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담론과 완전성화

강성도 (미주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통일에 관한 논의에서 목사나 신학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나? 통일문제가 신학적 이슈나 목회적 관심이 될 수 있을까? 요사이 통일 전문가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관심이나 관점에 대해 “예언자적 혜안”을 과시할만한 전문성을 갖춘 신학자가 있을까? 문외한이 끼어들어, 콩 놔라 팥 놔라 할 수야 있겠지만, 아무도 귀를 기우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괜히 무식하다는 핀잔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목회자나 신학자들은 입 다물고, 정치학자들이나 경제학자들 그리고 군인들이 잘 해결하도록 뒤에서 기도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정치는 정치, 신앙은 신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가? 통일 담론을 포함한 정치 외교 군사 문제에는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과연 바른 신앙인가?

서론이 긴 이유는, 근자에 논의되는 통일 담론의 방향이나 관점이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2강) 과 일본과 소련 (2약) 의 영향력과 통일에 대한 지지도에 대한 정치 외교적 분석이나 통일 비용 또는 통일 이후의 편익 등을 계산하거나 예측할 능력이 부족하다. 과연 전문가들이 제시한 내용과 결론에 이르는 통계적 과정이 과연 정당한지를 판정할 전문성이 없다.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외교, 군사, 경제적 정보에 목회자들이 신학자들은 다가갈 수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좌우 어느 쪽에 얼마만큼 기울어져서 이 고급 정보들을 분류, 분석, 그리고 해석해내는지도 판정하기 어렵다. 통일 이후 진정한 한 민족, 또는 하나의 국가로 묶기 위해, 상호 문화와 이념적 차이를 좁히자는 실천적 제안 역시 제한된 자료 속에서 그 타당성을 판정하기도 녹녹치 않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이루어진 실질적인 사례를 살피고 분석해야 하는 일 역시 그들의 오랜 역사와 분단 이후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대화를 위한 노력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더욱 큰 변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을 판정한 잣대가 미약하다. 어떤 눈으로 분석하고, 어떤 자세로 대안을 제시하는지? 객관적 평가의 잣대가 우리에게는 없다.

