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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과의 대화
12월은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 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엔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후에 함박눈 내리는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끊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에는
-12월의 시----최연홍
최 교수님,
어제 모처럼 만남 반가웠습니다.
보내준신 ‘12월의 詩’ 를 아침에 읽어나 읽고
머릿속을 스쳐가는 감상들 간단한 매모로 옮깁니다.
이 시의 주인공 중 한 분인
장작을 한 아름 가지고 불쑥 잧아온 벗, T 선배에게는
이미 시를 이맬로 포우드 했습니다.
지금쯤 아마도 아름다운 추억 속을 소유하고 계실겁니다.
햇빛 따사한 겨울날 오후
한 중국 음식점에서의 만남,
둘이서의 담소…..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들이었습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추억속의 겨울
“벽난로에서는
친구가 두고간 장작이 타오르고
그 앞에선 한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할 털옷을 짜고있는
그 따사했던 겨울.”
그 겨울은 시간을 망각하고
안톤 슈낙의 슬픈 바이얼린 슬픈 G현 선율로,
밀레의 가난한 저녁종 풍경화로
싱싱하고 선명하게
우리 둘 사이에 멈추어 서 있었습니다.
시인들에게 모든 추억은
흘러간 과거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현재입니다.
시인들은 과거를 현재로 변형시키는
위대한 시간의 연금술사들입니다.
시인들은 혼돈(타오스) 속에서 조화 (코스모스) 을 발견하는
위대한 탐험가들입니다.
시인들은 미움을 사랑으로 노래하는
사랑의 마술사들입니다.
시인의 영혼, 가슴, 눈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우주의 존재들은 한 편의 詩로 다가옵니다.
어제 만나기 전에 미용실에 잠시 들렸습니다.
미용사가 나에게
“어떻게 이발을 할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 대신 나는 그녀에게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천재 조각가, 건축가, 화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그 유명한 데이빗 상과 바티간 궁전 천장화의 작가 미케란젤로를 아느냐?” 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무시라도 당한 듯 얼글을 붉히며 “물론이지요” 하고 내뱉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미케란젤로 데이빗 상에 얽힌 이런 한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는 날 미케란잴로의 데이빗 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한
한 미케란젤로 숭배자가 옆에 서있는 미케란젤로에게
“당신은 대리석으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조각품을 빚어낼 수 있었습니까?” 하며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케란젤로 는
“나는 아름다윰을 전혀 창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석 대리석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냈을 뿐입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당신도 미켈란젤로 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내 머리을 가지고 이발을 하려고 하지 말고
내 머리 속에 숨겨져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십시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 내가 지금껏 접한 모든 손님들은 미용사를 기능공으로 취급하고
이렇게 저렇게 깎으라고 일일히 지시를 했습니다.
선생님 같은 손님은 평생 처음입니다.” 하고 웃었습니다.
“ 아닙니다. 당신은 분명히 예술가입니다.
예술가는 남이 애술가라고 불러주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자격이나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마음,
그 행위 자체가 위대한 예술입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혼, 가슴, 눈, 귀, 코,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예술가들입니다. 변형됩니다. 아름다움은 모든 존재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발을 끝내고 그녀에서 이발비를 건내자
그녀는 얼굴에는 파안대소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예수, 붓다의 얼굴이었습니다.
최 교수님에게 내가 좋아하는 지브란의 시 한 편을
선물합니다.
“세계를 발견하고
발가벗은 드대로의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신성한 소망의 표현,
그것은 삶은 노래하는
시의 정신입니다
詩人이란 그저 詩를 쓰닌 사람이 아나라
가슴속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사람들이다.”
2월 7일 아침에
해암 박평일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