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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깊이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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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년 03월 20일 (월) 23:12:44 [조회수 : 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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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기운이 가시고 봄의 기운이 넘치는 춘분이 지났습니다. 이제 서서히 밤보다 낮의 길이가 길어져 아이들이 놀기 좋아집니다. 낮이 길어질수록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잠자는 시간이 늦어집니다. 귀농을 하신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생활이라고 합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일찍 잠드는 생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몹시 춥던 겨울 내내 멀쩡하던 작은아이와 제가 날이 따듯해지려고 하니 감기에 걸렸습니다. 작은 아이는 지난밤에 코피를 쏟으며 열을 내렸고 저는 콧물을 많이 흘리고 있습니다. 아프면서 자라는 아이들과 아프면서 면역력이 떨어져가는 엄마가 함께 휴지를 붙잡고 있습니다. 큰 병은 없지만 어딘가 아플 때가 많은 저를 보면 친정어머니가 아팠던 기억이 없는 제 기억력에 분명 무엇인가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프면서 아이들은 몸이 자라고 저는 마음이 자랍니다.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밥도 잘 먹고 훌쩍 키가 크곤 합니다. 저는 아프고 나면 ‘이제 조심해야 하는구나’하고 몸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치주질환 치료제를 광고하면서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사과를 자신 있게 한 입 베어 무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사과나 복숭아를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그런 광고가 나오는지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나 과일을 바로 먹으면 이가 시리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교회의 교우들은 평균적으로 연세가 높습니다. 60대부터 90대까지, 도시에서는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하거나 살아갈 나이이지만 농촌에서는 은퇴가 없습니다. 한창 기술력이 좋아 일을 많이 하셔야 할 나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찾아오는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을 하십니다. 발뒤꿈치 뼈가 부서져 수술을 한 후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신 탓에 허리에 무리가 생겨 다시 수술을 하셔야 하는 교회의 큰 일꾼 장로님을 비롯하여 큰 수술을 하시고 누워계시는 90대 권사님, 오랜 육체노동으로 몸 이곳저곳에 질병이 있는 교우 등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육신이 고통을 받습니다.

   감사한 것은 이런 개인적인 신체적 어려움 가운데도 다들 신앙을 지키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어렵고 힘들면 불평하고 원망할 만도 한데 ‘아프다’는 말씀 외에는 다른 불평을 않으십니다. 사실 저는 제 이가 시리기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린 이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교우들의 육체적 불편이 얼마만큼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도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어느 목사님이 제게 아침마다 그 날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보내주십니다. 며칠 전 내용에는 한 목사님의 결혼생활에 대한 고백이 적혀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결혼생활이 참 어려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체를 10으로 보면 좋은 것은 1이고 힘들고 어려운 것이 9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분은 좋다고 생각되는 그 한 가지가 나머지 아홉 가지 고통을 상쇄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오는 동안 아내와의 ‘관계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었고, 서로 이해하과 위해주는 ‘우리’의 관계가 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관계를 완성해 나가는 것, 깨지지 않는 관계의 깊이를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남편과 저의 결혼생활을 생각해 보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나 교우들이나 가볍거나 무거운 질병이 찾아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비단 오늘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점보다 고통스러운 점이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을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깨지지 않는 ‘관계의 깊이’를 경험했기에 우리는 모두 단단하게 믿음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라는 잠언(14:4)의 말씀을  ‘병이 없으면 삶이 깔끔하겠지만 병으로 인해 얻는 것이 많다.’ 혹은 ‘관계를 끊어버리면 깔끔하겠지만 관계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다.’라고 해석해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 몸과 마음의 질병이 낫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나가리라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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