남북한의 최고 권력자들 사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대화 채널이 있는지? 이를 이용하여, 서로의 긴장 정도를 조절하며, 어느 선에서 전쟁의 위협을 감지하고 멈추며, 내부통치를 위한 적절한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지? 서로 평화 통일을 위해 실질적이고 은밀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지? 몇 사람 빼놓고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한 채, 시중에 나와 있는 책 몇 줄 읽고, 노선에 따라 잘 정선된(?) 신문 기사만을 가진 채, 통일 담론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무모하고 용감한 접근이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전략연구소의 심포지엄 제목인 “5차 핵실험”의 경우, 핵탄두의 실질 파괴력과 그 위협 정도, 탄도미사일의 기술력에 대한 분석, 향후 핵무기 계발능력과 주변 강대국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다. 정당에 따라, 신문사의 입장에 따라, 보도하는 기관에 따라 입장과 심각성이 서로 다르다. 그저 중간 어디 쯤 있다고 말해야 하는가? 정말 얼마나 위험한지? 실지로 당장 사용 가능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북한 잠수함으로 날라서 일본과 미국도 공격할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이것을 과장하여 북한을 옥죄이고, 북한 정권을 경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마침내 고사시키는 일을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에 맞선 방어체계는 있는지? 샤드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인지? 샤드 배치를 막는 쪽에서는 샤드 배치가 중국을 자극하고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위협 요소라고 정말 믿는지? 핵무기 하나 가지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지? 전쟁 위협에 대한 경고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전략적 홍보인지? 아니면, 군사적 판단에 의한 절박한 경고인지 우리는 솔직히 알지 못한다. 전문가만큼 알 수도 없다. 전문적 지식이나 이해 없이 통일 담론이나 정치 군사적 이슈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고도의 정보를 손에 쥐고 여론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눈에서 보면, 자신들의 의도대로 잘 따라 와주는 충실한 사람들로 비쳐질 수도 있다. 시간 낭비하는 한심한 집단으로 보일지 누가 아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끼어들어 말을 해야 한다면 그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현재 통일담론은 경제성 논리와 외교-군사적 관점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너무 편향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 때,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었고, “꿈에도 소원”이었다. “하나의 민족”은 경제 논리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통일방식에 대한 차이는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요구와 바람은 남북이 모두 바라는 민족적 염원이었다. 문제는 분단이 길어지면서, 이 염원이 엷어지고, “대박이냐?” “쪽박이냐?”는 실리의 계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현실이다. 외부에 나와 있는 북한인들조차 적화통일에 대한 기대나 예상보다는 남한식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의한 흡수 통일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남한 식 체재가 살기 더 낫다는 실용적 인식이 이미 외부 접촉에 노출된 북한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북한인들도 이제는 북한 정권이 강요하는 방식을 무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도된다. 어차피 통일이 될 바에야, 살기 나은 방식으로 통일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탈 이념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남한의 경우, 내가 피해를 입고, 내 가족이 다친다는 것은 그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무모한) 희생이다. 이것을 강요하는 통일은 원치 않는다. 더 이상 통일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도 이루어야 하는 민족적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정치-경제-군사적 이유를 들어 주민들을 설득하는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나 코리안 리스크의 치유 역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선행 과제라기보다는 전쟁 방지나 체재 유지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경우 체재 유지와 내부 결속을 위해 ‘평화 통일’보다는 ‘선군 정치’에 방점을 찍는다. 여전히 평화 통일보다는 적화 통일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내부를 단속할 수밖에 없다. 남한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해있고, 경제 사정 역시 넉넉하지 않아, 평양과 도시 몇 군데를 빼고는 배급이 끊어진지 몇 해되었다. 공평한 분배를 통한 체재 유지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이미 장마당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파는 자본주의 방식을 체득하고 있다. 농업분야 역시, 집단 농장에서조차 공동 재배와 더불어 사유재산의 어느 정도 인정되고, 노력에 따라 더 많은 수확이나 성과급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획일적 통제나 공산주의 이념에 의한 지배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북한인들에게 통일은 꿈이 아니라,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는 두려운 또 한 번의 “고난의 행군”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북한 정권 역시 장마당과 통제 계획경제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정책적 혼선 속에서 “통일 담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체재 안정이 급선무이다. 남한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이념적 갈등과 분열 속에서, 정파적 이익 때문에 여론의 추이와 득표수를 먼저 계산한다. 정권 획득을 위한 표몰이 수단이나 정권 창출을 위한 구심점을 얻기 위해 통일 담론을 다루고 있는 형색이다, 샤드 배치 (방패)나 핵무장론 (창)이 남한 내부에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다. 이미 내재된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동일 사물이나 동일 사건을 보고도 서로 다른 이해를 하는 형색이다. 이런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하나의 조국은 사실 환상이다. 내부의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민족의 동질성의 회복이나 단일 민족 국가의 탄생을 부르짖는 것은 좌우 어디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면, 목회자도 신학자도 열외가 될 수 없다. 누구나 한 마디씩 해야 하고, 누구나 한 자락씩 보태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다르다. 대한민국 보통 시민들의 의식이 달라졌다. 이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손해 보면서까지 내 일 아닌 일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과연 이룰 수 있느냐? 굳이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는 “귀챦다!” 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무슨 이익이 있느냐? 를 묻는다. 이것이 또 다른 우리의 민낯이다. 개중에는, “남북통일이 되면 세계 5위 경제 대국이 될 것” 이라고 선동하는 이도 있다. 장밋빛 꿈이다. 이에 반해,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해 예기치 않은 통일 상황이 벌어져서, 혼란과 경제적 침체를 맞을 수 있으니, 미리 통일을 대비해야 하지 않나? 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있다. 남한 정부와 남한 국민의 막대한 재정부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니 강 건너 불이다. 경제적으로는 통일 자금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지금 당장 통일세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러한 안팎의 부정적 무관심과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 시기를 10-20년으로 본다. 그렇다면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한 정권의 붕괴함으로써, 갑작스러운 통일 여건이 조성되어 어쩔 수 없이 통일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본다. 아니면 북한이 지금과 같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길어질 경우 중국의 동북 3성에 편입되거나, 정권 붕괴 후 주변 외세가 개입하여 일정 기간 신탁 통치를 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본다.

