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기독교회관에서의 발표회 모습

한국교회는 1990년대 접어들면서 1960-70년대에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 현재까지 첨예한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때로는 개교회와 한국교회 차원을 넘어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연구와 논의가 부족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발표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병금)가 16일 오후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 발표회가 그것이다.

이날 발표회는 김승호 교수(영남신대)의 기조발제에 이어, 백장흠(한우리교회 원로)ㆍ손인웅(덕수교회 원로) 목사가 ‘원로목사의 입장에서’, 강준모(남성교회)ㆍ최성은(남서울교회) 목사가 ‘후임목사 입장에서’의 발표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종합하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는 서로를 돕고 돌보는 ‘보혜사’가 돼야 하고, 교인들의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자리에 서야 한다‘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승호 교수는 원로, 후임, 교우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때 비로소 갈등의 공동체가 화합과 평화의 공동체로 변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갈등상황은 처음에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의 개인적 갈등에서 비롯되지만, 후에는 장로그룹, 안수집사그룹, 권사그룹 등 교회의 중직자 그룹들과 연계되어 그 갈등이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김 교수는 △원로목사에게는 후임목사에게 리더십을 이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음을 △후임목사에게는 원로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향수를 인식하고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교우들에게는 교회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원로목사를 찾아가는 것은 (비록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 문제를 내포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은퇴 예정인 목사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고 △교회는 은퇴를 앞둔 목사가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많은 목사들이 은퇴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음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원로(은퇴)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의 문제에 다시금 관여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이런 관여는 후임목사와의 갈등이나 교회분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로목사의 입장에서 발표를 한 손인웅 목사는 같은 원로목사들에게 담임목사의 자존심이나 신학적, 목회적 권위를 지켜주고 세워주는 일에 보혜사 같은 역할을 잘 감당하자고 권고했다.

특히 손 목사는 “지금 목회는 담임목사가 당회장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담임목사의 영역을 침해하지 말고 자문해 오고 도와달라는 일만 기쁨으로 돕자”면서 “부목사 때와 같이 오직 담임목사가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철저하게 보조적인 역할만 하자”고 당부했다.

역시 원로목사의 입장에서 발표를 한 백장흠 목사는 “누가 불평하거나 문제 삼으려 할 때 동조하지 말고, 묻지 않으면 절대로 말하지 말자”고 권고했다. 전자의 경우 원로의 말은 위력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 간섭이요 시비로 들린다는 이유에서다.

후임목사의 입장에서 발표를 한 최성은 목사는 “은퇴한 목회자들이 겪는 아픔이 많겠지만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은퇴 목사에게 가장 힘든 것이 고독과 사역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감이라고 한다”며 “로 목사를 위로하고 평생의 목회적 노고를 인정하자”고 권고했다.

역시 후임목사의 입장에서 발표를 한 강준모 목사는 “영원한 전임자가 없고 영원한 후임자가 없다”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보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