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리회 감독회장과 10개연회의 감독들, 그리고 목회자, 성도 등 200여명이 감리회본부앞 희망광장에서 구국기도회 및 시국선언을 마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심자득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선언

“대국민 사과성명과 관련자 처벌,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습니다. 이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타오르는 100만 촛불 시위가 국민의 소리이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국민적 탄핵의 시작입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 교계, 언론계, 예술계, 방송계, 시민, 동포사회 등 할 것 없이 전 국민적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전명구 감독회장이 18일 감리회본부앞 희망광장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선언 및 구국기도회’를 개최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시국선언문은 지난 10월말 32차 총회 결의로 채택되고 전명구 감독회장과 11개연회 감독, 그리고 ‘기독교대한감리회 150만 성도 일동’명의로 작성됐다.

감독회장과 연회 감독들, 목회자, 성도, 그리고 본부 임직원등 200여명이 참석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선언 및 구국기도회에’에서 전명구 감독회장은 “오늘의 현실은 그 믿음에 대한 너무나 혹독한 배신이어서 실망과 분노를 넘어 허탈과 고단한 삶의 의욕을 상실할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이 “공식 직함도 없는 개인이 은밀한 곳에서 국정을 지시하고 있었던 국정농단”이고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감독회장은 “청와대 실세와 새누리당의 친박들, 권력을 이용하여 이득을 보려고 하는 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 “대국민 사과성명과 관련자 처벌, 국회추천 책임총리제로는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며 “국회는 국민통합 내각출범을 서두르고, 특별검사를 선임하여 대통령을 포함하여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감독회장은 선언문에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범국민행동’의 100만 촛불시위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듣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면 국민들은 용서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들불처럼 타오르는 100만 촛불 시위가 국민의 소리이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국민적 탄핵의 시작”이라고 전제 한 뒤 “수사 결과 죄가 있는 자들은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야 하고 대통령도 법적 책임이 확인된다면 물러나시라”고 요구했다.

감독회장은 야당 국회의원들과 대권 주자들을 향해서도 “거리로 나가 대통령 퇴진만 외치지 말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번에도 권력욕과 당리당략으로 실기한다면 대한민국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하나님의 은총 속에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150만 감리교회 성도들은 행동하기 전에 기도하며 기다릴 것”이라고 ‘행동’을 언급해 사태의 추이에 따라 보다 강경한 대응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끝으로 전명구 감독회장은 전국 150만 감리교회 성도들을 향해 △내가 먼저 회개할 것 △다음 주간(11. 20~26) 대한민국을 위해 한 끼 금식기도할 것 △모든 예배시간마다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기도할 것 등을 요청했다.

 구국기도회

앞서 참석자들은 희망광장에서 이광석 감독(중앙연회)의 사회로 구국기도회를 가졌다. △윤보환 감독(중부연회)이 ‘국정농단에 상처받은 국민을 위하여’ △도준순 감독(서울남연회)이 ‘하나님의 의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하여’ △권영화 감독(삼남연회)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질서의 회복을 위해’ △최헌영 감독(동부연회)이 ‘한국교회의 영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영완 감독(청청연회)이 ‘감리교회의 성화실천과 부흥을 위해’ 각각 기도했다.

윤보환 감독은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당해 슬픔을 넘어 분노와 좌절로 상처를 경험하는 이 땅의 백성을 긍휼히 여겨 위로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을 직시하고 국민들을 위로하는 진실한 리더십을 보여주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도준순 감독은 “이 나라와 민족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거역하고 탕자처럼 불법을 행한 저희들의 죄를 용서하여 하나님의 의가 최후 승리가 되고 십자가의 의, 복음의 의를 통해 감리회가 먼저 영적으로 일어나 하나님의 의를 행하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권영화 감독은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서 민족과 백성들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게 해달라. 경영자와 노동자가 더불어 상생하는 기업의 역사를 창조해 가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최헌영 감독은 “도탄에 빠진 백성이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 구원하셨던 것처럼 이 민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 달라. 도탄에 빠진 책임이 우리에게 있으므로 우리들부터 회개하여 감리회가 영적 신뢰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유영완 감독은 “감리교회가 각자의 삶 속에서 참된 경건을 이루어 그리스도인의 성화를 이루고, 나아가 빛과 소금의 사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개인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까지 이루므로 감리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여 성숙한 감리교회로 거듭나게 해 주실 것”을 간구했다.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성도들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통성기도’를 한 뒤 강승진 감독(서울연회)의 축도로 시국선언 및 기도회를 마쳤다. 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뒤로하고 구호를 외쳤다.

▲ 전명구 감독회장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심자득 기자

시국선언문 내용 두고 하야민심 반영여부 논란 

감독회장과 감독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감리회 시국선언은 지난달 개최됐던 총회결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실시됐다. 시국과 관련하여 감독들 전체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감리교회의 시국선언문에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하야민심이 분명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선언문이 지난 14일 언론을 통해 먼저 발표되자 SNS를 중심으로 ‘도대체 무얼 요구하는 글인가?’, ‘도대체 무얼 결단하란 말인가’며 주장과 논지가 분명치 않다거나 시류 눈치를 보는 면피성 시국선언이라는 비판이었다.

타교단이나 신학교에서 발표되는 시국선언문과 비교하여 감리회의 정체성, 혹은 기독인의 시각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문장의 완성도 면에서도 ‘수준이 떨어진다’며 “대체 초안 작성자는 누구이고 감독회의가 감수는 제대로 했는가?”하는 지적까지 일었다.

심지어 감리교인들을 중심으로 ‘150만 성도중에서 나는 빼달라’는 자조가 일기도 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미에서 시국선언 자체에 반대하며 이름을 빼달라는 성도도 있었다.

문안을 두고 논란이 일자 감리회 본부가 일부 문구를 수정하여 18일자로 ‘수정판’을 발표했지만 비판을 잠재울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교단이나 물타기용 개헌정국을 옹호하는 일부 교계의 ‘부역’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거나 ‘감리회의 일부 보수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써 안한 것 보다는 낫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일부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총회결의를 이행할 수도 있었는데 행동까지 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의견과 “감독회장부터 광장(촛불집회를 지칭)에 나온다면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조건부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 사회 - 이광석 감독(중앙연회)

▲ 성경봉독 -  최승호 감독(남부연회), 진인문 감독(경기연회)

▲ ‘국정농단에 상처받은 국민을 위하여’-윤보환 감독(중부연회)     ▲ '하나님의 의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하여’-도준순 감독(서울남연회)

▲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질서의 회복을 위해’- 권영화 감독(삼남연회)     ▲ ‘한국교회의 영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최헌영 감독(동부연회)     ▲ ‘감리교회의 성화실천과 부흥을 위해’ -유영완 감독(청청연회)

▲ 통성기도

▲ 시국선언문 낭독 - 전명구 감독회장

▲ 축도 - 강승진감독(서울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