갑작스러운 정권의 붕괴로 인해 예기치 않은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한다. 지금이라도 통일 자금을 준비하고, 쌍방 간의 교류를 강화시키고 신뢰를 쌓아서, 통일 시기를 대비해야 하지 않냐? 는 제안도 있다. 흡수 통일이든, 평화적 합의 통일이든, 실질적인 통일 비용은 남한이 지어야 할 것인데 이 재원을 과연 마련할 수 있으며, 남한에 거주하는 이들이 그 비용을 기꺼이 떠맡으려 할 것인지? 그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서로 다른 정치 제도와 통치 체제를 하나로 정비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감원 및 재교육, 재고용 등의 대응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 같은 제안들 모두 적절하고 맞는 말이다. 편향된 민족주의적 입장에 국한시켜, “이 목숨 바쳐서 통일을 이루자!” 라고 노래할 필요는 없다. 이제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에게, 통일은 더 이상 “꿈에도 소원”이 아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전쟁을 불사하여 민족의 통일과 대동단결을 이루어야 한다는 구호는 실질적인 힘이 없다.

한민족의 회복이나, 민족적 단일성을 기대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 민족에게 통일은 다가오고 있다. 사실이다. 10년 20년은 그리 멀지도 않은 미래이다. 곧 닥칠 불행이며 동시에 행운의 날이다. 또 하나의 고난의 행군이 될지? 대박이 될지? 또 다른 긴 세월의 신탁통치가 될지? 우리의 응답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살펴 본 통일 담론과 대처 방안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이 빠져 있다. 적어도 신학도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빠진 어떤 제안이나 방안도 역사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하나님이 빠진 눈으로 보면,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이 자명하고, 이를 위해 통일 비용의 지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비전문가들의 귀에 더 솔깃하다. 통일 비용을 내고 허리띠를 졸라매려면, 10년 후, 30년 후 이 같은 열매가 되돌아온다는 청사진을 보여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전쟁을 통한 극단적 방법을 피하기 위해 인내로 다가가서 평화 통일을 위한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외세 개입 없는 두 국가 체재의 진정한 합의가 최선의 길이라는 주장이 산뜻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제안이 담고 있는 접근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상대가 정말 대화에 임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체재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 대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통일을 진정 서로 원하고 있는가? 두 체재로 계속 수백 년 지속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가? 물음들이 꼬리를 문다. 우리 믿는 자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여쭤볼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는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우리 민족에게 통일을 허락하고자 하시는지? 하나님께서는 역사에 개입하시어, 언제쯤 우리 민족을 다시 통일시키고 싶어 하시는지? 목회자들은, 신학자들은, 그리고 신앙인들은 이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설득력 있는 제안이나 답변처럼 들려도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크게는 전 역사를, 작게는 통일을 선점하시고 선도하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먼저,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경제-외교-군사적 일변도의 접근 방식은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통일 이전보다 더 큰 혼란과 불편을 가져 올 공산도 적지 않다. 달리 말해 통일 안 하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싸구려 자본주의나 개인주의를 북한에 옮겨 심는 것을 남한이 북한을 이기고, 흡수통일 시켰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과도경쟁과 지나친 빈부격차로 인한 박탈감 등도 “통일”시키려고 하는가? 고부간의 갈등 정도가 아니라, 자식이 부모 공양 자체를 거부하는 세대 간의 단절을 “동질화”시켜야 하는가? 이것을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치제도의 통일을 위해, 서울대 출신이어야 부장판사를 할 수 있다는 일류병을 북한에 유입시켜야 할 것인가? 무엇을 올바르고 효율적인 제도라고 소개하고 개혁을 이끌 것인가? 아이돌 문화가 판을 치고, 턱 뼈 깎는 것조차 겁내지 않는 성형 미인의 개념을 통일 북한에 “새로운 문화”라고 통일시켜야 할 것인가? 탈북자들을 먹이고 입히며 복음을 심어 북한에 전진기지를 만들어 놓았다. 고작 “예수 = 천당” 수준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것일까? 이런 통일을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고 이끌어 가신다고 믿는가? 적어도 필자는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이것은 통일도 평화도 아니고 혼란이요, 치욕이다.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혼란과 혼동뿐만 아니라. 통일 이전보다 못한 상황들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일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대로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졌을 경우, 남한의 부조리와 병리적 현상, 그리고 굴절된 복음이 쓰나미처럼 몰려가지 않도록 방파제의 역할이 필요하다. 얄팍한 자본주의 상술과 개인의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북한인을 함부로 대하거나 착취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이 같은 부정적 열매를 맺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학자들이 목회자들이 통일 담론에서 우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혼란과 치욕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인간 양심에 호소하고, 저급문화나 부조리가 몰려가지 않도록 방지하며,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길에 대해 이상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통일에 참여해야 할 공간이 작지만 분명히 있다고 본다.

