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나 바다 밑에서 올라오지 못하던, 못 했는지 안 했는지. 여하튼. 그 ‘세월호’라는 온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던 물건이 물위로 올라왔다. 이리 쉽게 올라 올 것이라면(인양을 위해 수고한 모든 분들의 노고를 무시하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좀 더 일찍 올라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보다.

“바닷물에 쓸려갔을지도 모를 그 몇몇을 위해 수천억의 혈세를 써서야 되겠는가”라며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그가 천안함 전사자들을 위해서는 울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나는 처음부터 세월호 건지는 데 반대했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어느 공영방송의 전 아나운서다.

그가 울었다는 천안함 전사자들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바다에 수장된 아이들을 보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똑같은 대한의 아들딸들이 수장된 두 사건을 이리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까. 가슴이 먹먹하다.

‘억울하게 바다에 수장된 아이들’이라는 말은 천안함에도 세월호에도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그는 천안함에만 적용한다. 이 살벌한 이데올로기의 어두움을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그의 가슴속에 혹시 천안함 사건을 말하는 건 애국의 표상이고, 세월호 사건을 말하는 건 종북이나 매국의 소치라고 여기는 건 아닐까. 천안함은 나라 지키다 일어난 거고, 세월호는 놀러가다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의 절정은 다음 발언에서 드러난다. “아직도 광화문에 세월호 천막을 치우지 않아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든다. 마음 같아선 불도저를 들고 가서 밀어버리고 싶다”는 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면 망국,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면 애국.

어떻게 이런 생각이 가능할까. 그냥 이 나라를 덮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좌우성향 때문이라고 지나치면 되는 걸까. 아니다. 분명히 아니다. 이건 이데올로기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 나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를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오류에서 비롯된다.

내가 그 사건의 당사자라고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천안함에서 나라를 지키던 우리의 젊은이도 내 자식이다. 세월호를 타고 가다 수장된 아이들도 내 자식이다. 모두 존엄한 생명이다.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고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모두 내 자식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앞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신 딸이 세월호 안에 있어도 그런 말을 할 건가”라는. 그렇다. 아마도 그의 자식이 미수습자라면 어떤 발언을 했을까. 앞의 것과는 사뭇 다를 게 뻔하다.

역지사지, 남의 신발을 신어봐야 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든지 웃음지어야 한다. 그가 말한 ‘그 몇몇’과 ‘수천억’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자식을 제외시킨 ‘그 몇몇’이 ‘수천억 원’보다 가치 없다고 단정한다. 이 물신주의의 비극을 우리는 이 시대로 올올히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만 문제일까. 성도여! 이데올로기를 핑계로 그 어느 생명에 관한 말도 남의 얘기하듯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