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많은 문제들이 일부 대기업과 재벌들의 부정직한 행동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상대인 정치권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래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 우리사회의 문제들은 조직과 기업의 오랜 관행인 조직(기업)문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다원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기업은 자기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게 된다. 각 기업마다 창업자의 경영철학이 있고, 역사가 있으며, 경험이 다르고, 기업마다 그 기업을 일구어 낸 영웅이 있고 타 기업과 싸워 이긴 전쟁기록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은연중에 형성되고 강화되어 기업의 행동을 결정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방식과 방향을 제시해 주게 된다.

기업문화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받아들이면 그것은 특정기업 구성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행동유형」, 그 기업내에서 볼 수 있는「구조와 제도」, 그 기업의 구성원, 특히 경영층과 리더가 준거하는「사고의 틀」 등을 통합한 그 기업특유의 스타일이 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은 인간의 열정과 상상력과 지식이 되고 있다. 기업문화가 기업 조직의 활성화 제고에 도입되게 된 것은 정보통신혁명 등 최근 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종래의 기업조직의 중요 판단기준이었던 생산력, 자본력, 기술 등 경제적 요인 못지않게 사회문화적인 요인인 기업문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자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꼭 기업(企業, enterprise)이란 말은 없으나, 기업(基業, portion, inheritance)이란 말은 자주 사용되어진다. 구약성경에서 基業(나할라; nachalah)은 '재산, 소유, 상속'의 뜻으로 쓰였으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지파에게 분배하신 약속의 땅, '토지'와 같은 개념으로 많이 쓰였다(출 6:8; 32:13; 신 12:10). 그러나 오늘날의 企業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과 집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례가 성경에 많다. 근래의 이랜드 사태로 기독교 기업의 독특한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이렇다할 기업문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있다하더라도 획일화된 경우가 많았다.

기업문화는 보통 다층적 구조를 갖는다.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 차원과, 전략 및 전술차원, 실천적 행동차원 등을 들 수 있다. 성경과 기독교적 가치와 선교를 지향하는 것이 미션과 비전차원이라면, 종업원 채용과 교육,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정직성 유지, 적정가격 유지와 투명한 회계와 세금 납부 등은 전략 및 전술차원이고, 휴가, 출퇴근, 유흥이나 여가와 회식문화, 자발적 자원봉사, 고운 말 쓰기, 인사 잘하기 등은 실천차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경의 많은 선진들로부터 성경적인 기업(조직)문화의 귀중한 교훈들을 얻을 수 있다. 75세 아브라함의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난 장막생활과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바친 철저한 하나님 중심주의와 조카 롯의 선택을 먼저 존중한 양보와 화해의 덕을 들 수 있다. 많은 우물을 파고도 싸우지 않고 양보하며,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 르호봇에서 백배의 축복을 받은 이삭의 순종과 조화의 신앙, 장자권에 대한 열망을 끝내 버리지 않고 20여년을 타향에서 고생하며, 마침내 거부가 되어 형과 화해하고 축복의 물줄기를 이은 도전과 인내의 야곱의 삶은 귀중한 성경적 조직문화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수직적 관계와 동시에 이웃과의 사랑의 관계를 확립시킨 십계의 모세와 순종이 제사보다 나으며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발견한 사무엘의 리더십은 고대 이스라엘의 문화의 핵심전형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기업(조직)문화의 가장 혁혁한 통찰을 우리는 다윗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다윗은 자신의 생애 가장 위험하고 절연의 순간에 하나님을 의지하여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 내가 이 군대를 추격하면 따라 잡겠나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대답하시되 그를 쫓아가라 네가 반드시 따라잡고 도로 찾으리라(삼상 30:8)”란 계시를 듣고 행하여 잃었던 가족과 재산을 다시 찾고 되돌아온다. 그리고 더 많은 전리품을 싸움에 나간 자나 아파 머물러 있던 자에게 동일하게 나누며 “이 일에 누가 너희에게 듣겠느냐 전장에 내려갔던 자의 분깃이나 소유물 곁에 머물렀던 자의 분깃이 동일할지니 같이 분배할 것이니라(삼상30:24-25)” 하고 그 날부터 다윗은 이것으로 공동체와 분배의 율례와 규례로 삼았다. 신약에서 부자로 아리마대 요셉과 고넬료를 들 수 있으며 그들 모두 신실한 믿음과 선한 사업에 정성껏 구제하는 본을 보였다.

성경을 토대로 기업을 경영하려고 애쓰던 경영자로 미국의 록펠러나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과 백화점의 왕 워너메이커 등을 거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한양행의 유일한과 한국유리의 최태섭을 많이 인용한다. 주기철, 손양원 등 순교자의 삶과 한경직, 김재준, 박형룡 등의 헌신적인 목회자의 순종 그리고 부와 무관하게 청빈한 삶을 살며 예수님을 닮고자 했던 이세종, 이현필, 유영모, 함석헌 등도 한국 기독교사에 남을 사랑의 실천자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오늘날 우리사회에 등장한 기독교 기업문화와 이랜드에 대한 논의는 사랑과 구제의 예수님 정신으로 돌아가기를 요구한다. 미리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관련법의 미비와 노,사,정간의 입장차이로 야기된 이랜드 노사간의 긴 갈등국면과 신원그룹의 탈세 등으로 오히려 기독교 기업의 문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모든 기업이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모델과 대안을 훌륭히 제시하고 있으며, 많은 성공적인 기독교 기업들이 이를 담보한다고 할 수 있다.

성경적 기업(조직)문화를 위해 우리는 먼저, 조직의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차원에서 선한 청지기로서 우리 기업에 하나님 나라를 임하게 하는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과 비전에서는 성경적 가치들이 공유되며 녹아들어야 하며, 그 핵심은 성경적 사랑과 배려 및 정직과 공평과 신뢰 등의 가치와 철학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략 및 전술차원에서 인사 및 노무관리, 생산, 재무, 마케팅, 회계 등 경영정책에서 성경적 기준을 지키려 노력하며, 성경적 기업문화의 실천과제로 기업의 각종 의례, 행사, 여가활동에서 건전한 기풍을 진작할 필요가 있다.

승진, 포상 등 인사정책에 기독교적 화해와 사랑의 분위기를 살리고, 기독예술(음악,영화,연극, 공연 등)을 통한 구성원의 참여 확대와 서로 섬김을 통해 소통 활성화를 도모하며, 구제활동과 사회복지시설과의 자매결연과 지원을 내실화하느 것도 필요할 것이다. 구성원의 생일, 각종 기념일 등의 강조, 가족기념일의 참여와 축하 및 경조사에 적극 참여, 독서와 토론회의 활성화, 인트라넷과 사보 등의 참여를 증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여름과 겨울 등 계절 캠프, 회사내 부서별 장기자랑 등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활성화 하는 것들을 실천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성경적 사랑과 배려 및 정직과 공평과 신뢰 등의 성경적 가치와 경험들이 축적돼 기업의 문화와 행동의 전범으로 구축될 때 기업의 역량과 영향력은 크게 향상될 될 것이다.

▲ 아브라함 카이퍼

하나님의 통치(sovereignty)는 비단 교회와 기업뿐만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의 전 삶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그리고 정의와 평화의 진리가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질 때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이루워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온 영역에 하나님 주권을 주장한 카이퍼(A. Kuyper, 1837-1920)의 왜침이 혼돈과 양극화의 오늘날 우리사회에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인간실존의 전 영역에서 단 1인치라도 예수님께서 내 것이라 선언하지 않는 곳은 없다”(There is not a single inch of the whole terrain of our human existence over which Christ ... does not proclaim,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