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첫 손녀를 본지 4일 째 되는 후배 목사님 집에 갔는데 아기를 위해서 기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사양을 했다. 정말 고물거리는 3.5kg의 작은 생명체 앞에서 나는 정말로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 지를 몰랐다.

내가 직업적 목회자이었다면 레퍼토리에 있는 기도를 푸짐하게 청산유수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각종 웅변대회에서 트로피를 휩쓴 경험이 있지만 목회자들이 기도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을 향한 웅변대회를 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나는 하나님이 인간들이 자기를 향하여 떠드는 소리 때문에 무척 성가실 것 같이 생각된다. 애초에 기도를 잘못 배운 인간들은 신을 귀찮게 해야만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예수는 "너희가 무엇을 구해야 할지를 아버지가 이미 알고 계신다. "면서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주기도문이다.

인생살이는 찌질함에서 탁월함까지 폭이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는 찌질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즉 예배 때 마다 찌질하게 복을 구하는 것이다. 호주에 와서 처음 교회에 가서 그런 찌질함이 없어서 상쾌함을 느꼈다.

내가 갓난 아기를 위하여 쉽게 기도를 할 수 없었던 까닭은 나는 하나님이 사람의 삶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꼭 기도를 해야 한다면 태어난 아기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어야할 가족들이 아기가 앞으로 크면서 하나님을 잘 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도록 하자는 기도를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하나님께 기도를 할 것이고 아니고 우리가 다짐을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운전을 하다가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걸렸을 때 외에는-얼마 짜리 벌금을 끊어줄 지는 전적으로 경찰의 마음에 달려 있음으로-주문을 하는 기도를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 대신 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기도를 한다.

아기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 받은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내가 살아 온 세상과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다를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삶이나 네가 살 삶이나 근본은 다르지 않으리라.

그것이 부처가 깨달은 것이요. 예수가 가르친 것이다.

그러므로 너와 나는 함께 도반의 길을 걷는 것이다.

네가 호주에서 태어나서 흙수저가 아니라 대충 비슷한 나무수저를 타고 태어난 것이 다행이다.

네 부모는 네가 빨리 커서 지혜롭게 되기를 바라겠지만

아무쪼록 아무 것도 모르는 세월이 길기를 바란다.”

새생명을 앞에 놓고 가볍게 기도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삶에 대한 나의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삶이 힘들어서 원래 계획은 ‘굵고 짧게’ 사는 것이었는데 어찌 어찌 하다가 이미 70년을 살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향해서 “이 사람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원래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화끈하게 죽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주로 영화 속에서는 깽들, 흑인들이 화끈하게 죽는다. 인류역사상 가장 화끈한 죽음은 예수의 죽음이다. 나는 나는 믿음을 위하여 순교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예수 같이 살다가 죽을 수만 있다면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하겠다.

하지만 오늘의 시대에 예수같이 죽을 수는 없지만 예수 같이 살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