열린 공간을 통해 통일 담론에 참여할 때, 고려되어야 할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 감리교인의 정체성문제이다. 감리교도들의 정체성은, “거룩을 회복하는 일(개인적 성화)”과 “하나님 나라 건설(사회적 성화)”에 있다. 이 관점에서 우리는 통일을 바라보아야 하고, 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에 헌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들이 들으면 싫어할지 모르지만, “통일 한국이 바로 하나님 나라는 아니다.” 분단 체재를 하나님 나라라고 부를 수도 없다. 현상적으로 보나, 그 속을 들여다보나 모순투성이이며, 사랑과 평화로 서로 섬기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며, 스스로 하나님의 품성을 회복해 나가는 것은 감리교인에게 있어 “성화의 과정”이다. 이 땅 위에 평화를 이루고, 우리 안에 사랑으로 충만케 하는 것이 곧 성화이며, 우리의 정체성이다. 분단으로 인해 고통 받고, 체재의 모순과 갈등으로 평화대신 전쟁의 위협과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은 곧 성화의 과정이다. 사랑으로 섬기지 않고는 사랑을 나눌 수 없다. 내 안에 평화가 넘치지 않고는 평화를 나눌 수 없다.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위협을 넘어 통일을 위해 투신해야 하는 것은 이 시대의 - 평화와 사랑을 펼치는 - 감리교인의 자기 정체성이라 고백한다. 이 정체성을 확증해야 한다. 해서 이 시대적 정체성을 바로 찾고, “내가, 내가 되기 위해” 통일 담론에 끼어들 이유가 있다고 본다.

2. 완전성화와 하나님 나라

제2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대주의와 완전성화”에서 연대주의를 하드웨어에, 완전성화를 소프트웨어에 비유한 적이 있다. 완전성화의 목표는 우리 감리교인들에게 있어서는 신앙의 푯대이다. 하나님의 품성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일이다. 우리가 남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어” 그리스도 예수를 이 자리에서 다시 화육시키는 삶을 사는 일이다. 화육 속에서 우리들은 완전한 성화를 이루고, 거룩을 회복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구원의 완성에 이르는 것이다.

통일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희생과 헌신이 큰 만큼 형상 회복을 위한 “은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통일 사업에 투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십자가를 져야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전 재산과 삶을 내던져야 할 수도 있다. 완전성화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헌신과 희생은 선재적 은총에 의해 인도되어진다. 선한 일을 해서 선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행을 통해 인간의 무력과 한계를 깨닫고, 자아를 온전히 비우고 은총이 자신을 이끌어 가시도록 내어드려야 한다. 이 비움 속에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님의 선재적 은총과 협력하여 안으로는 거룩을 이루고, 바깥으로는 이 사회와 국가를 거룩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실질적인 삶의 질도 함께 높아지도록 헌신해야 한다. 웨슬리 운동은 당시 탄광노동자의 평균수명 12세를 한 세대 만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노동조합운동을 이끌었다. 이 운동에는 평신도설교자들의 치열한 자기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이들은 이 희생과 헌신을 성화의 과정이요, 은총의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웨슬리는, 내 것을 내 것이라 움켜쥐지 않았고, 유산 상속을 악으로 보았다. 따라서 통일 담론에 참여하고, 공감된 담론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실질적으로 나의 구원과 이어져 있다. 나와 내 가정, 이웃과 온 민족을 거룩하게 회복하려는 성화의 실천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북쪽에 지금도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강도 만나 수탈당한 이 시대의 “강도만난 자들”이 있다. 자기 나름대로는 백성을 위해 살고 있다고 노력했지만 좋은 열매를 거두지 못한 실패한 지도자들이 있다. 이들 모두가 성화의 대상이며, 성화되어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저들이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함께 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거부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본을 보여 따라오게 만들면 된다. 신앙인들의 눈에는 단순한 민족성의 회복이거나 경제적 이윤을 위한 좋은 기회이거나 정치적 안정의 수단에 그칠 수는 없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해야 하는 “사랑의 실천”이라는 본연의 자리를 덤덤히 실행하는 것이다. 휴전선의 철조망에 가로막아 놓아,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사랑의 실천조차 외면했던 우리의 무지와 눈멂을 회개하고 돌이켜서, 사랑으로 다가가야 할 사랑의 대상이다. 선거철이나 시험 때만 되면 폭탄이 터지고 미사일이 발사되던 위협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 위협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야 할 한 민족이요, 한 형제일 뿐이다.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이 나뉘어서 하나를 회복하지 못했을 때, 결국은 이방인의 종살이를 하고 자기 땅이 수탈되었던 역사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분단은 정치적 군사적 위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잃고 전 세계로 떠돌 수 있는 실질적 민족성 상실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단지 그 순간이 조금씩 연장되고 있기에, 위협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회개와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완전성화를 위한 통일 실천은?

