늘 있어 피로한 나그네를 위로하는데
그에게도 작은 친구가 있다.
그건 바위솔님이 심어놓은 화초이다.
바위솔님은 손에 백련 두 송이들 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아! 청초하고 순박한 저 꽃은
시집가지 않은 이모를 떠오르게 한다.
꽃잎 하나하나 따서 접시에 담고
수술을 뜯어 가지런히 놓고는
암술을 칼로 작게 썰어 놓는다.
그리고 茶道에 의식이 있듯, 오늘 점심에도 격식이 있었으니
삼겹살을 구워 꽃잎에 싸서 경건하게 입으로 넣는 일이었다.
식사뿐이 아니고
차를 마실 때도 형식 갖추어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
연꽃향기 그윽하고, 和氣 가득한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일은 특별한 행사이고 기쁨이다.
나는 찻잔을 꽃잎에 올려놓았더니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꽃술 하나 입에서 맴돌다
내 안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食道樂이라도 즐기듯이
연꽃으로 하여 좋은 추억거리를 지닐 수 있었던 하루.
연꽃이 내 안에 있으니
연꽃같은 마음을 지니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暗香의 꿈을 꾸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린 오늘은
장마가 그친 첫날의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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