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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절처럼 산속에 세우지 않은 이유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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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12월 05일 (월) 23:47:43
최종편집 : 2016년 12월 08일 (목) 01:43:44 [조회수 : 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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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는 하나님께서 돌리시니 너희는 잠자코 있어라

 

필자에게는 만나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나 좀 색다른 친구 목사가 하나 있다. 동갑내기에다가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이나 변할 만큼 오래 사귀어 온 사이이다 보니 귀에 거슬릴 것 같은 말들을 해도 서로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한 가지만 빼면 참 좋은 친구다. 참 좋은 크리스천, 참 좋은 목사라는 말도 된다. 성경도 정말이지 많이 알뿐 아니라 깊고 정확히 안다. 그리고 안 것을 실천하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교회 거의가 기복신앙으로 물이 들어 그리스도(基督) 없는 그리스도교(基督敎)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이지만 복음의 진리를 지켜 확산시키고자 애를 쓴다.

많은 사역자들은 복을 빌되 넘치도록 빌어 주지 않으면 교인들이 떠난다며, 그러니 교인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교인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기복신앙의 맹점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 매어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친구 목사에게서는 그 같은 기복신앙적 요소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가 시무했던 교회는 질적으로뿐 아니라 수적, 양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타락한 세대의 크리스천들이라고 모두 진리 아닌 기복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라 진리에 목말라 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니 그런 이들이 모여들어 교회가 커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목사에게 있다는 색다른 거란 무엇일까. 다 좋지만 한 가지 빼야 할 단점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보수’ 아닌 ‘수구꼴통’적 사고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성경을 깊고 넓고 바르게 알뿐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어떻게 ‘수구꼴통’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로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견해이다. 수십 년을 알고 지내 온 필자지만 그의 그런 면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여튼 그 한 가지만 빼면 친구이지만 필자는 그의 복음주의적 순수한 신앙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니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수구꼴통’적인 면이다.

그는 시위나 집회와 같은 데모류의 집단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반사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정치적 역할에 대해선 폄하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활동무대가 진보적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수구꼴통’적 사고가 먹혀들지 않음에 따른 방편인 것 같다.

선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일이 많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누가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어도 달라질 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선거에 적당한 사람이 없어 기권을 했다고도 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중인격자가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아니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다. 그러니 지근거리에서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내 온 필자로서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와 필자 사이의 화제에 정치적인 것이 오르면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이고, 그럴 때면 필자는 ‘교회를 왜 절처럼 산속에 세우지 않고 도심에 세우며 마을에 세우는지 아느냐, 기독교는 독야청청 저 혼자의 고고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서로 어울려 부대끼기도 하고 힘이 되어 주기도 하는 가운데 하나가 되어 가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라 말하곤 한다. 그러고는 정치의 필요성까지 역설한다. 그러며 이런 내용도 첨언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사람 아닌 하나님께서 돌리신다는 데에 이견을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자신이 직접 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하신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민주화된 것도 국민들이 독재에 항거하고 싸워 온 결과이다.’

 

 

촛불의 바다에 뜬 작은 섬

 

조금 전에 잘 알고 지내는 장로님 한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현직에 있을 때는 가끔 만나 신앙 이야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던 분인데, 정년퇴임을 하고 고향으로 이사를 온 뒤로는 두세 번 만난 것이 고작으로 할 말이 있으면, 아니 할 말이 없어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으면 서로가 전화를 하는 그런 사이다.

그런데 장로님의 목소리가 매우 침울하게 들렸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목사님(필자)께 푸념이라도 하고 싶어 전화를 한 거라 했다. 장로님의 말씀을 요약하여 정리해 보면 이렇다.

‘우리 교회에서는요, “촛불집회”의 “촛”자 하나도 들을 수가 없어요. 목사님께서 설교에서는 물론이고 대화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의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으시니, 교인들도 눈치가 보여 이 말 꺼내기를 꺼려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 교회는 마치 촛불 바다에 뜬 작은 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촛불의 불빛이 모두 차단된 느낌의 섬 말예요.

지금 우리 교회의 예수님은, 우리와는 관계가 있으나 촛불을 든 사람들과는 상관이 없는 분입니다. 믿는 우리의 주님이시지, 저들의 주님은 아닌 것이지요.’

참 독특한 교회다. 온 국민의 거의가 이 사태의 위중(危重)함에 촛불을 들거나 가슴조리며 지켜보고 있는데, 아니면 극소수이긴 하지만, 촛불을 비난하며 꺼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무언으로 일관하고 있다니 말이다. 혹자가 말하는 ‘샤이 박근혜’인 것일까.

‘샤이 박근혜’라는 말을 꺼내 놓고 보니, <당당뉴스>의 촛불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이 떠오른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한 댓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만을 놓고 본다면 <당당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매체가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나이든 어른이 아직 철부지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도전에 일일이 응대하는 게 어른답지 못한 일이라는 걸 말로 해야 안다면 어딘지 모자라는 데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요즘 소위 종편이라는 것들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 때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을 향하여 종북세력이라며 대통령 두둔 일색의 방송을 내보내 놓고 말이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 가운데에는 대통령도 잘못했지만 야당 또한 잘한 것이 없다며 교묘한 물타기에 여념이 없다. 소위 양비론의 물귀신 작전인 것이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신의 한수’라 할 만큼 대단한 것이라며, 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야당 쪽이 무능한 거라 하여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그러나 어젯밤의 촛불이 왜 230만 넘게 모여들게 되었는가. ‘신의 한수’라는 그 얄팍한 대국민 꼼수가 민심에 더 뜨겁게 불을 붙인 게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 단축을 포함한 진퇴의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했는데, 왜 자신의 ‘진퇴의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것인가. 컨펌을 해 줄 최(순실) 선생님이 체포되어 옆에 없으니 꿩 대신 닭으로 국회를 택했을 리는 없을 터인데 말이다.

어쨌든 박 대통령이 “바라는 마음”처럼 3차 대국민 담화로 인해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왔는가. 아니지 않는가. 반대로 ‘혼란’이 몇 배나 더 커지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은 이리 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그처럼 자기의 ‘진퇴의 문제’를 국회에 떠넘겼겠는가. 자기가 직접 몇 월 며칠까지 어떠어떠한 방법으로 물러나겠다고 하면 ‘대한민국이 혼란’해질까 봐 그랬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저의 불찰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는 말로 담화를 시작했는데, 자기가 ‘사죄’해야 할 것이 정말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불찰’”뿐인가. 최순실에게 한 바탕 신명나게 국정을 농단하도록 멍석을 깔아 준 게 누구인가. 멍석을 깔아 주었을 뿐 아니라 청와대의 비서관이나 행정관을 붙여 주어 종처럼 부리게 한 것이 누구이며, 수석 비서관과 정부의 차관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도록 해 준 건 또 누구인가. 그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몸소 돕는 일까지도 있지 않았는가.

촛불의 민심은, 국민들의 바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참담한 국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최 게이트의 암 덩이를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미봉책으로 덮어 두어서는 언제 어떻게 또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 힘들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도려내야 한다. 그것만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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