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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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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10월 17일 (월) 22:53:34 [조회수 : 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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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반팔 티셔츠와 맨발에 슬리퍼를 고집하던 아이들에게 양말과 잠바를 찾아주며 아침을 맞습니다.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주간 유난히 집 안에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추위를 피해서 가을 모기들이 집 안에 찾아왔었습니다. 올해는 날이 덥다가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모기는 거의 없는데 노린재들이 많습니다. 저녁 무렵 창을 열면 방충망 밖으로 노린재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추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싶은 녀석들입니다. 아침이면 창가에 노린재들이 몸을 뒤집고 소복하게 죽어 있습니다. 그 중에 실력이 좋은 노린재들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틈을 통해서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지난밤에도 천장 위를 기어 다니는 노린재를 여러 마리 잡았습니다. 불을 끄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노린재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지만 잡아도 끝이 없는지라 못들은 척 했습니다.

   사실 노린재가 인간이 사는 실내로 침투하는 것은 사투입니다. 저녁에 집으로 들어온 녀석들은 추위를 피해 살아남지만, 창 밖에서 헤매던 녀석들은 죽게 됩니다. 밤에는 잠바를 입어도 추위를 느낄 정도이니 이제 겨울이 오기 전 모든 노린재들은 죽게 될 것입니다. 물론 내년 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들의 후손들이 숲을 누비겠지만 말입니다.

   죽어있는 노린재들을 휴지로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간혹 살아있는 놈들은 다시 휴지통에서 기어 나올까봐 변기에 버립니다. 이제 웬만한 벌레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아이들이 노린재는 그렇게 싫어합니다. 이유는 냄새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처음 보는 곤충이라 매미쯤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노린재를 잡기도 했지만 손에 묻은 역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 것을 몇 차례 확인한 후에는 노린재를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생활과 비교했을 때 시골생활에서 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연의 순환입니다. 계절마다 여러 동식물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것을 눈으로 봅니다. 도시에서 생활할 때는 창가에 고이 모셔 둔 화분이 죽었을 때 잘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고, 집에서 기르던 병아리가 죽었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무척 컸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풀들이 봄이면 파릇파릇 자라나 가을이면 누렇게 변하고 겨울이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닭들이 알을 낳아 부화시키다보면 잘 부화되는 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알도 있습니다. 자라다가 약한 병아리들은 죽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라져 버리는 것, 혹은 죽음이 한결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탄생과 죽음이 항상 삶의 곁에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그리울 때마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목도할 수 있는 이런 삶의 환경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것으로도 생명을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으며, 모든 탄생은 죽음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인생에 대해서 묻고 답하고, 걷는 길을 재조정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오늘 제게 주어진 축복입니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과업인 후손을 남기고 때가 되어 생을 마감한 노린재들처럼, 저도 제게 주어진 믿음의 길을 온전히 다 걸은 후 하나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스스로의 힘과 능력을 믿고 교만해지지 말고 인생을 지으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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