하나, 무엇보다 회개가 먼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불과 가까이는 30킬로미터도 멀리는 500킬로미터 안 떨어진 곳에서 거의 3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1990년 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책적인 판단을 잘못한 위정자들의 잘못이 크다. 정권의 유지를 위해 핵 개발과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쇄국적인 정책을 펼쳤던 리더들의 어리석음을 쉽사리 잊거나 용서할 수 없다. 할로코스트(Holocaust) 에 버금가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해서, 독일정부와 이스라엘이 아직도 학살에 동조 또는 관여했던 이들을 찾아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처럼, “고난의 행군”에 앞장섰던 이들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하지만 북핵을 문제 삼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옥쇄 전략에 남한 정부와 국민이 동조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해외 동포들 역시 이를 방조하고, 묵인하지 않았는지? 냉철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기껏해야 쌀과 옥수수를 보내는 일에 만족하며 “동족 살해”가 일어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는지? 진심 어린 회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내 형제가 목말라하고 굶주릴 때, 그리고 죽어갈 때, 우리는 무엇을 했었던가? 가슴을 찢는 회개가 있어야 한다.

둘, “돈”을 모아야 한다. 천문학적 숫자의 통일 기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적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통일에 대한 불만이 솟구치고, 상대적 박탈감이나 피해의식으로 인해 진정한 회복이나 동질성에 대한 인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의 예를 들어 - 현재 남한에 비해 불과 3.7%에 해당하는 북한인들의 소득을 통일 후 십년 안에 최소 70% 정도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 안전망이나 도로 철도 전기 등 기반 시설이 현대화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야 사회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상호 불신과 반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누가 낼 것인가? 결국은 세금이다.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통일의 필요성이나 정당성 자체를 의심하거나, 통일을 추구하고 세금을 걷으려는 새로운 정권이 투표에서 패할 수 있는 구멍이다. 우리 감리교인은 완전성화의 교리의 눈으로 보면 돈을 쌓는 것은 죄악이다. 나누고 베푸는 선행은, 은총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통일 기금 조성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집단이다. 현재 내는 부담금의 1%를 총회에 더 내고 이것을 적립해나가기를 제안한다. 비록 처음에는 적은 돈이지만, 이자 포함하여 10-20년이 쌓이면 적지 않다. 10-20년을 꾸준히 행하면 장로교나 다른 교파들도 따라할지 모른다. 기독교가 새로워지고, 통일 담론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부대효과도 있다. 게다가 다른 종단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참여한다면 “통일 비용 부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셋, 원탁회의를 주관하는 일이다. 분단 독일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이들이 목회자들을 포함한 성직자들이었다고 한다. 남한의 경우 다양한 종파와 교단이 뒤섞여있고, 정치적 입장과 시각이 너무 다른 약점이 있다. 하지만 감리교회가 이것을 앞장서서 협상 테이블로 정치 경제 전문가들을 이끌어내고, 화제를 일으킨다면, 결국 최종적인 중재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인내를 가지고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화해를 주선한다면 정권을 가진 기득권들의 첨예한 이해 차이와 신봉하는 가치나 주의가 다른 만큼, 화해자의 역할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이나 전쟁을 통한 파괴적 통일이 주어진다고 하면, 원상회복을 위한 중재의 역할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에도 중재의 역할은 있어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특히 감리교인들은 성화의 과정으로 중재를 설 수 있으며, 어느 한쪽의 주의나 신조를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지 하나님 나라 완성에 이르기 전에, 잠시 시대적 공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잠정적 가치로 인정할 뿐이기에 어느 쪽에 크게 쏠리지 않고 화해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넷, 비정복적 선교를 위한 네트워크를 미리 형성하는 일이다. 