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지켜보자니 답답하고 안 보자니 궁금한 사항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청문회까지, 그리고 대통령 탄핵 의결까지 오는데 두 달도 안 되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갑자기 개헌 이야기를 꺼낸 것이 10월 24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JTBC에서 태블릿PC 건을 터뜨렸다. 그렇게 보면 최순실이라는 실체가 나타난지는 두 달이 안 되었다. 그 동안 언론은 실체를 밝혀내기 시작했고, 하루, 아니 시간마다 새로운 건을 터뜨려냈다. 그리고 국민들은 분노하여 촛불을 들었고, 그 사이 대통령은 3번의 사과 및 해명 담화를 내 놓았다. 그리고 한 달 반 만이 지나서 청문회와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한 달 반 동안 우리는 폭풍을 지나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이 없고, 분노하여 일상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에는 권력 가운데 비리가 터져도 사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덤덤했다. 그들은 항상 그래왔고 우리는 바보같이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도 너무 했다. 더군다나 사이비 종교에 마약류까지 나오고, 지저분하게 남녀의 문제까기 엮여서 우리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모두가 분노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4%까지 내려갔고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0%를 넘어가고,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도 75%가 넘어가고 있다.

국민들은 위대했다. 6번의 촛불집회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지난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230만 명이 거리로 나와서 촛불을 들었다. 전국민의 5%가 이렇게 움직이면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5천만 국민을 생각해 보면 230명은 5%에 육박한다. 이러한 국민적 열정과 분노가 있기에 우리는 한 달 반 만에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더 큰 절망에 빠질 수 있다. 사회가 변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되도 변하지 않는다는 절망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한국축구의 고질병은 열심히 뛰기는 하는데 골결정력이 없다는 것이다. 축구라는 것이 좋은 경기력이나 열심으로 승부를 가르지 않는다. 결국 어느 팀이 골을 넣었느냐로 결정 짓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국민들이 열심히 해서 몰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정치에서, 그리고 이 사회의 리더들이 풀어야 한다. 그런데 어제, 오늘 청문회를 보니 불안이 몰려 온다. 악이 더 지혜롭고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골문 앞에서 좌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광장에 나선 것은 좋은 추억거리만은 아니다. 그들은 광장에서 역사를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변화된 세상에 나도 초 하나 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 거기서 목이 터져라 소리 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결국 이 모든 것은 사진 한 장의 추억이 되고 말 것이다.

제발 정치인들이, 그리고 나라를 이끈다는 사람들이 역사에, 그리고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공을 맡겨놓고 숨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고 하나님의 나라가 다가오는 것을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도 그 날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