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춘설,

TV 일기예보 해설가들이 며칠간 폭설주의보로 호들갑을 떨더니

눈을 뜨니 새벽 숲이 하얗다.

윙 윙 윙 .... 나무가지들 우는 소리 세차다.

계절이 가는 소리, 계절이 오는 소리

겨울과 봄이  하나로  하얗게 녹아가고 있다.

누가 말했던가?

남자는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두고 죽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가슴에 묻어두고 죽는다고....

그것은 인간들의 부질없는 헛소리.

신은 파릇한 영계들은  더 좋아하고

늦동이 사랑을 더 즐긴다. 썩은 낙옆들의 시체 속에서

잎도 없는 연약한 꽃들이 피어오르는 이치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신은 과거에 매정하다.

그렇다면 삼월 중순에 내리는 이 춘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온몸으로 죽음을 이기고 피어난

연약하고 섬세한  이른  봄꽃들은

눈으로 덮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의 변덕인가? 아니면 갑질 휭포인가?

연약함이  감함을 이기는 창조의 신비는 한낫

조미표에 불과하단 말인가?

아니다.

알려면 바라보자. 오랫동안  바라보자.

하늘도 바라보고, 나무들도 바라보고, 눈들도 바라보자.

내가 사라지도록  깊게 바라보자.   

신의 뜻을 이해하려면

현재를 바라보자.

내가 사라질 때까지....

03/14/2017  춘설내리는 아침 메모  

해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