현재 세계 선교는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선교사들의 생존 이슈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통일 한국이 이루어졌을 때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적절한 의미의 선교지 분할이 합의되어야 하고, 우리가 믿는 신념과 문화적 양상을 복제하지 않도록, “북한인들에 의한 토착적 교회 공동체 형성”을 도울 필요가 있다. 스스로 교회를 세우고 지도자를 세우고, 자립적으로 치리하도록 보조적 협력적 선교에 그칠 것을 남한의 종파들이 협력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감리교단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여 다른 교파들과 사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수많은 심포지엄과 강연회 그리고 회의를 주도해야 할지 모른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남한의 싸구려 문화와 개인주의, 경제지상주의가 침탈하지 않도록 막으며,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감리교회는 지방회 단위로 예상 지원 마을이나 도시를 사전에 선정하고, 통일 이후 실질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지방간, 현지 간 서로 협력하여 공정한 배분과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연대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본다. 다섯, 이 같은 네트워크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필요로 한다. 제2인생을 살기로 헌신하는 감리교인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미리 확보하여 통일 일꾼으로 교육시키고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무료로 헌신하며, 마을을 다시 일구고, 제도를 정비하고,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를 건강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함께 살아갈 헌신된 봉사자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통일 비용을 줄이는 실용적인 제안일 뿐만 아니라. 삶으로 살면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푯대를 보여줄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화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신하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룩을 회복하기 위한 성화의 실천이며, 선행이라는 은총의 수단을 통해 거룩하게 하시는 은총을 체험하는 “부단한 수행”과 “득도(得道)”의 여정이다. 북한에 비정복적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하여,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의료 제도를 개선 확충하는 일에 10년 정도 헌신할 전문직 평신도들을 파송해보자는 제안이다. 이들은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화육하고 가시화시켜주는 진리와 생명이 될 수 있다.(아마 감리교 남녀선교회와 감리교 연수원이 이 일을 담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섯, 가장 근본적인 동시에 가장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제안은 “기도”이다. 향후 10년 - 20년 동안, 감리교의 모든 공식행사와 예배에서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평화통일을 허락해달라는 기도를 함께 드리자는 제안이다.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심!’ 을 고백하고, 민족의 대역사인 통일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한다. 기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참 마음으로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고, 이 통일 사업에 헌신하면서 자신의 성화를 추구하도록 인도한다. 물론, 분단된 두 개의 체재가 하나님 나라가 아니듯이, 평화 통일이 이루어진 나라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다. 우리 감리교인에게 있어 통일은 은총의 수단이며, 통일은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한 또 하나의 긴박하고 중요한 여정일 뿐이다. 해서 통일을 간구하고, 통일을 넘어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개인의 기도뿐만 아니라, 함께 모인 모든 행사와 예배에서 같이 기도드림으로써, - 개인과 사회, 이성과 체험이라는 - 감리교적 특성을 다시 한 번 불 지필 수 있지 않을까? 꿈꾼다.

