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모두들 무탈하신지 궁금합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작은아이가 지난 주 감기몸살로 아팠습니다. 유치원 친구들과 오랜 시간 준비한 학예발표회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파도 발표회는 가겠노라며 장담하던 밤과 달리 열이 떨어지지 않는 아침은 학예발표회를 싹 잊게 만들었습니다. 아프면 쉬어주어야 한다는 것, 몸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몸도 마음도 함께 자라나갑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요즈음 나라가 아프면서 무엇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파도 모른척하고 방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종국에는 큰 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고,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충족되는 때입니다. 삶의 한 걸음걸음이 살얼음 같아도 용기를 내서 끝까지 걸어가는 것, 그래서 마지막의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 것처럼, 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하고 힘이 약한 것 같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내 나라 내 이웃을 돌보는 일에 동역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금 줄풀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올 겨울 들어 처음 알게 된 차입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잡풀이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근래에는 항암효과와 면역력 증강에 좋다고 알려져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차라고 합니다. 자활센터 사업단 중에 말린 나물이나 차를 만드는 사업단이 있어서 사무실에 샘플로 가져다 준 차를 저도 마시게 되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로는 Water-rice라고 한답니다. 물에서 나는 쌀의 줄기를 말려서 차로 우려서 마시는 것이라 그런지 짚단 냄새가 납니다.

   줄풀차의 제조 과정을 말로 설명하자면 간단합니다. 어르신들이 철이 되면 장비를 갖추고 나가셔서 물가에서 줄풀을 채취해 오셔서 말리신 후 차로 포장을 하십니다. 물론 실제 다듬고 말리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차는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에 더 정겹습니다. 서울에서도 봄철이 되면 교회 권사님들께서 어디선가 쑥을 채취해서 쑥떡을 하셔서 나누어 주시곤 했습니다. 대량으로 제조되어 유통되는 떡과는 맛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함께 나누어 먹는 맛이 곁들여져 더 정겨웠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을 두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왔습니다. 건강할 때 그 건강을 잘 지키고, 병들었을 때 몸을 잘 돌보아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일은 온 우주를 소생시키는 것처럼 중요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보내면서 이 단순한 사실을 새삼 다시 마음에 새겨보았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모두들 관절염이나 당뇨, 혈압 등의 질병을 가지고 계시지만 지혜롭게 몸을 돌보며 그 많은 농사일을 다 감당하고 추수감사주일 아침에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한 마음으로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주일 아침 황색 보자기에 싸 오신 반찬 가지가지 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싸여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 내신 줄풀 한 줄기도 사람을 이롭게 합니다. 족한 은혜가 우리 삶의 지천에 있습니다. 몸의 병을 고칠 많은 방법들이 있듯이 우리 삶을 건강하게 이끌어 갈 방법은 많습니다. 믿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구하면 길을 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믿음의 길이 쉬이 걸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믿음 안에서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다시 건강해지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힘찬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