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會와 政治”-굴절의 길에서 돌이켜야

長老會 公議會에서 첫 결의(1901.9.), 전국 교회에 배포

교회일과 나랏일 철저히 구분, 굴절의 길로 이끌어

교회의 비정치화 선언, 日帝 등 결의안 이용

“위선과 거짓”의 죄악으로 굴절 된 길에서 돌이켜야

노 종 해 목사(KL동남아선교센타)

▲ 장로회 공의회(1901)-Presbyterian Council, 1901.(사진-H.A. Rhodes: History of the Korea Mission Presbyterian Church U.S.A. Vol I 1884-1934, p450에서)

한국기독교사에서 첫 “교회와 정치”에 관한 결의가 이루어진 것은 1901년 9월의 장로교 공의회(公議會)에서였다. 당시 한국장로교회의 주도권은 선교사(宣敎師)들에게 있었고, 한국인 목사들이 배출되지 않은 때이다.

그러나 한국기독교가 한국인 전도인들과 교인들에 의해 활발히 전도되고 확장되고 있으며, 국가와 민족문제를 가슴에 안고 민족구국, 애국신앙을 형성해 가고 있던 때이므로 정치에 대한 교회의 선언은 굴절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이정표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기독교는 충군애국(忠君愛國) 대중집회와 연합기도회로 모였고, 독립협회(獨立協會)에 참여하여 각 지방에 지회(支會)를 설립하는 중심처가 되었다.

1898년 말에 독립협회가 만민공동회운동(萬民共同會運動)으로 확산되어 나가자 수구파(守舊派)의 모략으로 해산되고 그 지도자들이 모두 투옥되거나 추방되었다. 당시 수구당파는 일본(日本)과 “한일협약”(韓日協約)을 추진하고 있었으며, 러시아의 세력과 대립긴장이 고조 되어 가던 때이다. 또한 미국도 일본과 손잡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묵인 지원하던 때이다.

▲ "장로공의회"소식-남북장로회, 호주장로회, 가나다장로회가 다 참여-그리스도신문1901.9.16.

우리민족으로서는 중요한 때인 1901년 9월에 장로회 공의회가 새문안교회에서 모여 “교회와 정부사이에 교제할 조건”을 협의하고 결의한 것이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교회의 비정치화”(非政治化)이다. 정치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결정할 근거인 성경구절은 “롬13:1-7, 딤전2:1-2, 벧전2:13-17, 마22:15-21, 마17:24-27, 요18:36절” 등이다. 그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는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이 주신 것이며, 둘째는 권세자, 즉 국가에 세금 바치는 등 국가의 제도에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것으로 교회와 정치, 교회와 국가를 분리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삼아 다섯 가지 조항의 결의문을 채택하였다.(옛 한글체 원문을 살려서 필자가 정리하였음. 참조: 원문사진-하단에)

1. 우리 목사들은 대한나라의 일과 정부일과 관원에 대하여 도무지 간섭하지 아니하기를 작정한 것이오.

2. 대한국의 우리나라들(선교사들의 본국)과 서로 약조가 있는데 그 약조대로 정사를 받되, 교회일과 나라일은 같은 일이 아니다. 또 우리가 교우를 가르치기를 교회가 나라일 보는 회가 아니오.

3. 대한 백성들이 예수교회에 들어와서 교인이 될지라도 그 전과 같이 대한 백성인데, 우리 가르치기를 하나님의 말씀 거스름 없이 황제를 충성으로 섬기며 관원을 복종하여 법을 다 순종할 것이오.

4. 교회가 교인이 사사로이 나라일 편당에 참례하는 것을 시킬 것 아니오, 금할 것도 아니오. 또 만일 나라일에 실수하거나 범죄 하거나 그 가운데 당한 일을 교회가 담당할 것 아니오, 가리 울 것도 아니오.

5. 교회는 성신의 부친 교회요, 나라 일 보는 교회가 아닌데 예배당이나 회당 사랑이나 교회학당이나 교회 일을 위하여 쓸 집이요. 나라 일 의론하는 집은 아니오, 그 집에서 나라일 공론하러 모일 것도 아니오. 또한 누구든지 교인이 되어서 다른데서 공론하지 못할 나라 일을 목사의 사랑에서 더욱 못할 것이오.

