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고장탓에 독일서 귀국인사가 이렇듯 늦었다. 출국날 공황에서 전한 소식에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기에 귀국보고를 하는 것이 도리인 듯 싶다.

대략 보름간의 여행이었다. 거지반 15년만의 일이다. 김재완, 추용남 두분 목사님 덕에 재독 한인교회 연합 임원회 강사가 되어 몇일 상간에 10여차례의 설교와 강연을 했다. 이런 경우는 교수생활 30년 동안 없었다.

두분 목사님들의 지극한 마음 씀덕분에 잘 마무리 했다. 이 지면을 빌어 부부침실을 내준 뒤셜도르프 김재완목사와 없는 살림에 방잡아 준 추용남 목사내외께 감사를 전한다. 특히 뒤셜도르프 교우들의 환대가 많이 고맙다.

한국을 떠나기전 가슴에 단 세월호 상징을 어찌할까를 고민했다. 달고 가야할지 아니면 떼는 것이 나을까를 말이다. 단채로 비행기를 내렸을 때 마중나온 목사님들 가슴에 달린 노랑리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이후 여정동안 만났던 한인교우들 중에 리본을 달고 다니는 분들이 더 많았다. 한국과 다른 상황이었다. 추 목사가 거주하는 보쿰지역에는 매달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이 열린다고 한다. 독일에서 한 밤 지낸 다음날 나는 30여명이 모인 이 모임에서 세월호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임원수련회와 보쿰과 뒤셀도르프 교회에서 설교와 강연을 마친 후 세월호 기억저장소를 설명했고 유족들의 힘겨운 기억투쟁에 용기를 실어 줄 것을 부탁했다. 독일한인교회가 세월호에 냉담한 조국교회들의 양심을 깨워줄 것을 부탁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을 필두로 임원수련회에서 그리고 뒤셜도르프 교회에서 특별헌금을 해주었다.

대략 4850유로, 우리 돈 600여 만원이 모아졌다. 그곳 교회로서는 큰 사건이라 했다. 모두가 마음이 동했으니 가능했다는 것이다.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기억저장소 소장 어머니를 만나 사랑의 성금을 전달했다. 2년간 천막 키페를 운영하고 있는 양민철 목사님께서 수고해 주셨다. 이제 한국 교회 차례가 되었다.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내년 5월 베를린서 교회의 날 행사가 크게 열릴 것인 바, 만약 우리 쪽에서 준비가 될 경우 세월호 유족회(기억저장소)와 작은 교회 박람회를 위한 부스준비도 해보겠다고 했다.

세월호의 아픔이 세계적으로 공감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이들 곁이 되고자 한 작은교회 운동이 새롭게 인지될 여지가 생길듯하다. 하지만 우리들 여력이 있을지 걱정이다.

아주 특별한 경험도 했다. 수원시와 독일 프라이부륵 시가 시차원의 협약을 거쳐 수원시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소녀상을 프라이부르크 시에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의 집요한 반대로 이 일이 무산되자 83학번 이주연 목사가 주축이 되어 재추진차 독일에 왔다. 재독 한인교회 연합회 자리에서 다음처럼 협의되었다.

수원시는 1톤 무게의 소녀상을 독일로 보내고 재독 한인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세울 장소를 마련하는 쪽으로 말이다. 올 해 안으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 같다. 이 일을 위해 스님도 동행했다.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이주연 목사가 많이 고맙다.

김재완 목사님의 헌신적 수고로 일천킬로를 내달리며 짧은 시간동안 루터의 출생지, 학창시절 공부했던 곳, 몸을 피신하며 성서를 번역했던 곳, 마지막은 95개조를 내건 비텬베르크 교회까지를 보았다.

내년도 맞을 루터의 해를 앞서 경험한 것이다.

루터의 공과 화를 함께 듣고 느끼며 2007년을 맞는 삶의 자세를 추스릴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내려오신 이병희 목사님내외(문석진 장로 사돈)와 웨슬리 전공자로서 바이올린 전공자인 아내와 함께 목회하는 제자도 반갑게 만났다. 그의 해박한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교회 일하며 어학을 배우고 있는 유재건 전도사, 거의 20년 만에 만난 이은표 목사, 먼 거리에서 달려와 준 변재선 집사내외와도 반갑게 만났다. 작은교회운동을 함께하는 김종일 목사님 딸 내외, 신학자의 꿈을 꾸며 보쿰대학 신학부에 이제 막 입학한 추용남 목사 아들, 그리고 공부를 마치고 lg에 취직하여 다니고 있는 김재완 목사님 아들과도 잘 만나고 돌아왔다.

돌아와 다시 보니 이 나라가 더 엉망진창이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는 일이 이제 습관, 버릇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백남기님 죽음이 다시 불씨가 될 것이다. 백남기님 사건은 또 다른 세월호이기에 예서 멈출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