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차별에 대한 주제를 다루게 된 한 주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주간에 미국 대선의 결과가 백인종들의 실력행사와 여성에 대한 거부로 특징지어진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미국의 대선 결과를 보고 있자니 올해 초에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기억에 떠올랐다. 세계인들의 영화축제라고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 큰 이슈로 비판을 받았었다. ‘너무나 하얀 오스카’(Oscars So White)라는 비판 표어가 영화제를 지배했던 것이다. 미국의 한 연예매거진은 그 달의 표지로 새하얀 바탕에 새하얀 오스카트로피를 전면에 내세운 그래픽을 실었다. 그리고는 중앙에 이런 글귀를 걸었다. “우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오직 백인들만 후보로 거론되고 수상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런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영화제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오늘의 결과에 대한 소름끼치는 전조였다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인종차별과 여성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이 되면 국가의 수치가 되리라던 인물이 당당히 대통령에 선출되고 말았다. 차별이 이겼다.

수업시간에는 한국인을 지배하는 차별의식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었다. 그 예 중 하나는 바로 ‘다문화’라는 단어 속에 담긴 차별성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처음 장면에서 꽤 출중한 실력의 춤을 추던 아이는 어머니가 베트남출신인 소위 다문화가정의 아이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한국 사람들은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인종차별적 악플을 달기 시작했고, 어느 날 그 악플을 보게 된 아이는 사색이 되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인터뷰에서 그 아이는 자기가 가장 싫은 말이 ‘다문화’라고 말했다. 어쩌면 배려를 위해 생겼을 그 말조차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 차별의 말로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 어머니 고향이 어디든 어머니도 아이도 다 같은 국적의 한국인이고 한국시민인데 왜 굳이 다문화라는 말이 필요할까, 정말 ‘다문화’라는 말자체도 차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던 학생 중 하나가 다가와 이런 말을 건넸다. “교수님, 오늘 다문화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다문화도 다 같은 다문화가 아니라는 말이 있어요. 동남아 다문화는 다큐멘터리에 나오고 백인 다문화는 예능에 나온다는 말이요.” 이 학생의 말은 또 다시 충격이었다. 과연, 그랬다. 이 학생의 말을 사용 중인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노인 복지관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얘기를 또 전해주셨다. 노인들 간의 차별과 괴롭힘이 학교 왕따 저리 가라라고. 자식이 지위와 돈이 있는 노인들, 또 건강이 있는 젊은 노인들이 득세하며 늙고 가난한 노인을 차별한다는 것이었다. 차별 받는 사람들 속에 또 다른 차별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또 차별이, 또 그 속에 또 차별이... 차별은 마치 양파의 껍질과도 같다. 까도 까도 그 속으로 계속 나타나는 알맹이 없는 껍질 같은 차별은 우리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교회라고 다를까?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갈 3:28) 바울의 이 찬란한 선언도 무색하게 초대교회는 곧바로 차별을 자행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성경은 이런 구절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주님이신 영광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해서 대우하지 마십시오. 가령 여러분의 회당에 금가락지를 끼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과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 왔다고 합시다. 그때 여러분이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호의를 보이며 ‘여기 윗자리에 앉으십시오’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거기 서 있든지 밑바닥에 앉든지 하시오’하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불순한 생각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여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약 2:1-4) 슬프고 안타깝게도 야고보서의 책망은 과거에서 끝나지 않았다. 차별은 교회에서도 여전히 이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