모든 교우 형제들은 이 권계하는 말씀대로 시행하기를 바라옵.(“장로회 공의회 일기”, 그리스도신문, 1901년 10월 3일자)

공의회는 교회와 정치를 철저히 분리하여 나라일과 정부의 일, 관원들의 일에 간섭치 말도록 지도할 것을 결의하였다. 오히려 교인들로 하여금 황제(정부)와 관원에 충성하고 복종할 것을 선언하였고, 교회당과 목사관 뿐 아니라 교회설립기관에서도 나라일을 공론하거나 의론치 못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의문을 전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달하였고 각 교회에서 지키도록 하였다.

결국 선교사들의 결의문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을 돕게 하였고, 1910년 한일합방(韓日合邦)을 도와 일본의 한국통치를 묵인케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의 통치에 순종케 하는데 협력하였다.

▲ 남산 조선신궁(1918년 착공, 1925년 완공)-매월 6일 애국일로 정하고 신사참배 강요

한국기독교인들의 민족의식과 신앙애국심을 무디게 하려 하였고, 위선과 거짓으로 굴절 된 신앙의 길로 인도하여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을 민족 앞에서 외면케 하였다. 일본제국주의(日本帝國主義)의 통치자들은 이 결의안을 최대한 이용하여 한국을 식민지화(植民地化) 시키고, 민족말살 정책(民族抹殺政策)을 펴나갔다. 또한 교회의 비정치화 선언만이 순수한 신앙이요, 복음이란 왜곡된 신앙이 한국교회의 전통인양 지키도록 하였다. 이러한 신앙은 일제통치기간 동안에 친일기독교 인사(親日基督敎人士)들에 의해서 항상 주장되어 왔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남산 조선신궁-신사참배하는 장로교총회 임원들(사진-조선일보)     ▲ 신사는 종교가 아니오-조선 예수교장로회총회장 성명서

그러나 하나님 앞에 책임 있는 신앙인은 이 결의문을 지키지 않았다. 이것은 1910년 105인 사건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또한 3.1운동에 참여한 한국기독교를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오늘날도 한국기독교의 자랑과 신앙의 지주가 여기에 있지 않는가? 교회는 언제 어느 때나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에 굳게 서서 불의와 죄악과 싸우며 인간 생명을 사랑하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굽힘없이 참여해야만 한다. 이러한 역사가 곧 기독교의 역사인 것이다. 한국기독교사는 위선과 거짓으로 굴절된 죄악에서 돌이킨 역사로 정리되고 기술되며 추구해야 한다. “의는 나라로 영화롭게 하고 죄는 백성을 욕되게 하느니라”(잠14:34). 우리는 “영화로운 나라”가 되도록 기도하며 힘차게 나가야 한다. 선지자들은 거짓과 위선으로 굴절된 죄악 세상에 “공의와 정의의 열매는 사랑과 평화”를 이룬다고 외쳤다. “

“마침내 위에서부터 영을 우리에게 부어 주리니, 광야가 아름다운 밭이 되며, 아름다운 숲으로 여기게 되리라. 그 때에 정의가 광야에 거하며, 공의가 아름다운 밭에 거하리니, 공의의 열매는 화평이요, 공의에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사32:15-17)

예수님께서 가장 통열하게 비판한 죄악은 “위선과 거짓”이었다.(마23장)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마23:23). 그 위선과 거짓의 세력이 십자가에 못 박았으나, 부활하시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시고, 무덤에서 부활하심을 믿는다. 이것이 기독교이며, 기독교는 “위선과 거짓”으로 굴절 된 길에서 부활의 길, 새 생명의 길로 돌이켜야 한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배부른 것이요”(마5:6), “의를 위해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마5:10)-(rch, 2017.2.14.)

▲ “그리스도신문 1901년 10월 3일 자-”교회와 정부 사이에 교제할 몇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