4. 나가는 말

통일 담론의 비전문가가 말을 거드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고난의 행군이후, 소망과 기대를 접고, 철조망 너머의 일로 애써 치부하며 살아왔다. 차라리 멕시코에 교회를 짓고,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에게 음식을 날라주는 일을 선택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백성이 굶주릴 때 함께 굶고, 재난을 당하면 현장에 달려가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이들이라고 느꼈었다. 이번 전략연구소의 청탁을 받으며, 진정 우리 기독교인이, 특히 감리교인으로서 통일 담론에 끼어들 자리가 없는지? 전문가들이 이미 한 이야기들을 상식 수준에서 요약 정리하는 일에 그쳐야 하는지? 자문해 보았다. 과연 감리교인의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신앙적 푯대를 추구하는 동일 선상에서 통일에 참여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와 실천적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십오 년 이상 문을 닫고 살아서 더더욱 문외한이 되었으며, 그 사이 통일 담론의 주제와 접근 방식이 상당히 바뀐 것을 보게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접근 방법을 제안하였고, 나름대로 좋은 대비책을 제시했다고 본다. 하지만 하나님이라는 역사의 주관자, 역사의 상수를 고려하지 않은 어떤 예측도 예측한 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믿음의 고백이다. “나의 나 됨”을 벗어나 남의 장단에 맞춰 서툰 춤을 추며 따라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민족의 염원으로서의 통일이든지, 실용적 편익을 고려한 “통일 대박론”이든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 평화통일 제안이든지, 정치적 이익을 고려한 신탁통치 방지를 위한 제안이든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자의 입장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넓혀가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이를 함께 실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다양한 입장과 제안에 덧붙여, 그리스도인의 믿음의 눈으로 본 통일 담론을 하나 더 보탤 수 있지 않나? 하는 소박한 꿈이다. 하나님께서 친히 개입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통일 담론의 제안이다. 이 꿈은 아직도 설익은 제안이며, 특히 통일 전문가들의 눈에는 생뚱맞은 제안처럼 보일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자기가 만든 공작품을 수줍게 사람들 앞에 내밀 듯이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먼저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실천 방안의 하나로써, 회개와 기도를 담아보았다. 아울러, 감리교인의 통일 담론은 완전성화를 추구하는 매우 중요한, 동시에 기나긴, 실천적 여정이며 은총의 수단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 제안이 사변적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천으로 화육할 수 있는 단순하고 간결한 여섯 가지 실천적 방안을 제안해보았다.

비기독교인들의 눈에는 생뚱맞은 제안을 감히 하려는 의도는 무엇이었나? 시끄러운 통일 담론의 장마당에 어설픈 상품을 하나 더 내밀었던 이유는 무얼까? 감리교회는 시대를 앞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통일 담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단히 자신의 성화를 이루어 구원에 이르러야 한다는 감리교인의 자기 정체성의 추구가 통일 담론에 있어서도 선도적 역할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화의 한 과정이며, 성화를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 이후에 헌신해야 한다고 믿는다. 통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나는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시대적 정황이라면, 성화는 우리 감리교인의 변치 않는 상수이며, 삶의 목적이다. 가장 급진적이고, 돌파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 성화를 이루려는 우리 자신에게 가장 뛰어난 훈련장이며, “은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어려운 만큼 그 고비를 넘긴 자들의 품성이 변화되고, 그 고비에서 안정을 찾으며 변화를 거부하는 우리의 연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쳐줄 것이다. 여전히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 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은총이 빛이 비쳐질 것이다. 전통적인 표현을 쓰자면, 우리의 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벌거벗은 우리들은 또다시 은총이 덧입혀지길 사모하며 하나님 앞에 나갈 수밖에 없다. 새 은총으로 덧입고, 은총의 힘으로 통일 재건에 헌신하고, 헌신을 통해 그리스도 예수의 형상으로 거듭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한다. 통일 담론은, 통일 사업을 실천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형상을 회복하고 우리의 거룩을 이루는 최적의 훈련장이며, 최상의 “은총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은총을 통해, 통일 사업을 통해, 완전 성화에 이르렀으면 좋겠다. 주 예수여! 우리를 도우소서!

▲ 2016. 10. 7.에 있었던 KMC전략연구소 제4차 공개심포지움에서 영상으로 강연하고 있는 강성도 목사

[ 강성도 박사 프로필 ]

·학력 및 경력: 
- 1955년 8월 5일 부산에서 출생 
- 1974년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 1978년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업 
- 1980년 군 복무 이후 
- 1981년 3월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입학 
- 1984년 1월 동대학원 졸업 후 아현감리교회 전도사 
- 1985년 8월 미 남리교대학원 퍼킨스신학대학원 입학 
- 1987년 동대학원 졸업 
- 1988년 1월 클레어몬트 대학원 종교학부 입학 
- 1992년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 
- 1994-2000년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아시안센터 원장  
- 1994-2007년 샌트란시스코신학대학원 객원교수 
- 1997-현재 하나감리교회 담임목사 
- 2013-현재 미주감리교신학대학교 학장·

저　　서: 화이트헤드 과정철학 입문, 종교다원주의와 구원